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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수밤바다로 유명한 모 카페에 인디그룹 '포리스트'가 모여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였다 | |
| ⓒ 오문수 | |
"기타와 어우러지는 소리에 삶이 따뜻해집니다"
"음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음악그룹 포리스트(Forest) 대표 안철씨가 한 말이다. 2014년 4월 26일 여수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인디뮤지션 그룹 포리스트는 상업화에 물들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고 있다.
작년에는 장애인 복지관, 여명학교와 YWCA,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17차례의 공연을 했다. 올해도 각급학교와 교원연수단체에 교육기부활동과 감성토크콘서트를 할 예정이다. 6월에는 섬마을 여안초등학교에서, 7월에는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 수석교사 연수에서 콘서트도 열 예정이다.
여수 밤바다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안개 낀 바다에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자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연장이 있는 모 카페에 모이기 시작했다. 창밖에는 돌산 제2대교를 가로지르는 주탑 옆으로 케이블카가 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려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18일 시곗바늘이 공연 시작 시간인 오후 7시 30분을 가리켰다. 무대를 제외한 객석의 불이 꺼지고 사회자인 조선미 교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인간은 누구나 마음속에 한두 가지 불완전하고 성숙하지 못한 내면 아이가 있다고 합니다. 그 내면 아이가 가진 감정은 꼬이거나 숨겨져 있어 풀리지 않은 매듭과 같습니다. 오늘 음악을 감상하면서 그 매듭 하나씩 꺼내 어루만져 주시고 따뜻하게 감싸 주시면서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이들은 음악을 통해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그룹이다. 이름이 왜 하필이면 '포리스트'인가 궁금했는데 사회를 맡은 조선미씨가 설명을 해준다.
그룹대표 안철씨는 여수국가산단인 대림(大林: 큰 나무)산업에 근무하고, 작곡을 하는 조승필 교사는 안개 낀 시냇가에 서 있는 나무가 좋아 '시냇가의 나무'라는 아이디를 가지고 있다. 초청장에도 '노래를 꽃씨로 숲을 만드는 포리스트'라고 작명한 그들은 노래를 통해 사랑 나무를 키워가는 그룹이다. 언뜻 보아서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면면인데 속을 들여다보니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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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수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인디그룹 '포리스트'의 대표를 맡고 있는 안철씨 모습 | |
| ⓒ 오문수 | |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세운 여도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조승필 교사, 그의 반(5학년 2반)에 속한 쌍둥이(안수빈, 안수민) 아빠 안철씨, 25년 동안 여도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작년에 다른 학교로 떠난 게 슬퍼 3일 동안 울다가 <꼭 잠궈라>라는 가사를 쓰게 됐다는 조선미 교사도 기실은 조승필 교사의 동료였다.
오카리나를 연주하면 커다란 손에 가려 악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지만 청중을 매료시키는 조요섭씨도 음악을 같이 하다 '음악으로 사랑을 전하는 나무' 포리스트 멤버가 됐다. 사회자인 조선미 교사가 조요섭씨를 소개한다.
"여러분! 우리나라에 오카리나로 박사학위를 딴 분이 몇 명이나 될까요? 현재 한국 오카리나 교육협회 부회장을 맡고 계시는 이분이 그 두 명중 한 분이에요"
음악은 귀로 마시는 황홀한 술
안철씨가 기타에 맞춰 김광석의 <자유롭게>,<거리에서>,<서른 즈음에>,<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부르자 분위기가 고조됐다. 초대받지 못한 뒤쪽 손님들도 커피잔을 들고 공연장 쪽으로 몰려 귀를 쫑긋한다. 안철씨의 노래가 끝나자 아이 셋을 데리고 음악회에 참석한 한 청중이 소감을 말했다.
"분위기에 젖어 괜히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이어지는 순서는 조요섭씨의 오카리나 연주 차례다. 세월호의 아픔을 노래한 <천개의 바람이 되어>와 명성황후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으로 유명한 <나 가거든>에 이어 '걸어서 세계 속으로'의 배경 음악인 <물놀이>연주를 마치자 환호성이 터졌다.
17개의 자작곡을 만든 인디그룹 포리스트
유명 시인의 시나 안철 대표, 조선미 교사가 쓴 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조승필 교사의 역할이다. 교사 초년시절부터 남 앞에 서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지는 조승필 교사. 어디에서 그런 영감이 나오는지 가사가 떠오르거나 추천받으면 그 자리에서 뚝딱 노래를 만드는 재주가 있다. 어제도 광양제철초등학교 고종환 교사가 스승의 날 보낸 <너도 처음부터 꽃이었구나!> 시를 받은 다음 날 곡을 완성해 소개했다.
대학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해 여러 악기를 익히다가 창작의 재미에 빠지게 된 그는 전라남도교육청 초등 음악과 6학년 미디어 자료 개발위원(2012년)이기도 했다. 그 보답이었을까? 작년에는 전국 미디어센터 영상제 (전남영상교사모임 공동창작영화인 <개천의 용>)에 음악감독을 맡아 최우수상을 탔다. 그가 음악이 학생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입을 열었다.
"노래가 어린이의 마음을 더욱 아름답게 하고 좋은 인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한 사람의 감동에서 시작된 아름다움은 바이러스처럼 급속히 전파되어 주변을 금방 아름다움으로 환하게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어린이의 감성에 다가서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노래를 통해 따뜻한 감정을 느낄 때 행동변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한 그에게 "요즘 학생들이 동요가 아닌 유행가에 더욱 심취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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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룹 포리스트가 공연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가사를 제공한 고종환 교사, 안철 대표, 작곡가 조승필 교사, 사회를 맡고 가사를 쓰는 조선미 교사와 오카리나 연주자 조요섭씨. 앞줄은 여도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이다 | |
| ⓒ 오문수 | |
"어린이의 삶을 반영할 수 있는 노래가 적어서입니다. 시대는 변하는데 옛날 동요는 아이들에게 맞지 않고 대중매체의 확산으로 인해 무분별하게 대중가요를 접하게 됩니다. 어린이 스스로 감동을 느끼고 '이건 우리 노래이다' 하는 좋은 곡들이 많이 나와야겠지요"
<별은 너에게로>와 <그대 없는 빈 하늘> 그리고 박노해씨의 노랫말에 조승필 교사가 작곡한 <사랑은 불이어라>를 열창하는 안철씨의 모습에서 가수 장사익씨를 보았다. 밤은 깊어가고 조선미 작사 조승필 작곡 <꼭 잠궈라>에 이어 <사랑한다면>을 끝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음악이 주는 감동에 여운이 가시지 않은 관객들이 앙콜을 부르고 여수 밤바다를 빛내는 가로등이 못내 아쉬운 듯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희망과 사랑을 노래하는 그룹 포리스트. 아낌없이 주는 사랑나무가 되길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