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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미용 배우는 다문화 여성들, "자립 원해요"

여수에서 미용사 국가자격증 교육, 다문화 여성 대상

  • 입력 2016.05.20 17:52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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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미용사 자격증 취득이라는 꿈을 향해 도전하는 다문화가정 여성들
ⓒ 오문수

 


한국으로 시집 온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그리는 꿈은 경제 자립이다. 한국을 부자나라로 동경해 시집왔지만 대부분 시댁은 넉넉하지 못하다. 특히나 동남아권 국가의 장녀들은 한국 장남처럼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친정에 송금을 원하지만 형편이 안 돼 가정불화의 커다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기 다문화가정여성들의 꿈을 키워주는 사람이 있다. 여수시 충무동에서 '여수피부건강연구소'를 운영하는 김희진 소장. 20년째 피부미용에 종사하는 김희진 소장은 약초전문가 과정을 수료(2004년)하고 피부미용사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했다(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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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 이론과 실습지도를 하는 원장들 . 자격증 취득과정은 김희진 소장이 지도하고 풋스파 과정을 지도할 때는 모든 원장들이 참여해 지도한다
ⓒ 오문수

 


2010년 한국피부미용사회 전남지회 여수부지부장을 역임하고 각종 피부미용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한 그녀는 현재 여수 피부건강연구소장 직을 맡고 있다

다문화가정과 외국인노동자들을 도와주는 여수이주민센터 이사이기도 한 그녀는 형편이 어려워 힘들어하는 다문화가정여성들을 돕기 위해 회원들과 함께 '다문화여성 미용사(피부) 국가기술자격증 및 풋스파 교육' 과정을 창설했다

여수시 지원을 받아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운영하는 교육과정은 매주 2회(월,수)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강의와 실습을 통해 기술을 연마한다. 무료인 과정에는 원래 10명만 참가하기로 했으나 현재 13명(태국 9명, 베트남 4명)이 다니고 있다.

김희진 소장은 "교육 공간이 넉넉지 않아 희망자들을 제한했지만 인기가 있어 대기자가 줄을 서 있다"고 한다. 그녀가 피부미용사 자격증 과정을 창설한 동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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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 애쓰는 여수피부건강연구소 김희진 소장
ⓒ 오문수

 


"여수엑스포 당시 여수에 온 관광객들의 피부 건강에 대한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여수 뷰테라피 풋스파 교육과정'을 창설했습니다.

한국으로 시집 온 다문화여성들이 친정에 경제적 도움을 주고 싶어 하지만 일자리와 기술이 없어 호텔청소와 식당에 나갈 수밖에 없었어요. 이들에게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제공해 자립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3개월을 지도했는데 기술습득 속도가 빨라요. 희망이 보이니까요"

원래 일주일에 두 번 강의가 있지만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매일 연구소에 나와 시험 준비를 하는 이들에게는 애로사항이 있다.

김희진 소장이 전하는 얘기에 의하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실시하는 헤어분야 기술자격증 필기시험은 출신국가 언어로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피부미용분야 문제지에는 한국어로만 씌어 있어 언어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에게 불리하다며 개선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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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건강 실습 중인 다문화가정 여성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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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건강관리 실습 중인 다문화가정 여성들
ⓒ 오문수

 


경제적으로 어려운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피부미용 숍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단체관광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빈 공간을 마련해주길 바랐다.

요양보호사와 의료통역사 자격증을 가진 이정민(태국명 라트리)씨는 한국에 시집온 지 15년 됐다. 그녀에게 피부미용사 자격증 취득을 원하는 이유를 들었다.

"요즘에는 여자들도 사회에 나가니까 저도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이 되고 싶어요. 나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기 위해서지만 남편한테도 인정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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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론시험에 대비해 열심히 공부 중인 다문화가정 여성들
ⓒ 오문수

 


베트남에서 시집와 한국생활 6년째인 하수엔은 "자격증 취득 후 작은 가게라도 차리고 싶어요. 경제적으로 자립해 아이들을 당당하게 키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다문화가정과 상담해보면 직장에 나가는 부인을 못 나가게 말리는 남편 때문에 불화가 생긴 경우를 가끔 본다. 김소장은 "이곳에 오는 여성들은 가족 특히, 남편들의 동의를 반드시 받은 후 등록하도록 의무화했다"고 전했다.

"아직 실력이 부족해 집에 돌아가 남편을 불러 실습하면 아프다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을 짓는다"는 하수엔. "학원에 다니기 전에는 대충대충 살았는데 제 몸관리나 표정 및 제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정확해졌다"며 흐뭇해하는 이들에게서 희망이 주는 메시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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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월 첫째주 (사)여수이주민센터에 오는 외국인노동자들에게 피부 미용과 이발을 해주는 연구소회원들
ⓒ 김희진

 


여수피부건강연구회는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매월 첫째주 일요일에는 (사)여수이주민센터에 나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피부와 미용을 한다. 매월 셋째주 금요일에는 문수종합복지관에 가서 어르신 발건강 봉사도 한다.

한국사회의 주변인으로, 이방인으로만 머뭇거리던 이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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