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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교사가 24시간 동행", 유학 오는 섬마을 학교

여수에서 20km 떨어진 금오도 여남중고등학교

  • 입력 2016.05.24 18:22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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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시 남면 우학리에 자리한 여남중고등학교 모습으로 운동장에는 천연 금잔디가 깔려 있어 학생들이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다 . 정문을 나서 5미터만 가면 바다지만 도회지 운동장보다 훨씬 넓고 아름다운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다.
ⓒ 오문수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열 아홉살 섬 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


이미자씨가 부른 '섬마을 선생님' 가사다. 4~50년 전 교통이 불편하고 가난했던 시절 도회지에서 온 멋진 미남 총각선생님은 섬마을 아가씨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교통이 편리해지고 전국 어디서나 TV를 즐길 수 있는 요사이는 오히려 도회지 사람들이 섬을 동경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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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뒤에는 110년의 역사를 간직한 우학리 교회가 있다. 이기풍목사 순교 기념관 장미원 앞에서 김수기 교사가 학생들과 포즈를 취했다. 이기풍 목사는 일제강점기 시절에 신사참배를 반대하다 일경에 끌려가 고초를 당한 후 순교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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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소풍 나온 3학년 학생들이 기념촬영했다
ⓒ 오문수

 

여수에서 20㎞ 떨어진 금오도는 천혜의 아름다운 바다와 멋진 산이 어울려 관광객들이 50만명이나 찾아온다.

도선을 이용해 승용차도 많이 들어오고 관광버스도 흔히 볼 수 있다. 금오도에는 옛 섬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곳이 많아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인어공주><혈의 누><도희야> 등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여수시 남면 소재지 우학리에 자리 잡은 여남중고등학교는 배가 정박할 수 있는 아늑한 포구에 자리하고 있어 정겹기 그지없다.

갈매기들이 날고 고기잡이 떠나는 배가 수평선을 달리는 모습이 한 폭 그림 같다. 1980년대 여수에서 여객선을 타고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는 필자를 태운 배는 2시간이나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며칠 전 여수 돌산 신기항에서 금오도 여천항까지 운항하는 여객선은 2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여천항에서 우학리까지는 10여분이면 족하다. 필자가 비렁길 3코스 산행을 마치고 학교를 방문하기 위해 해안가를 걷고 있을 때 체력측정을 위해 해안가를 달리는 여학생들을 보았다.

전교사가 관사에 기거하고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여남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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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열린 27회 동백제 모습. 동백제는 1년간 갈고 닦은 솜씨를 보여주는 축제로 인근 초등학교는 물론 모든 주민들이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다
ⓒ 오문수

 

햇볕에 그을린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도회지 학생의 모습이다. 천연 잔디, 그것도 금잔디가 파랗게 깔린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학생을 뒤로 하고 교장실로 향했다. 공모교장으로 첫 부임한 정규문 교장.

학교장이 어떻게 학교를 운영할 것인가는 학교경영계획서를 보면 안다. 학생 만족도 1위, 대한민국 최고 도서지역 통합학교를 꿈꾸는 그의 구호는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내가 만든다"이다.

1966년에 개교해 중학교 6127명, 고등학교 1324명을 배출한 여남중고등학교에는 섬출신 중학생 18명과 77명의 고등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그 중 연도출신 중학생 3명과 고등학생 77명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섬은 도회지로 떠나는 게 일반화된 상식이다. 하지만 여남고등학교는 도회지 학생이 섬에 유학 와 공부하고 있다. 1학년 28명 중 5명만 섬 출신이고 나머지 대부분 학생은 여수시내에서 유학 왔다. 2·3학년 학생 상황도 마찬가지다. 정규문 교장이 여수시내 학생들이 섬으로 들어오는 이유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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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교장으로 올 초 부임한 여남중고등학교 정규문 교장
ⓒ 오문수

 

"교육과정을 알차게 운영하고 학교에서 교육과 보육을 책임지기 때문입니다. 전교생이 기숙사에 기거하고 전 교사가 관사에 거주하고 있어 24시간 동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들이 헌신적으로 지도하고 학생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없어 '야! 너!'가 없어요. 학생 하나하나를 다 알아서 지도하고 사랑해주니 자존감이 높아진거죠. 교사들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여남고등학교는 섬에 위치하고 있지만 서울 명문대 합격생도 배출하고 매년 광주교대를 2명씩 진학시키고 있다.

수학여행과 수련회비, 보충수업비도 학교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무엇보다 좋아하는 점은 아이들과 갈등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 성장기 아이들의 내적갈등을 때론 부모에게 표출하기도 하는 데 24시간 교사와 동행하고 있으니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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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교사 부모님초청 수업공개를 마치고 부모님과 함께 기념촬영한 김희원 교사(중앙)
ⓒ 오문수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중식은 무료인데 석식비를 못내는 학생들이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한 정 교장이 학교의 장단점을 분석한 경영계획서를 보여줬다. 

▲ 강점 - 전교직원이 관사에 거주해 학습지도와 생활지도 가능. 농어촌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가능. 경력교사가 많아 책무성이 강함 
▲ 약점 -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낮고 학습의욕 저하. 학력격차가 심함,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부족, 다양한 교육 경험이 미흡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변화에 대해 두려워함
▲ 기회 - 학생, 학부모가 애교심이 강함, 지역사회와 연결고리가 탄탄함.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환경이라 공교육에 대해 절대적 신뢰.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교사. 교육감추천전형 등 농어촌학교의 이점을 활용해 대학 진학에 유리 
 ▲ 위협 - 도서지역 특성상 경제적, 문화적으로 열악한 환경.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등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 많음. 여수시에서 유학한 학생으로 인해 생활지도상의 문제 우려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기르기 위해 학습지도 발간해

수업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주체는 교사이다. 따라서 교사가 다양한 사고를 필요로 하는 발문을 통해 교수 학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교사들은 매 시간 3개 이상의 발문을 통해 확산적 사고를 유도하고 학생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발표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또한 생동감 있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매 시간 학생 1인당 1개 이상의 질문이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감사와 긍정의 마음을 가지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삶이 행복하고 풍요로워진다. 학교에서는 매일 감사할 일, 또는 좋았던 일에 대해 3줄 이상 기록하는 긍정노트를 제공했다.

학교에서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맛있는 담쟁이 학습>지를  발간해 배포했다. '맛있는 담쟁이 학습'은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 학습을 통해 당당한 실력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고등학교 교과 학습 용어를 비롯한 한자성어, 실용 영단어, 영어회화, 국어 어휘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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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의 학력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들을 수록한 학습노트
ⓒ 오문수

 

또한 학교의 주요 교육활동인 나의 애창 명곡 부르기의 악보와 가사 그리고 나의 애송시 가꾸기의 애송시도 수록되어 있다. 학생회장인 김용민 학생에게 여남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이유와 학교의 장점을 들어보았다.

"저는 대규모학교에서 존재감 없이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또한, 도시에서 시계바늘처럼 주어진 틀에 맞추어 사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하면서 자연친화적인 학교, 체험학습이 많은 학교, 나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학교를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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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소풍 나선 3학년 학생들이 클로버로 만든 꽃시계를 차고 기념촬영했다
ⓒ 오문수

 

여남고의 가장 큰 장점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한 가족처럼 지낸다는 것입니다. 선생님과 학생이 사제일촌 한 가족이 되어 체육대회를 비롯한 친교활동, 상담도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볼 수 있고, 친절하게 알려 주십니다.

섬에 있는 동안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대화 시간이 늘어나고, 학교폭력이나 집단따돌림도 전혀 없습니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고, 만날 때마다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기 때문에 자존감도 한껏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독서․토론대회, 독서연극제, 사제일촌 결연 등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좋은 프로그램이 많고, 체험학습도 잘 이루어지기 때문에 추억을 만들기에도 참 좋은 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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