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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가옥 ‘시대를 아우르는 문학관’ 으로

영화‘ 동주’ 인기에도 외면받는 등록문화재로 전락

  • 입력 2016.06.18 16:37
  • 수정 2016.06.19 16:50
  • 기자명 최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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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정신 소통 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길

나의 윤동주. 아니 우리의 윤동주! 그의 짧지만 긴 인생이 담겨있는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세상에 나오게 한 곳. 암울 했던 시기,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을 지도 모를 그의 작품을 우리 곁에 영원히 살게 한 곳. 그런 역사적인 장소가 '광양'에 있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웠다.

별이 반짝이던 스무 살 어느 밤들, 주옥같은 그의 작품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베껴 쓰기도 했다. '별'을 헤는 대신 '윤동주' 헤는 밤을 보내다 도취돼 자기반성의 시를 여러 편 습작 했고, 아무나 윤동주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배웠다. 이런 추억들 속에 파묻혀 있던 그에 대한 존경심이 가슴을 뛰게 하고 설레게 했다. '정병욱 가옥'을 방문하기 전 나는 그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곳에 방문한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대고 안을 잠시 들여다보는 것 뿐이었다. ‘기대'한 만큼의 '씁쓸함'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정병욱 가옥'은 2007년 등록문화재 제341호로 지정됐다. 윤동주 시인의 유고를 정병욱 박사가 받아 일제의 공출제도를 피하기 위해 그의 어머니인 박아지 여사에게 맡겼다. 박 여사는 소중히 간직해 달라는 아들의 부탁에 마루 널장을 뜯고 항아리 속에 비단 보자기로 싸서 숨겨놓았다고 한다. 시집 한권도 일제의 눈을 피해 숨겨놓아야 했던 처참한 시대를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그런 역사적인 장소에서, 그를 상기시키고 감성에 젖어들어도 모자랄 그 순간에, 남의 집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민망함'이 엄습해오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영화 동주' 상영이후, 윤동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와 관련된 서적들이 다양한 형태로 출간돼 나오고 있다. 광양 역시 윤동주와의 인연을 알리는데 여념이 없다. 홍보의 효과인지 타 지역에 거주한 지인들까지 '너 광양에서 일하고 있다했지? 정병욱 가옥에 가봤어?'라며 덧붙여 '광양'에 대한 무궁무진한 관심을 쏟아낸다. 어깨 '으쓱'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이런 상황에 왠지 걱정이 일고 조바심이 든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지금 현장은 ‘기대’한 만큼의 ‘씁쓸함’만

생생한 첫 방문 체험에 발로한 이러한 조바심과 걱정을 나열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처음 방문한 이들이 이곳을 쉽게 찾을 수 있을까 생각된다

. 눈에 띄는 안내판이 보이질 않았다. 어렵사리 정병욱 가옥을 겨우 찾는데 성공한다면, 이 가옥이 갖는 진가를 집 앞에 놓인 몇 줄의 글만이 설명해줄 것이다. 찾아오기 전에 인터넷을 뒤적였다면 이미 알만한 내용을 알려줄 뿐이다. 그곳에서 눈을 떼고 자연스럽게 유리창에 바짝 붙어 뚫린 마루를 감상 할 것이다. 그 감상을 작은 표지판 하나가 친절하게 돕는다. '원고가 숨겨져 있던 곳'.

주변 지역에 비해 문화 관광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는 광양은 실로 '엄청난 것'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이 어떤 곳인가. 그 가치와 의미는 오래전부터 방치돼 왔었다. 이제야 세상이 윤동주를 외치는 지금에서야 조심스레 '정병욱'을 언급하고 '정병욱 가옥'을 언급한다.

다양한 행사들 속에 윤동주와 함께 가히 절대적이라 할 수 있는 정병욱 박사의 노력을 조금씩 서서히 이야기해 나가고 있다. 물론 지금이라도 좋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또 알려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 앞서 고민해 봐야 한다. '기대'를 품고 와서 뜯겨진 마룻바닥만 보고 가게 되기 전에 말이다.

윤동주 하면 정병욱 박사를 떠올리고 광양을 인식 할 수 있게 의미와 가치만 홍보할 것이 아니라 진짜 마룻바닥 안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하고 갈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되길 원한다.

더불어 광양을 찾는 이들에게 또는 시민들에게 광양 출신의 작가를 알리고 현재 광양 내에서 문학의 꽃을 피워 내는 지역 작가들도 동시에 알릴 수 있고 지역 내 문학 활성화의 근간이 될 수 있는 ‘시대를 아우르는 문학관’으로 이용 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전국의 윤동주를 사랑하는 이들이 ‘기대’ 뒤에 ‘씁쓸함’ 대신 광양에 대한 더 큰 기대와 즐거움이 함께 할 수 있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고귀한 정신적 산물을 함께 느끼고 소통 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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