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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행동으로 보아 평화통일이 힘들 것 같은데 스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2015.9.3. 법륜스님 순천통일강연

  • 입력 2016.07.31 07:10
  • 기자명 장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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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분단된지 70년인데 70년 내내 우리는 통일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통일이 되면 좋지만 통일이 안 된다고 못 사는 것은 아니였어요. 분단된 상태로도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고, 민주화가 이뤄질 수 있었고, 안보도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세계 최강국이고 가장 경제가 발전한 미국과 맹방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옛날에도 그랬기 때문에 지금도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계속 성장하고 안보도 유지되지 않겠나 하는데 여기에 우리의 맹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국제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6.25 전쟁 때 세계가 미·소로 양분되었듯이 지금은 미·중이 세계 패권을 갖고 경쟁하는 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에 우리를 둘러싼 정세에 힘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단된 상태로는 안보를 유지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미·일 동맹에 전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중국과 대립하는 쪽으로 가야 되고, 그렇지 않게 되면 미·일 동맹에서 왕따를 당해서 안보적 불안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경제도 더 이상 성장이 어렵습니다. 장기 불황에 돌입하게 됩니다. 20년 전 일본이 밟았던 길을 우리도 밟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선진국을 모방해 온 경제인데 이것은 그 모방에 성공을 해서 생긴 문제입니다. 모방을 해서 따라 배우기를 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어느 정도 근접하면 성장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성장 국면에서 이제는 정체 국면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국제 환경도 이러한데 국내적으로도 인구 구성이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복지 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에 놓여 있습니다.

남이 볼 때는 대한민국은 잘 사는 나라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조사하면 거의 세계 최하위로 나옵니다. 못 먹고 살아서 행복도가 떨어지는 문제는 절대적 빈곤으로 오는 문제이지만 먹고 살만 한데 행복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결국 상대적 빈곤이 크다는 것을 말합니다. 즉 빈부격차가 유별나게 큰 사회라는 것입니다. 양적 성장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질적 성장이라고 할 수 있는 분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첫째, 그 경쟁이 공정해야 합니다. 둘째, 경쟁에서 탈락하거나 경쟁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안전망을 구축해 줘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여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분배 문제만 해결되면 되느냐? 국민 전체의 여론은 성장도 계속 더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더 성장할 수 있는 해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저성장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우선 있어야 하고, 두 번째는 고성장은 안 되지만 저성장을 조금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유일한 길은 통일을 통한 북한 개발입니다. 세 번째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려면 모방 경제에서 창조 경제로 바뀌어야 하는데 이것은 교육 문제와 사회 제도 등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몇십년이 걸리는 사회의 대혁신을 해야 가능하지 센터 하나 만들어놓고 창조하라고 독촉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측면에서 통일 문제는 안보에 있어서나 평화에 있어서나 국가 성장에 있어서나 해결을 안 하면 안 되는 위기 지점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통일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라 통일을 안 하면 경제가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조금 더 국가가 발전하고 더 희망을 갖겠다고 할 때는 통일 없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은 거의 한계에 다달았습니다.

예전에는 통일 문제가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한다고 하는 약간의 정서적이거나 이념적인 문제였다면 지금의 통일 문제는 전혀 차원이 다른 민족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고 비전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통일을 주도하는 세력도 바뀌어야 합니다. 계급 계층적이거나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세력이 아닌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새로운 주체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으려면 보통 시민들도 동의할 수 있는 운동 방식이 개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원래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관병이 그 책임을 져야 하는데 관병이 책임을 못 질 때 주로 책임이 없는 백성이 일어나서 그 역할을 했던 것이 의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통일의 과제도 정부 안에 담당 부서가 지금 못 풀고 있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고 국민이 힘을 합해서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통일의병이 만들어졌습니다. 또 지금처럼 평화적이기 보다 전쟁을 통해서라도 풀어나가려고 하는 이런 분위기는 엄청난 민족적 불행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 더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민족의 공익을 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이런 비전을 갖고 함께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자, 질문을 해보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매주 교육청에서 역사와 통일에 대해 배우는 중학생입니다. 매주 통일 토론을 할 때마다 통일에 대해 찬성 측에서 웅변했는데 최근 북한의 지뢰 도발 사건이나 표준시 변경 등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평화 통일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평화 통일이 힘들다면 질문자는 전쟁을 통해서 통일하자는 거예요?”

“네,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청중들 웃음)

“하하하. 세네요. 힘이 세면 폭력에 대한 유혹이 있습니다.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인간 모두에게 있는 거예요. 엄마와 아이가 말다툼을 하다가 엄마가 말을 안 들어주면 아이는 ‘엄마를 때려버릴까’ 하는 생각을 안 해요. 그런데 엄마는 애가 말을 안 들으면 어떻게 해요? ‘이게 엄마한테 대들어!’ 이러면서 때리려 들어요.

또 아내와 남편이 말다툼을 할 때도 말이 안 통한다고 아내가 남편을 때려버리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그런데 말로 싸우다가 안 될 때 주로 주먹을 휘두르는 건 남자죠. 그러면 여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억울하죠. 말로 졌으면 항복을 해야 하는데 반칙을 하잖아요. 그런데 인간의 심리가 어떠냐 하면, 말로 안 되면 자기에게 있는 다른 수단인 힘을 동원해요. 그래서 남자 입장에서는 하나도 반칙이란 생각이 안 들어요. 이걸로 안 되면 저걸로라도 대응하려는 거지요. 가정사에서도 이래요. 사랑하는 부모 자식 간이나 부부 지간에도 갈등이 생겼을 때 힘이 있는 자는 힘을 가지고 제압하려는 유혹이 생겨요.

그런데 하물며 이 세상사는 말할 것도 없죠. 그러니 친구 지간에도 이야기하다 갈등이 생겼을 때 강한 쪽에서는 늘 물리력을 동원해서 상대를 제압하려는 유혹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남북 간에도 보면 분단이 되고 5년이 지난 1950년 당시에 남과 북 중 어느 쪽이 더 힘이 셌을까요? 당시에는 북쪽이 더 강했기 때문에 북은 통일을 힘으로 밀어붙여서 하려고 하는 유혹이 생겼어요. 남쪽은 약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남쪽은 자기 체제를 지키려는 방어적 입장이었고 북쪽은 공격적 입장이었죠. 전쟁이 시작된지 한 달 만에 부산 근교를 제외하고 모두 점령할 정도였으니 자기들은 밀어붙일만 하다고 충분히 생각했겠죠. 그런데 여기에 미국을 고려하지 않았어요. 남북만 보면 이 판단이 맞았지만 북한은 국제정세라는 걸 못 봤어요. 그러니 미국이 참여하면서 결국 세계 최강국과 싸우게 되어 밀릴 수밖에 없었잖아요.

그러면 38선까지 침략군을 물리쳤으면 멈춰야 하잖아요? 도둑이 집에 들어왔으면 쫓아내는 데서 끝나야 하잖아요. 그런데 힘이 강하니까 또 유혹을 느끼는 거예요. 그래서 쫓아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밀고 올라간 거예요. 밀고 내려올 때는 적화통일이었고 밀고 올라갈 때는 승공통일 또는 북진통일이라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이 ‘3.8선 위로 밀고 올라오지 말라. 밀고 올라오는 것은 부당하다’고 몇 번을 경고했어요. 그런데 힘이 있으니까 이 말이 귀에 안 들리죠. 그래서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가니까 중국이 백만 대군으로 개입한 거예요. 그래서 다시 밀려내려왔죠. 그러니 중국은 한국 전쟁을 뭐라고 부릅니까? 항미원조전쟁이라고 하잖아요. 자기들은 정당한 전쟁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 측의 사과는 없어요. 중국이 개입할 때는 북쪽이 남쪽을 침략한 처음부터 개입한 게 아니에요. 남쪽이 38선을 밀고 더 위로 올라갈 때 개입했기 때문에 이것은 미국의 침략에 대항해서 원조를 한 것이다, 그러니 항미원조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처음에 북쪽에서 남쪽으로 밀고 내려온 것으로 6.25 전쟁을 평가하고, 북쪽은 자기들이 그런 건 빼놓고 뒤에 밀고 올라간 것만 가지고 계속 평가를 하니까 미국이 밀고 올라온 것을 막아냈다 해서 뭐라 그래요? 우리는 휴전기념일이라고 하지만 북쪽에서는 승전기념일이라고 해요. 북쪽에서는 처음에 흡수통일하려고 밀어내려온 것에 비추어 보면 이 전쟁은 실패한 거예요. 그러나 자기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려고 하다 보니 세계최강국인 미국의 침공을 막아냈다 해서 승전기념일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힘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 오판을 하니까 결과적으로 밀고 내려온 것도 실패가 되었고, 밀고 올라간 것도 실패가 되었고, 이 전쟁 기간 동안 280만 명의 군인과 민간인이 죽었어요. 한국군, 북한군, 중국군, 미국군, 여러 나라에서 참전한 유엔군과 민간인 등 많이 죽었어요. 부상당한 사람은 이루 셀 수가 없고 이산가족은 천만 명이 되었습니다. 물론 재산피해도 이루 말할 수가 없었어요. 제대로 서 있는 건물이 하나도 없다 할 만큼 초토화되었어요. 그러면 학생은 그런 전쟁을 한번 해보자는 거예요?”

“독일은 흡수통일을 했잖아요. 그렇지만 동독과 서독의 경제적 격차 보다 남과 북의 경제적 격차가 훨씬 더 크다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우리는 흡수통일이 힘들지 않을까 싶거든요.”

“지금 경제력이 남쪽이 북쪽보다 몇 배 더 큰 지 알아요? 50배예요. 군사비는 북쪽이 많이 쓸까요, 남쪽이 많이 쓸까요?”

“남쪽이요.”

“남쪽이죠. 게다가 북쪽은 외국과 군사동을맹 맺은 데가 없이 혼자 뿐이고, 남쪽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죠. 그러면 군사적 위협을 북쪽이 많이 느낄까요? 남쪽이 많이 느낄까요? 사람이 지나가다가 뱀을 밟았어요. 그래서 뱀이 사람의 다리를 물었다고 생각해봐요. 그럴 때 뱀이 놀랐을까요? 사람이 더 놀랐을까요? 사람 생각에는 사람이 더 놀란 것 같지만 실제로는 뱀이 더 놀랐겠지요. 뱀이 사람을 문 것은 잡아먹으려고 물었을까요? 자기를 방어하려고 물었을까요?”

“방어하려고요.”

“그러니 우리가 뱀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사람의 생각이에요. 뱀은 자기를 방어하는 거예요. 벌집 근처에 갔다가 벌에게 쏘였다고 해서 벌이 나쁘다고 하는데, 벌이 사람을 더 겁낼까요? 사람이 벌을 더 겁낼까요?”

“벌이 사람을 더 겁내겠죠.”

“그것처럼 지금은 남한이 경제력도 더 강하고, 한미동맹을 고려하면 군사력도 더 강하고, 또 정치적으로도 북한보다는 남한이 더 안정되어 있어서 6.25 전쟁이 일어날 때와 완전히 뒤바뀌어 있어요. 그래서 북한은 계속 ‘우리를 건드리지 마라. 건드리면 너희들도 같이 죽는다’고 하면서 자기 체제 방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렇게 북한이 합리적이지 못한 행동을 한다고 해서 그것을 평화적 통일이 어렵다는 쪽으로 판단하는 건 너무 단편적인 시각입니다.

저러니까 통일을 못한다는 판단은 할 수 있어요. 질문자가 통일론자인데 평화적 통일이 어렵다고 보면 남은 길은 전쟁 통일 밖에 없어요. 그러나 전쟁 통일은 엄청난 위험을 자초하기 때문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질문자가 평화적 통일론자에서 후퇴하려면 전쟁 통일론으로 갈 게 아니라 통일을 하지 말자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그러면 자기는 평화적 통일이 안 되면 전쟁을 해서라도 통일해야 된다는 생각이예요? 그렇지 않으면 평화적 통일이 어렵다면 통일을 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예요? 어느 쪽이예요?”

“저는 전쟁을 통해서라도 통일을... 데미안이라는 책을 봤는데 전쟁이나 죽음은 새로움을 탄생시킨다고 하면서 그래서 새는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자기가 먼저 실험으로 죽어 보지요. 나는 안 죽으려고 하면서 남은 죽어도 된다고 하는 그런 얘기는 옳지 않아요. 군대 지휘관이 자기가 제일 먼저 휴전선 앞에 가서 총을 들고 전쟁을 하자고 한다면 저도 동의를 하겠는데, 자기는 후방에 있으면서 남의 집 젊은 아이들 앞세워서 전쟁하자고 얘기를 하는 것이니까 저는 동의를 못하겠어요. 자기는 안 죽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니까요. 한달만 바짝 밀어붙이면 이길 수 있다고 하는데 그 한달 동안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은 누가 책임질 건가요? 죽은 아들의 엄마가 생각할 때는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적이 침공해 올 때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한다는 것은 아주 좋아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처럼 전쟁을 해서라도 통일을 해버려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예요. 중학생이 벌써부터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어떡해요?" (청중들 웃음)

“아, 제가 생각을 바꾸어야겠군요.” (청중들 박수)

“아무리 통일이 좋아도 전쟁으로 통일을 해서 얻을 이익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첫째, 남북 간에 전쟁을 하면 남한이 이길 확률은 높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을 거냐를 생각하면 북한이 갖고 있는 재래식 살상 무기는 우리에게 치명적 피해를 입힐 만큼의 역량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자폭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판사판이 되면 질 때 지더라도 원자력 발전소라도 미사일로 때려버리고 질 것 아니겠어요? 그러면 이기면 뭐해요? 엄청난 손실이 생기는데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가 다 폭격을 당하고 전쟁에서 이겼다고 할 때 그렇게 이겨서 뭐할 거예요? 지금은 우리가 중국보다 앞서 있는데 이런 산업들이 파괴가 되면 다시 복구하는 동안에 중국이 더 앞서가게 되겠죠. 그렇게 되면 북한에 대해서 이긴 것은 맞는데 주변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는 뒤쳐져 버리게 됩니다.

유럽의 패권을 갖기 위해 독일과 프랑스가 서로 싸웠는데 전쟁 끝나고 보니까 그 패권이 소비에트와 미국으로 가버린 겁니다. 전쟁에서 이겨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철천지 원수였던 독일과 프랑스는 다시 협력을 한 겁니다. 그것이 바로 독-프 석탄 철강 경제 공동체(ECSC)에서 베네룩스 삼국을 합쳐서 유럽 경제 공동체(EEC)로 나아가서 오늘날 유럽연합(EU)으로 발전한 것이죠. 그래서 전쟁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이기기는 이기는데 얻는 이익이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사실은 이길 가능성도 없습니다. 남북만 비교하면 위험 부담이 크긴 하지만 남한이 이길 가능성이 있어요. 그러나 중국이 볼 때는 어떨까요? 북한이 자발적으로 스스로 남한과 협의해서 통일을 해버리면 중국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지지만, 남한이 군사적으로 밀어붙여서 통일을 하겠다고 하면 중국이 개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이 남한이 중심이 되어서 통일하는 것을 용납하려면 한미동맹을 중단해야 합니다. 통일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완전히 중립 지대로 온다는 것만 보장이 되면 중국도 충분히 통일에 동의할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될 수 있나요? 지금의 한·미 동맹을 변화시키는 건 어려워요. 그래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이 상태에서 남한이 북한을 힘으로 통일한다는 것도 중국의 동의를 얻는 게 절대로 불가능해요. 이것은 중국의 개입을 불러와서 엄청난 손실을 낼 뿐만 아니라 결국 휴전 상태로 다시 돌아가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러니 학생이 다시 생각해 보세요.”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그러면 저 같은 생각을 다른 청소년들도 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청중들 웃음)

“자기가 통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통일론자라면 만약에 평화적 통일이 안 된다면 ‘나는 평화가 우선이지 통일이 우선은 아니다’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즉 한 발만 후퇴해야지 열 발을 후퇴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통일이 우선이지만 그게 안 된다면 평화라도 지켜야 하는 겁니다. 지난 50년 간 이룩해 놓은 우리의 자산과 인명을 우선 지켜낸 상태에서 앞으로 더 잘 되기 위해 통일을 해야 합니다. 더 잘 되기 위한 통일이 불가능하다면 현재라도 지켜야 하는데 현재까지 말아먹는 전쟁을 하는 것은 올바른 행동이 아닙니다. 통일은 우리에게 미래이고 희망이지만 통일 지상주의자가 되면 화를 자초할 수가 있습니다.”

“제 꿈이 정치인이였는데, 어리석은 생각을 하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우리는 평화를 소중하게 여겨야 하지만 평화 지상주의자가 되면 안 됩니다. 평화 지상주의자는 평화만 유지된다면 통일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분단 고착화로 가게 됩니다. 분단이 되든 어떻게 되든 평화만 유지되면 된다는 생각이죠. 북한에 친중 정권이 들어서서 모든 안보를 중국이 커버해 준다면 북한은 개혁개방을 할 수가 있어요. 그러면 북한의 인권도 좋아지고 경제도 좋아지고 남북 간의 전쟁의 위협도 없어질 겁니다. 아마 전 세계가 다 좋아할 거예요.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것을 받아들이면 안 돼요. 왜냐하면 통일의 꿈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전쟁 보다는 나은데 그러나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만 나아가 통일을 추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평화를 딛고 통일을 원하는 것이지 평화만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평화만 원한다면 남북 양쪽에 독립국가가 들어서서 남, 북, 미, 중이 4자 회담을 해서 평화협정을 맺어버리면 평화는 유지될 수 있어요. 그러나 통일은 안 돼요. 그래서 평화협정을 맺을 때도 남북이 당사자가 되고 반드시 미중이 보증을 서주어야 합니다. 보증을 안 서주면 남북 간의 불신 때문에 보장이 안되니까요. 그렇게 평화를 먼저 이뤄내고 그것을 딛고 통일로 나아가는 평화를 우리가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통일 지상주의는 잘못하면 전쟁을 몰고 올 수 있고, 평화 지상주의는 분단을 고착화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평화는 우선적으로 중요하지만 우리는 통일을 향한 꿈을 잃으면 안 됩니다. 평화를 유지하면서 통일을 추구해 나가야 합니다. 통일이 안 된다고 통일을 포기하거나 통일을 위해서 평화를 포기하거나 하는 이런 태도는 단견이 될 수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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