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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홋카이도 양조장 견학기(3)

홋카이도 와인 갤러리

  • 입력 2016.12.08 05:12
  • 수정 2017.03.08 05:38
  • 기자명 장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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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 유리공예관과 오르골당>

니카 증류소 방문을 마치고 오타루 항구로 갔다. 오타루 항구에는 운하가 있다. 관광안내서에는 오타루 운하가 대단한 것처럼 반드시 보아야 할 관광지인 것처럼 설명되어 있는데, 막상 현장을 보니 조그마한 운하이다. 홋카이도 무역항으로 발전했던 오타루는 선박들의 하선작업을 위해 1914년 1923년까지 운하를 건설했다. 운하 길이는 1.3㎞ 폭은 40m라고 한다. 선박들이 드나들던 운하가 본토와 연결되는 지하도로가 생기면서 항구로서의 기능은 점차 상실되었다 한다. 1986년에 운하 주위에 산책로를 정비하고, 창고들은 유리공예를 하는 전시관등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1930년대의 낡은 창고들이 문화유산이 되는 셈이다. 지금은 이 낡은 창고들에 유리공예 및 그 전시관이 만들어졌으며,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지역이 되어 있다.

오타루 운하

유리공예도 이곳이 수산업 전진기지가 되면서 유리로 된 부표를 만들면서 유리공업이 발달하였다 하고, 이후 유리공업을 유리공예로 발전시켰다고 한다. 산업용으로 사용하던 것을 관광용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어쩌면 순간적인 발상의 전환이지 싶다.

오타루에 있는 조그마한 마트를 들어가보았다. 아마도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상가인듯 싶다. 우선 궁금한 것은 과연 일본에서 조그마한 마트에서는 술 매장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이다. 조그마한 매장인데도 불구하고 진열된 술이 가지가지로 많았다. 어찌보면 자신들의 술에 대한 자부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오타루 시내에서 잠깐 들려본 조그마한 동네마트에 진열된 일본술 진열장

오타루 항구 근처에는 유리 공예관 뿐만 아니라, 오르골이 또 유명하다. 오르골 하면 자명금이라고도 한다. 길이가 다른 금속판을 음계순으로 부착해서 태엽의 힘으로 돌려서 소리를 내는 것이다. 1770년경 유럽의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것으로 그 당시에는 담배케이스, 인형상자 등에 오르골을 장치하였다고 한다. 오르골을 산업화해서 오르골 거리를 만드는 것도 일본의 적응력이 한층 돋보이는 점이지 싶다. 오르골 당은 1912년에 만들어진 벽돌건물이며 내부로 들어가면 2층으로 된 판매점에 약 1만여점의 오르골이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목조로 만들어진 인테리어는 오르골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맞은편 오르골 당 2호관도 오르골을 파는 매장인데, 앤틱 뮤지엄으로 불리며, 1908년에 제작된 파이프 오르간이 유명하며 방문객을 위해 연주를 시연하기도 한다.

오타루 오르골당에 진열된 여러가지 오르골

오타루항구나 유리공예관 및 오르골당은 우리들의 주요 관광지가 아니고 그냥 오타루에 왔으니 그냥 눈요기 겸 슬쩍 들려보는 정도였다. 여행은 다시 술여행으로 들어갔다.

 

<홋카이도 와인>

오르골당 근처에서 식사를 마치고 오타루의 산속에 위치한 홋카이도 와인 갤러리로 갔다. 이곳은 홋카이도 포도재배농가로부터 포도를 수매하여 와인을 제조하는 곳이다. 정식명칭은 하코다테 와인공장의 직영 판매장이라고 한다.

홋카이도 와인 갤러리 입구

홋카이도는 와인제조용 포도의 생산면적이 일본 최대의 규모라고 한다. 그것은 한 여름에도 섭씨 25도가 잘 넘지 않은 서늘한 기후로 식용포도의 생산량은 적지만 강우량이 많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장마와 태풍의 피해가 없는 지방이며, 건조한 기후가 와인제조용 포도를 재배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홋카이도 와인의 포도농가들이 재배하는 포도농장

홋카이도의 포도는 당도가 28Brix 이상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식용 포도가 20-22Brix정도이면 그 정도를 알 수 있다. 당도가 높아야 품질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다. Brix는 당도를 측정하는 단위로 100g의 포도쥬스에 1g이 당이 들어 있는 것을 1Brix라 한다. 실제로 포도에서 1Brix라도 높은 포도원재료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와인갤러리라고 해서 특별하게 와인에 대한 대단한 갤러리를 연상하고 왔는데, 막상 들어서보니 평범한 와인매장 정도라고 할까. 내부에는 홋카이도 포도농장의 포도 생산에 대한 홍보물과 와인생산에 필요한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고, 시음할 수 있는 시음대가 있다. 시음은 와인병이 놓아지고 잔을 달리하면서 각자 알아서 시음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역시 그 맛을 보고 사갈 수 있도록 판매하는 것이다.

홋카이도 와인 갤러리의 판매 진열장

와인맛을 보라고 한다면 사실 표현하기가 너무 어렵다. 와이너리에 가서 품위있게 폼을 잡고 앉아서 와인잔을 기울이는 모습, 그것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이 그것을 그대 재현해 내는 것을 연상한다. 사람 얼굴만큼이나 큰 와인 잔을 앞에 놓는다. 바닥에 조금 깔릴 정도의 와인을 따른다. 와인을 따를 때는 와인 잔을 바닥에 놓고 손으로 살그머니 눌러 잡는다. 와인 병은 바닥의 오묵한 부분에 엄지가 들어가도록 한손으로 잡고 돌리면서 따른다. 와인병에서 와인잔으로 이동하는 와인이 내는 그 소리는 어떤가. 와인 잔의 날씬한 곡선을 감상하면서 여린 와인잔의 목부분을 살짜기 잡는다. 그리고 마주앉은 연인과 눈을 맞춘다. 와인잔을 비켜가면서 부딪친다. 와인 잔의 부딪치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와인잔의 선명한 소리를 들으면서도 연인들의 시선은 서로의 눈에 고정하고 밀어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 선명한 소리도 그들의 언어에 포함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홋카이도 와인 갤러리의 오늘의 시음 와인
홋카이도 와인 시음잔- 음미하는 동안에 여러잔을 마셔본다. 시음은 본인이 알아서 따라 마신다.

이 와인갤러리에서 마셔보는 와인들을 서로 비교해 보았다. 여러 가지의 와인을 맛보면서 비교하는 것이 와인을 깊이 있게 알게 하는 것 같다. 와인은 향이다. 그 향을 음미하면서 시작하는 것인 듯 싶다. 그리고 부드럽게 넘어가게 하느냐 아니면 껄끄럽게 넘어가느냐, 단맛의 정도는 그리고 드라이한 맛인가 등등 한모금씩 할 때마다, 그 집중방향을 달리하면서 음미한다. 그러나 그런 오감의 느낌의 문제는 취향이고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점이다. 맛 기행을 하는 국내 TV에 출연하는 사람들의 천편일률적인 표정들이 연상이 된다. 우리도 이 와인의 시음을 하면서 역시 같은 방식의 연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와인을 한모금하고 음미하는 표정으로 건너편에 있는 상대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맛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런 것이 지극히 인간적인 것 같기도 하다.

일본내에서 은상을 받은 와인

이 와인공장에서 2012년산의 와인으로 2015년도에 일본내에서 은상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생산되었던 와인이 전시되어 있는데 판매가격이 3,400엔 정도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4만원정도이다. 비싼 값은 아니지만 그런다고 선뜻 사기는 좀 그랬다. 그런다고 내가 와인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눈요기만으로도 충분한 듯 싶었다.

홋카이도 와인의 저장고

갤러리의 한쪽 벽쪽으로는 스텐레스로 된 와인 저장탱크가 눈에 띄었다. 탱크에는 와인이 가득 들었다는 것이다. 전시용 탱크이기도 하지만 과거 공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갤러리에 전시된 와인용 포도는 실리콘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한국에서 흔히 보는 그런 포도가 아니다. 알이 잘고, 별로 먹음직스럽지 않았다. 머루정도의 굵기라고 할까. 그리고 그 옆으로는 오래전에 사용했던 포도 선별기 등 여러 가지 와인생산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홋카이도 와인 제조용 포도, 실리콘으로 제작해서 전시용으로 놔두었다.
실리콘으로 만든 전시용 포도지만 크기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식용포도에 비하면 아주 작다

 

이왕 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잠깐 살펴보면, 동양에서는 곡류를 이용하여 만든 술을 그대로 마시는 탁주(濁酒)와, 탁주를 가라앉혀서 얻는 맑은 술, 즉 청주(淸酒)에 여러 가지를 가미하여 다양하게 변화시킨 술이 발달하였다. 서양에서는 포도 재배가 잘되는 곳에서는 와인이,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맥주가 발달하였다. 이렇게 자연의 힘을 이용하여 술을 만들던 방식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는데, 다름 아닌 증류라는 방법으로 알코올 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한 것이다.

이 기술은 근대 화학의 기초를 확립한 아라비아의 연금술사가 개발한 것으로, 동서양에 고루 퍼지게 된다. 동양에서는 곡주를 증류하여 소주·고량주 등 독한 술이 나오면서 여기에 인삼·매실 등을 넣은 추출주도 출현하게 되고, 서양에서는 와인을 증류하여 브랜디를, 맥주를 증류하여 위스키와 진 등을 만들게 된다. 이렇듯 인류가 소주·위스키·브랜디 등 증류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와인은 포도주이다. 잘 익은 포도의 당분을 발효시켜 만든 알코올 음료로 영어로는 와인(Wine), 프랑스어로는 Vin(뱅), 이탈리아어로는 Vino(비노), 독일어로 Wein(바인)이라고 한다. 역사는 BC 9000년 경 신석기 시대부터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으로 포도를 따서 그대로 두면 포도껍질의 천연 효모인 이스트(Yeast)에 의해 발효가 진행되어 술이 되었고 그것이 인류가 마시기 시작한 최초의 술이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 후 그리스인들은 와인의 양조를 익혀 무역을 하였고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에게 와인을 바쳤다. 로마시대에 와서 식민지로 지배하던 유럽 전역과 영국의 일부, 지중해 연안에 포도밭을 만들고 와인기술을 전수했으며, 이것이 현재 유럽의 포도주 생산 기반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마제국의 멸망 후 와인 기술은 수도원을 중심으로 보급되었으며, 백년전쟁, 프랑스 혁명을 거치며 포도 경작 지역과 와인산업 시스템에 변화가 오게 된다. 16C 이후에는 신대륙을 중심으로 아메리카 대륙과 호주, 칠레 등지에서도 많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와인의 역사는 인류의 시작, 문명의 흐름과 관계가 있다.

수확한 포도는 곧 기계에 걸어 파쇄제경(破碎除梗)하여 발효통에 옮겨 발효시킨다. 이 때 씨를 부수면 술맛이 나빠지므로 씨를 부수지 않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예전에는 사람이 발효통에 허벅다리까지 잠기며 들어서서 발로 포도를 으깨었다. 포도에는 원래 효모가 붙어 있으나, 현재는 배양한 양질의 효모를 첨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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