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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나 베트남이나 사람 사는 건 똑같아요"

베트남에서 시집 온 월호도 마이나씨

  • 입력 2017.01.31 15:24
  • 수정 2017.02.02 17:21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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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호도 마을 이장직을 수행하며 우편배달도 하는 윤근조씨와 베트남에서 시집 온 마이나씨 부부 모습
 월호도 마을 이장직을 수행하며 우편배달도 하는 윤근조씨와 베트남에서 시집 온 마이나씨 부부 모습
ⓒ 오문수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씨와 함께 여수시 화정면에 있는 월호도를 방문하기 위해 돌산 군내리에 도착했다. 돌산항에서 손님 세 명을 태우고 출항한 시각은 오전 7시 10분이었지만 겨울이어서인지 바다가 깜깜했다.

월호, 월전, 두라, 나발, 횡간을 오가는 배는 원래 손님이 많았지만 가장 손님이 많은 화태도에 대교(2015.12.22.)가 놓인 이래로 손님이 확 줄었다. 월호도 이장이자 부부가 우편 배달하는 윤근조(52세)씨를 만나기 위해 월호항에 내렸다.

반달처럼 생긴 월호리, 신석기시대부터 사람 거주
 

 윤근조씨 부부가 사는 월호도 모습으로 드론으로 촬영했다. 자세히 보니 공룡이 웃으며 먹이를 먹는 모습이다
 윤근조씨 부부가 사는 월호도 모습으로 드론으로 촬영했다. 자세히 보니 공룡이 웃으며 먹이를 먹는 모습이다
ⓒ 오문수

 

 

 월호도 남서쪽 2킬로미터 지점의 바위에는 진시왕의 명령으로 불로초를 구하러 나섰던 서불이 쓴 '서불과차'라고 새긴 바위가 있었는데 태풍 때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사진속에 떨어져 나간 바위가 보인다
 월호도 남서쪽 2킬로미터 지점의 바위에는 진시왕의 명령으로 불로초를 구하러 나섰던 서불이 쓴 '서불과차'라고 새긴 바위가 있었는데 태풍 때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사진속에 떨어져 나간 바위가 보인다
ⓒ 오문수

 


월호도는 마을 앞 해안이 반달모양의 호수와 같다고 해서 월호라 불렀다. 마을 동쪽은 비상하는 학의 모양과 같다하여 '비자금'이라고 불린다. 여수시청에서 27㎞, 돌산읍에서 10㎞,  면소재지에서 남동쪽으로 12.5㎞ 떨어져 있고 해안선 길이는 7.88㎞, 면적은 2.07㎢이다.

농업과 어업을 겸하며 주요 농산물로는 고구마, 파, 보리, 마늘, 콩 등이 재배된다. 연근해에서는 주로 우럭, 문어, 장어, 멸치, 넙치 등이 잡히며 김, 미역 등을 양식한다. 마을은 섬 중앙에 있고 남서쪽 약 2㎞지점에는 진시왕의 불로초를 구하던 서불이 암벽에  '서불과차(徐市過此)'라고 새긴 바위가 있어 '글쓴개' 또는 '글씽이'로 불렸으나 태풍에 바위가 떨어져 나갔다.

주민 센터에 기록된 내용에는 조개더미가 발견되어 신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몇년 전까지 92세대에 220여 명의 주민이 살았지만 현재는 60세대에 105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월호항에 내려 유리창으로 불이 새어나오는 건물이 보여 들어갔다. 인사를 하며 들어가니 추위를 막기 위해 옷을 겹쳐 입은 네 명의 아주머니가 주낙용 낚시를 달고 있었다. 새벽부터 나와 일하는 아주머니가 주낙 한 통에 받는 돈은 4천원이다. 보통 90분 정도 걸려야 한통을 만들 수 있다. 사진을 찍으려하자 한 아주머니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새벽부터 나와 주낙에 낚시를 다는 아주머니들. 한 통 만드는 데 4천원 받는다고 한다
 새벽부터 나와 주낙에 낚시를 다는 아주머니들. 한 통 만드는 데 4천원 받는다고 한다
ⓒ 오문수

 


"얼굴이 안 나오게 찍으세요. 텔레비전에 얼굴이 나오면 자식들이 난리에요. 아침밥도 굶고 새벽부터 나왔지만 여기 오면  친구 만나서 심심하지도 않고 서방님 흉도 보고 자식들 흉도 보고 그래서 좋아요. 물론 용돈도 벌지요"

아주머니들과 헤어져 이장인 윤근조씨 댁으로 가자 밥을 먹고 있었다. 부인 마이나씨에게 "아침밥도 안 먹었다며 밥 달라"고 하자 "미리 전화를 하고 오시지 이렇게 갑자기 오면 반찬도 없잖아요"하며 내놓은 반찬은 한국인들의 밥상과 똑같았다. 집안에 외지인이 온 것을 반기는 태영이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재잘댄다. 마을현황판에 기록된 자료를 보면 7살 이하 아이가 남자 4명, 여자 2명이라 태영이는 놀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윤근조씨의 첫째 아들 태영이(7세)와 진영이가 고양이를 가리키고 있다
 윤근조씨의 첫째 아들 태영이(7세)와 진영이가 고양이를 가리키고 있다
ⓒ 오문수

 


"여수시내 유치원에 다니는 장원이가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집에 와요. 장원이가 오면 심심하지 않아요. 동생 진영이가 슬리퍼에 오줌쌌으니까 화장실갈 때 슬리퍼 신지 마세요."

마을 이장직을 수행하고 아내와 함께 우편배달도 하는 윤근조씨

식사를 마친 부부가 우편배달부 옷으로 갈아입고 주섬주섬 짐을 챙길 때 이웃집에 사는 태영이 고모가 들어오자 반갑게 인사하는 태영이. 잘생긴 얼굴에다 살갑게 군다.

2년 전까지 태영이와 진영이를 돌봐주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부부가 우편배달하기 위해 집을 비우면 고모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집으로 온다. 고모가 바쁠 때는 보건소 소장이 돌봐주기도 한다. 부부가 우편 배달하는 일정을 살펴보기 위해 윤씨의 성진호에 동승했다.

1.85톤인 성진호는 모터보트가 달려있어 빠르다. 최대 20~25노트까지 낼 수 있으니 시간당 40~50㎞를 달릴 수 있는 셈이다.  윤근조씨는 직장생활하다 30대 후반에 고향으로 내려와 가두리하면서 손해를 많이 봤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마이나..."한국이나 베트남이나 사람 사는 건 똑같아요"
 

 윤근조씨의 배가 제도에 도착하자 재빨리 선창가에 로프를 맨 후 부둣가에 세워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러 가는 마이나씨. 남편은 걸어다닌다
 윤근조씨의 배가 제도에 도착하자 재빨리 선창가에 로프를 맨 후 부둣가에 세워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러 가는 마이나씨. 남편은 걸어다닌다
ⓒ 오문수

 

 

 화정우체국으로 올라가다 단풍잎을 본 마이나씨가 "예쁘다!" 며 길가에서 단풍잎을 땄다. 베트남에는 예쁜 꽃도 많지만 단풍잎은 없다고 한다. 그녀의 심성을 알 수 있었다.
 화정우체국으로 올라가다 단풍잎을 본 마이나씨가 "예쁘다!" 며 길가에서 단풍잎을 땄다. 베트남에는 예쁜 꽃도 많지만 단풍잎은 없다고 한다. 그녀의 심성을 알 수 있었다.
ⓒ 오문수

 


윤씨가 7년 전인 45살에 베트남에 사는 마이나를 만났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부부에게 처음 만났을 때 어디가 맘에 들어 결혼했는지를 묻자 남편이 먼저 얘기를 시작했고 웃음 띤 마이나가 연이어 대답했다.  

"처음 보았을 때 눈하고 이가 매력적이었어요. 특히 살짝 미소짓는 모습이요."
"제 남편이요? 저도 남편이 미소 짓는 모습이 맘에 들었어요."


겨울바다는 춥다. 운전석에 선 부부 뒤에서 얘기하던 내 얼굴에 콧물이 나왔는지 화장지를 주는 마이나의 따뜻한 마음씨가 읽혀졌다. 화정면 전체를 관할하는 화정우체국으로 가는 도중 배 한척이 앞길을 가로지르자 배 위의 네비게이션이랄 수 있는 V-pass가 '삐삐' 소리를 내며 경고음을 울렸다. 윤씨에게 "부인 자랑좀 하라"고 했다.

"착하고 남편 말 잘 듣고 음식 잘해요"

백야도에 있는 화정우체국에 도착하자 개도를 제외한 화정우체국 집배원들이 모두 모여 배달할 우편물을 분류하고 있었다. 정창순 우체국장에게 "애로사항을 말해달라"고 했다.
 

 화정우체국에서 배달할 물건들을 분류하는 윤근조 마이나 부부
 화정우체국에서 배달할 물건들을 분류하는 윤근조 마이나 부부
ⓒ 오문수

 

 

 주문받은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 짐을 나르는 윤근조씨
 주문받은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 짐을 나르는 윤근조씨
ⓒ 오문수

 


"목표액이 내려오는 데 주민감소로 힘들어요. 집배원들이 생활력도 강하고 열심히 해도 인구 감소는 어쩔 수 없잖아요. 우체국 몸집도 줄이고 통신판매도 하는데 설 앞두고 주문이 있네요."

배달할 편지와 물건을 실은 배가 제도에 도착하자 마이나가 재빨리 로프를 걸고 항구에 세워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나가면 남편은 걸어서 배달한다. 부부의 오토바이는 3대다. 이들이 오토바이를 마련해 큰 섬마다 세워둔 이유는 배달을 빨리하기 위해서다. 마이나가 우편배달하고 돌아올 때 할머니들이 베푸는 인심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달하고 돌아올 때면 할머니들이 예쁘고 고맙다고 하면서 감도 주고 콩도 주기도 해서 사양해도 '받아! 받아!'하며 기어이 손에 쥐어주기도 해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의 어려움과 한국생활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말하자 마이나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편인 윤근조씨가 자봉도에 배달할 우편물을 챙길 때는 마이나씨가 운전대를 잡았다
 남편인 윤근조씨가 자봉도에 배달할 우편물을 챙길 때는 마이나씨가 운전대를 잡았다
ⓒ 오문수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한국말이었고 두 번째는 음식이었어요. 지금은 한국말도 음식도 괜찮아요.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똑같아요. 한국사람들은 더 좋은 교육, 더 잘살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베트남 사람들은 욕심 안 내고 편히 살아요. 지금 한국생활이요? 남편과 아이들이 있어 좋아요"

윤씨와 마이나가 우편 배달하는 담당구역은 다르다. 남편은 자봉도와 월호도, 부인은 제도이다. 하지만 배로 오가야 하기 때문에 윤씨 소유의 선박을 타고 함께 배달한다. 배를 운영하는데 드는 경비는 도선비 정도를 지원받는다.

섬에는 가게가 없고 나이든 노인들이 대부분이라 잔심부름까지 도맡아 한다. 노인들이 부탁한 쌀, 간장, 조미료, 담배, 소주 심부름도 하지만 때론 은행 심부름까지도 한다. 여수시내까지 나가기가 번거로운 노인들은 우체국이나 농협을 이용하기 때문에 힘든 건 아니다.

윤씨가 기억에 나는 일화도 소개했다. 어느 날 밤 갑자기 환자가 발생했다며 병원에 태워달라고 요청이 들어왔다. 해경대에 요청하면 출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뱃길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환자를 싣고 119에 전화를 해 항구에 구급차를 대기시켜 해결했다. 부부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바람 불고 파도가 칠 때란다.

올해 일곱 살인 태영이는 인근에 있는 화태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닌다. 요즘은 방학이라 집에서 쉬지만 아침 7시 반에 섬으로 오는 통학선에 태워 병설유치원에 보내는 게 안쓰럽다. 윤씨는 "폐교된 화태초등학교 월호분교에 병설유치원을 개설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도를 가르며 나가는 엔진소리에 놀란 새떼들이 가두리양식장 위를 날아간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나에게 윤씨가 말을 꺼냈다.
 

 엔진 소리에 놀란 새들이 가두리 양식장 주변을 맴돌고 있다. 새들이 가두리 양식장에서 기르는 고기를 잡아먹어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엔진 소리에 놀란 새들이 가두리 양식장 주변을 맴돌고 있다. 새들이 가두리 양식장에서 기르는 고기를 잡아먹어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 오문수

 


"바닷사람들에게 새들이 예쁘기만 한 건 아니에요. 물가마귀가 가두리 양식장에 들어와 고기를 다 잡아먹기도 하고 청둥오리와 오리 종류들이 미역과 해태양식장에 들어와 해조류를 뜯어먹어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배달할 섬이 가까워지자 윤씨가 마이나에게 운전대를 맡기며 "배 잘봐!"하며 짐을 챙기면서 요즘 가두리사업이 잘 안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고기 값은 그대로인데 사료 값은 10배 상승 ▲태풍, 적조, 어병 등의 자연재해 ▲인건비 상승 ▲ 값싼 외국수산물 수입 ▲ 항생제를 사용한다며 소비자들이 기피하는 현상

여수이주민센터 이사직을 맡아 이주민결혼가정 여성을 상담하다 보면서 상호간에 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위태로운 가정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이역만리에서 한국까지 시집온 마이나가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한 가운데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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