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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러 섬에 들어갔는데 그게 아니더라

대나무와 굴이 많아 불린 이름 죽굴도

  • 입력 2017.03.21 18:33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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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으로 촬영한 죽굴도 모습
▲  드론으로 촬영한 죽굴도 모습
ⓒ 이재언

 


며칠 전 목포대학교 이재언 연구원과 함께 죽굴도를 방문했다. 완도 노화도에서 서쪽으로 약 14㎞ 해상에 자리한 섬은 북위 34°09′, 동경 126°30′ 에 위치하고 면적 0.12㎢, 해안선길이 3㎞인 작은 섬이다.

주변에 장도·외모도·문어도 등의 작은 섬이 산재해 있으며 왕대나무가 많이 자생하여 죽도라 부르다가 동굴이 많아 죽굴도로 개칭했다. 촛대 모양을 한 섬은  남쪽 해안에 해식애가 발달하였고 섬 중앙에 높이 61.5m의 산이 있다.
 

 죽굴도에서 가장 예쁜집 모습.
▲  죽굴도에서 가장 예쁜집 모습.
ⓒ 오문수

 

 

 죽굴도 어느 집 골목길에서 바라본 바다가  정겹다. 건너편에 태양광발전소와 풍력발전소가 보인다.
▲  죽굴도 어느 집 골목길에서 바라본 바다가 정겹다. 건너편에 태양광발전소와 풍력발전소가 보인다.
ⓒ 오문수

 


한때 14호에 30명의 주민이 살고 분교까지 있었던 섬에는 노화도 미라리에서 들어간 김일호(59)씨 혼자 산다. 선착장에 배를 대고 방파제로 올라가는 길은 험하다. 사람이 오르내릴 수 있도록 김씨 혼자 판자를 엮어 바위 사이에 고정시켜 놨기 때문에 중심을 잘못 잡으면 물 속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

현재 혼자 살지만 사람의 흔적은 여기저기 남아있다. 태양광발전소, 폐교, 멸치를 삶았던 멸막과 오밀조밀하게 쌓은 돌담들에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지만 고단했을 그들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었다.
 

 25년 동안 자신의 배인 '등대호'를 타고  혼자 섬을 돌았던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씨가 지인의 배를 빌려 완도 인근섬을 돌고 있다.
▲  25년 동안 자신의 배인 '등대호'를 타고 혼자 섬을 돌았던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씨가 지인의 배를 빌려 완도 인근섬을 돌고 있다.
ⓒ 오문수

 

 

 죽굴도에 혼자사는 김일호씨가 방파제에 설치한 나무 판자길로 이재언씨가 드론을 들고 올라오고 있다.
▲  죽굴도에 혼자사는 김일호씨가 방파제에 설치한 나무 판자길로 이재언씨가 드론을 들고 올라오고 있다.
ⓒ 오문수

 


돌담길을 돌아 집을 기웃거려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채소밭에는 파와 상추가 자라고 소주병 수십 개를 이용해 쌓은 담장이 보였다. 담장에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지향이다"라는 글귀가 있어 철학자가 사는 집인 줄 알았다.

아무도 없는 섬을 돌아본 후 나오려는데 이재언 연구원이 이 섬에 후배가 혼자 산다며 전화번호와 인적사항을 알려줬다. 전화를 해보니 "지금 일 보러 미라리에 잠깐 나왔다"는 그를 만나 혼자 섬에 사는 이유를 들었다.

미라리에 살다 죽굴도에 들어온 지 4년째인 그는 혼자 조용히 살고 싶어서 들어왔다. 해초를 채취해서 살아가는 그는 혼자지만 외롭다는 걸 느껴보지 못했단다. 고단했던 인생살이에 지친 그는 쉬고 싶어 섬으로 들어갔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지만 혼자 산다고 해서 자기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죽굴도에 혼자사는 김일호(59세)씨가 잠시 볼일이 있어 고향인 노화도 미라리에 나왔다. 몇군데 섬을 돌고난 후 밤에 만났다
▲  죽굴도에 혼자사는 김일호(59세)씨가 잠시 볼일이 있어 고향인 노화도 미라리에 나왔다. 몇군데 섬을 돌고난 후 밤에 만났다
ⓒ 오문수

 


"나이 먹어가면서 섬을 선택한 것은 돈벌어 부귀영화를 누리는 게 아니라 좀 쉬어가려고 들어갔어요. 시작은 그런 생각을 하고 들어갔는데 막상 현지에서 살아보니 예상대로 진행되지는 않더라구요."

조실부모한 그는 다섯 명의 동생들을 키워서 학교 보내느라 엄청 고생했다. "전복과 김 양식을 해서 꽤 많은 돈을 벌었지만 돈이 어디로 간지를 모르겠더라!"고 말한 그가 한숨을 쉬었다.

일에 진이 빠져 일을 멀리하기 위해 섬에 들어간 그는 힘들지만 그곳에서 계속 살 예정이다. 죽굴도에 살면서 가장 불편한 점은 여객선이 다니지 않는 것. 그래도 그가 위안을 삼는 것은 살아있는 바다가 곁에 있기 때문이다. 오염되지 않은 바다 속에는 자연산 미역, 톳, 김이 있고 조개류와 고기도 많다.
 

 집 마당 돌에 멋진 글귀가 씌어있었다. 큰 돌위에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지향이다"라는 글귀가 보인다.
▲  집 마당 돌에 멋진 글귀가 씌어있었다. 큰 돌위에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지향이다"라는 글귀가 보인다.
ⓒ 오문수

 

 

 조그만 골짜기에서 물이 졸졸 흘러 식수가 되고 있다
▲  조그만 골짜기에서 물이 졸졸 흘러 식수가 되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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