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귀농귀촌 잡담

귀농일기(20)

  • 입력 2017.05.19 10:28
  • 기자명 만웅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경완

어떤 이는 인근 도시의 교사로서, 이곳 자연환경에 안거하면서 출퇴근을 한다.

휴일이면 종일 텃밭을 가꾸거나 손님들을 치루느라, 삼겹살을 굽네, 구들방을 뎁히네, 법석을 떤다. 틈틈이 악기를 연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말 손님들을 청하고 맞는 일도 삼년이면 싫증이 난다. 바베큐 파티가 귀농귀촌 초자들에겐 즐거움을 주는 일이 되기도 할 것이나, 시들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처음 나의 시골생활이 그랬다.

사람이 그리운 골짜기에 나를 알아주는 이들이 나를 보러 일부러 옹벽진 산 구석데기까지 와준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일이다.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이 거칠 것 없는 산하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표현이 절로 난다.

도시의 지인들의 입장으론 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은 시골집에서, 그간 못다 풀었던 회포 풀어가며, 인정 많은 술자리에 맛난 음식 곁들이는 행운이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다. 다 좋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면 그렇게 살아도 한 번의 인생이겠지.   

또 어떤 이는 도시의 슈퍼마켓을 정리하고 시골에 들어와서 천여 평의 전답을 관리하느라 엉덩이 붙일 틈이 없다.

온갖 곡식과 채소, 과일나무와 잔디밭, 그리고 꽃나무들을 정갈하게 심고 가꾸느라 눈코 뜰 새 없다. 그러다보니 짧은 시간 안에 여느 원주민 농부에 못잖은 농사꾼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그런 그도 최근엔 심경의 변화가 왔다. 농사짓기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이 과도하므로 들어가는 나이가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피곤한 일상을 접고 변화를 주고 싶다고 말한다. 날궂은 날 한적한 시간을 틈타 색소폰을 불어대는 이자의 마음엔 다함이 없을까. 

ⓒ 김경완

전문 농업 경영자로 성장한 귀농자의 사례도 왕왕 있다.

복숭아 과수원을 임대해서 많은 비용 투자하지 않고도 일정한 규모의 소득을 창출한다. 유기농 과일을 수확해서 소비자들에게 배송하고 나누는 그는 마을 이장직도 맡는 등 부지런한 농민으로서의 귀감이 되고 있다.

적절한 소득과 부지런한 생활, 그리고 쪼갠 시간으로 봉사와 취미활동을 분망하게 하는 그는 지금 행복할까. 

“누룩꽃이 피다”의 주인공인 발효빵집 주인인 젊은 귀농자는 유정란 사업, 마을 이장직 수행의 경험, 귀농운동 협의체 조직과 운영 등에서 남다른 열정과 헌신을 보여 왔고, 지금은 면소재지의 저자거리 한 가운데서 누룩발효빵집을 열고, 도시인들과 어린이 가족들을 대상으로 체험학습도 열고 있다. 티비 매체들을 탄 그의 누룩에 관한 스토리텔링은 가히 인상적이다.

지역사회 공동체의 교육과 문화 사업에도 뜻을 두고, 자신의 아이들 세 명을 비롯한 지역사회 초, 중등 어린이들과 귀농자 선생님들을 함께 교육이라는 끈으로 연결해서, ‘찾아가서 배우는 공부방’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확신에 차있는 정열의 사나이, 그는 아리따운 부인과 세 명의 자녀들, 그리고 지역민과 함께 무등산과 적벽을 누빈다. 

‘산적의딸’이라는 제하의 티비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화제를 모은 귀농자도 각별하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바의 담론은 시골 경제이다. 그런 그가 내세우는 단순소박한 경제의 규모는 월 백만원이다. 그리고 몇 년간의 지순하고 일관된 노력 끝에 이런 목표를 달성했다.

예전에는 유정란과 야채 등이 그가 도시의 지인들에게 공급하는 주요 산물이었으나, 최근엔 칡꽃차, 찔래꽃차 등 야생꽃차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텁수룩한 구렛나루 수염에 너털웃음이 귀에 걸린 채 허허롭게 세상을 달관하며 남부러울 데 없이 막걸리를 들이키는 부부의 행복한 표정이 눈을 감아도 선하다.

ⓒ 김경완

그의 단골 주제인 ‘백만원의 경제’가 우리에게 주는 자극과 도전은 무엇일까.  

농촌인구의 세대교체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귀농자의 공과 몫도 당연히 커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의 귀농자의 경제적, 사업적 노력에 대해 어떤 관점을 제시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

다만 여기 귀농과 귀농자에 대해 내가 관심하는 바는 ‘삶의 방식과 철학’의 문제에 있다.  

물론 나의 개인적 견해와 시각에 불과하다.  (계속)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