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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교직생활 되돌아 보게 만든 한 수업

광양제철초등학교 하브루타 & 비주얼씽킹 수업 참관기

  • 입력 2017.05.25 22:35
  • 수정 2017.05.29 22:38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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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수) 오후 3시, 광양제철초등학교 4학년 1반 교실에서 열린 하브루타 수업모형을 보여주는 고종환 교사와 학생들 모습
▲  24일(수) 오후 3시, 광양제철초등학교 4학년 1반 교실에서 열린 하브루타 수업모형을 보여주는 고종환 교사와 학생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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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3시, 광양제철초등학교 4학년 1반 교실에서는 담임인 고종환 교사가 진행하는 '하브루타 & 비주얼씽킹(Havruta Learning & Visual Thinking) 행복수업'이 진행됐다.

4학년 1반 학생 28명과 전교사가 참관한 과학수업의 학습단원은 교과서 64쪽부터 77쪽(11/11차시)에 나오는 '식물의 한 살이'다. 학습주제는 '식물의 자람과 나의 자람에 대하여 이야기하기'였다. 다음은 하브루타 비주얼씽킹의 수업모형을 통해 고종환 교사가 제시한 수업목표이다.

"식물이 자라면서 모양과 크기와 형태가 변함을 말할 수 있다.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내 삶의 이야기로 말할 수 있다"

학생이 묻고 답하며, 내가 내게 묻고 내가 내게 답하는 하브루타 수업   
 

 모둠별 토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적은 내용을 발표하는 학생들
▲  모둠별 토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적은 내용을 발표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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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의 차이는 어디서부터 출발할까? 답은 질문에 있다. 상위 1% 학생들은 항상 질문하지만 하위 99% 학생은 궁금한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없어 질문을 하지 않고 공부 포기자가 된다.

공부를 포기한 학생은 수업시작 5분이 지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짝꿍과 장난하거나 고개 숙이고 잠을 잔다. 이들의 공부에 대한 목마름을 잠재워 버린 건 뭘까? 대부분은 교사와 학부모가 제한해버렸다. 학생들의 자발적 성장을 제한한 건, "아직 어린애들인데 알긴 뭘 알아!" "시키는 것이나 잘해!"라는 어른들의 편견 때문이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정원에 모여 있어 "뭐하고 있는가?"를  묻자 "다리 하나가 없는 개구리가 있어 물가에 풀어주는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이들의 자연사랑에 대한 생각을 볼 수 있었다
▲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정원에 모여 있어 "뭐하고 있는가?"를 묻자 "다리 하나가 없는 개구리가 있어 물가에 풀어주는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이들의 자연사랑에 대한 생각을 볼 수 있었다
ⓒ 오문수

 


어른들의 일방적 지시에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따라만 가던 학교현장이 변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학습주도권과 학습선택권, 질문선택권을 준 하브루타 학습법. 유태인 교수법인 하브루타는 교사와 학부모가 주도하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학생들에게 준 교육방법이다. 하브루타는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며 토론하고 논쟁한다.

하브루타는 나만의 생각, 새로운 생각, 남과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브루타는 질문으로 시작해 질문으로 끝난다. 공부는 동기부여가 50%, 공부 방법이 50%이다. 하브루타 학습법은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하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돼 학습능률도 높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친구들과 논쟁을 통해 성장해가는 아이들

필자는 2016년에 전라남도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전라남도 초·중학생들에게 다문화교육을 했었다. 이런 사실을 들은 고종환 교사가 5,6교시에 다문화수업을 해달라고 요청해 학생들과 재미있는 수업을 한 터라 반 학생들이 우수한 학생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차별철폐를 외친 사람들에 대한 사진을 보여 주며 마틴 루터킹 목사, 간디, 넬슨 만델라 사진을 보여주자 상당수 학생들이 이름과 행적을 말해 놀랐다. 타 중학교 학생들이 간디와 만델라는 알아보지만 마틴 루터킹 목사는 모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단아하고 정갈한 광양제철초등학교 모습
▲  학교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단아하고 정갈한 광양제철초등학교 모습
ⓒ 오문수

 


학교 누리집에서 연혁을 살펴보다가 고개가 끄덕여졌다. 2016년 국제수학경시대회 2년 연속 최우수단체상, 관악합주단 유럽연주 체험(3개국), 제15회 스마트 ICT콘텐츠 공모전 최우수학교상을 받은 경력이 기록돼 있었다.

수업이 시작됐다. 동기유발을 위해 '푸른 세상 만들기' 노래로 분위기를 띄운 고종환 교사가 A4 용지를 나눠주며 식물의 자람에서 배운 내용을 정리하기를 요청했다. 학생들은 버블맵 만들기를 통해 그린 그림을 보며 대답했다.

"잎의 개수와 크기가 달라집니다. 줄기의 굵기와 길이가 달라집니다. 줄기의 개수가 달라집니다."
 

 고종환 교사가 TV화면에 나태주의 시 <풀꽃>을 보여줬다
▲  고종환 교사가 TV화면에 나태주의 시 <풀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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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활동은 '나의 자람 생각하기'다. 교사가 TV를 통해 나태주의 <풀꽃>을 보여줬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어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시가 화면에 제시됐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리 없다. 저 안에는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TV 화면에서 시를 읽고 난 몇몇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고종환교사가 창가에 놓인 강낭콩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햇볕이 내리쬐는 창가지만 강낭콩은 시들어 가고 있었다.
 

 고종환 교사는 전국으로 다니며 하브루타 감성수업을 강의한다. 고종환 교사의 책상머리에는 가난해서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고 중퇴했다는 '어머니의 편지'가 있었다. 아들과 며느리에게 보내는 편지의 맞춤법이 틀렸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내용이 적혀있어 감동을 줬다
▲  고종환 교사는 전국으로 다니며 하브루타 감성수업을 강의한다. 고종환 교사의 책상머리에는 가난해서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고 중퇴했다는 '어머니의 편지'가 있었다. 아들과 며느리에게 보내는 편지의 맞춤법이 틀렸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내용이 적혀있어 감동을 줬다
ⓒ 오문수

 


"여러분, 이 강낭콩이 잘 자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깥에서 태풍과 비바람도 맞고 번개도 맞아야하는데 집안에서 자라기 때문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해야 튼튼해 집니다."

'활동의 세 번째는 '식물의 자람과 나의 자람을 이야기로 표현하기'였다. 고종환 교사가 수업의 주안점을 둔 것은 식물의 자람과 나의 자람에서 차이점, 공통점, 융합점 찾기다. 친구와 모둠을 통해 그린 그림을 들고 앞에 나간 학생들이 발표에 나섰다.

"나는 예쁘고 사랑스럽게 자라납니다. 자라나기 위해서는 어려움도 이겨내야 합니다. 햇빛, 공기 물, 온도, 거름처럼 부모님과 선생님의 사랑, 건강 등이 필요합니다."

맨 앞자리에서 열심히 발표하던 이종현 학생과 김강인 학생이 이날 수업을 통해 느낀 점을 발표했다.   

 시 <풀꽃>과 <대추 한 알>을 듣고 참나무를 그린 최진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참나무를 그린 최진 학생은 "몸이 튼튼하고 건강한 참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겠다"며 노력할 점으로는 "참을성을 키워 태풍, 천둥, 벼락에도 버틸 수 있는 나"를 설정했다.
▲  시 <풀꽃>과 <대추 한 알>을 듣고 참나무를 그린 최진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참나무를 그린 최진 학생은 "몸이 튼튼하고 건강한 참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겠다"며 노력할 점으로는 "참을성을 키워 태풍, 천둥, 벼락에도 버틸 수 있는 나"를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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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인 : "식물도 사랑이 필요하기 때문에 식물을 함부로 꺾지 않겠습니다."  
이종현 : "저는 항상 식물이 하찮다고 생각했는데 식물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뛰노는 정원으로 나갔다. 몇몇 학생들이 빙 둘러 선 현장에 가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개구리 한 마리가 다리가 없어요. 그래서 물속에 데려다 주려고요" 하며 물가로 가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부반장인 채윤서 학생에게서 하브루타 수업에 대한 반응을 들어보았다.
 

 커서 교사가 되고 싶은 채윤서(오른쪽) 학생은 "저도 하브루타 비주얼씽킹 수업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  커서 교사가 되고 싶은 채윤서(오른쪽) 학생은 "저도 하브루타 비주얼씽킹 수업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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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브루타 수업은 항상 재미있어요. 그림으로 그리니까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도 표현할 수 있어 상상력이 더 풍부해진 것 같아요. 3학년 때와 다른 점은 하브루타 수업을 통해 수업이 더 재미있고 집중이 잘 돼 이해하기가 쉬워요. 

글로만 설명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그림를 그려 서로에게 설명해 주니까 더 재미있어요. 저도 나중에 커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은데  하브루타 비주얼 씽킹으로 하고 싶어요." 

집으로 돌아오려고 교실을 나서자 학생들이 다가와 여러 가지를 질문했다. 한번도 본적이 없고 단지 세 시간여만 함께 지냈던 학생들의 순수하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사랑스럽다. "안녕히 가시라!"는 그들의 인사를 들으며 학교를 나서는 순간 33년간의 교직생활을 되돌아보며 감동이 밀려왔다.

학교가 변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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