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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에서 꽃피는 '한글교실'

횡간도 보건소에서 배우는 글을 읽고 쓰는 재미

  • 입력 2017.07.08 16:04
  • 수정 2017.07.09 09:01
  • 기자명 임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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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의 대횡간도 항공사진이 멋지다.

섬이 살아야 여수가 아름답다. 이제 여수의 보배는 섬이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아름다운 섬이 살아 날 것이다.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항에서 배를 타고 10분 남짓 가면 반가이 맞이하는 섬이 여수시 남면 대횡간도이다. 옛날에는 완도, 거문도에 이어 횡간도가 우리나라에서 멸치가 가장 많이 잡혔던 곳이라고 한다.

2000년 초까지는 화태초등학교 여동분교가 운영되었던 큰 섬이 이제는 70세 이상의 어르신들만 104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노인회장인 강창욱어르신의 "10년이 지나면 우리들도 반절이 가겠죠"라는 말씀이 왠지 쓸쓸하게 들렸다.

횡간도 보건진료소 전경
보건소에서 한글을 배우는 횡간도 할머님들

파도소리마저 잠드는 조용한 대횡간도에 저녁이 찾아오면 도란도란 글을 읽는 옛서당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를 따라서 가보면 경로당에서 한글을 따라 읽는 소리와 카랑카랑한 훈장님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는다.

섬이었기에 가난하였고 여자이기에 배움의 차별이 심하여 한글해독도 못하여 평생 남모르는 설움과 한을 간직하고 살아온 할머니들이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면서 옆 할머니와 훈장선생님의 입모양을 훔쳐 보면서 글을 따라 읽어 내려간다.

한글을 쓰고 읽는 재미가 쏠쏠 ~

일주일에 3번 한글 문해교실을 운영하는 훈장선생님은 여수시 횡간도보건지소 김덕례소장이다. 하루일과의 격무를 뒤로하고 피곤한 저녁시간에 오로지 섬 할머니들 23명을 모시고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월, 화, 목요일 저녁 3일 동안 사비로 한글교재를 구입하여 가르쳐 주고 있다. 평생 가난과 일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놓쳐 자신의 이름자 석자를 써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할머니들의 넋두리에 시작한 한글교실이 벌써 3년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이름자 석자만이라도 써 보는 것이 소원이라던 할머니들의 욕심이 점점 배움의 열정으로 이어져 이제는 아무런 책이나 술술 읽어 가시는 할머니도 계신다고 은근히 훈장선생님이 자랑하셨다.

횡간도 김덕례 보건소장이 이곳 한글 서당의 훈장이기도 하다. 때로 퇴직한 남편도 와서  도와준다.

금요일이 되면 공직에서 은퇴하신 훈장선생님의 부군이 섬에 오셔서 보충수업을 해 주시기도 한다. 부부가 이 섬에 대한 열정으로 할머니들에게 한글교실은 물론이고 운동과 놀이, 기초건강상식 등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전해주고 있다고 한다. 

어떤 제자 할머니는 제발 훈장선생이 다른 곳으로 발령나지 않도록 힘써 달라고 애원하시기도 했다. 이제 보건지소장의 역할은 물론이고 어르신들의 모든 대소사에 해결사로서의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아들에게 문자 보내는 것에서부터 개개인의 건강체크까지 모든 일에 중심축이 되어 있었다. 이제 대횡간도에는 소장님의 헌신으로 한글교실이 아름답게 꽃피어 행복한 섬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공부하다 틈틈히 운동도 하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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