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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음악회, 금산 보광사 '진악풍류전'

임동창의 풍류, '금산아리랑' 퓨전공연까지

  • 입력 2017.09.20 08:35
  • 수정 2017.09.21 05:36
  • 기자명 장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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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음악회 전경

충남 금산에 가면 보광사라는 자그마한 산사가 있다. 진악산을 등 뒤로 하고 있는 이 산사는 조그마한 대웅전에 산신각과 요사채가 있는 조그마한 암자 정도의 수준이다. 이 곳에서 벌써 10년째 산사음악회를 한 것이다. 당초 여동생의 초청이 있어 약속했던 것도 있었지만 그 출연진이 임동창, 장사익, 채수정, 하만택 등 이름깨나 있는 사람들이라 사뭇 기대를 하고 먼 길을 나선 것이다.

금산읍에서도 진악산쪽으로 한참 올라가다보니 산사의 입구가 나왔다. 오르는 길목에는 특이하게도 단풍나무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여느 산사와 다를 바 없지만 다듬어지지 않는 분위기가 또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듯 했다. 산사를 한참 오르고 보니 금산읍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음악회가 시작하려면 아직 멀었는데도 주차장은 만차가 되어 산아래 임시주차장을 이용하여야 했다.

작년에 거창에서 만났던 임동창의 제자들이 맞아준다. 작년 거창에서의 음악회 때에는 뒷푸리로 내가 벌주를 먹여가면서 소리를 시켰었는데, 그것을 들먹이면서, 반갑게 맞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뇌리에 깊이 남은 흔적이었을까 싶다.

산사 음악회 팜프렛 표지

아직은 공연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객석은 차지 않았지만 리허설을 보느라고 모두들 무대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500여개의 의자가 놓인 객석 주변으로 주욱 늘어서 부스들에서는 장사치는 없다. 모두가 무료이다. 식사를 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식사까지도 그냥 제공된다. 5시경에 모든 스탬과 관객들이 산사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하면서부터 관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주먹밥과 떡, 과일로 요기를 하고, 차인연합회에서 제공하는 차도 맛보는 사이에 벌써 객석의 자리가 메워지기 시작했다. 자리를 빨리 잡지 않으면 뒷자리로 밀릴 판이었다.

1부는 금산 사람들의 공연이 있었고, 2부는 바로 임동창이 사회를 보면서 피아노 반주를 하면서 진행해간다. 프로그램대로 테너 하만택, 소프라노 박성희, 판소리 채수정, 가요 장사익, 30년을 멤버의 변동도 없이 사물놀이를 해온다는 사물놀이패 진쇠 등, 동서양 장르를 모두 풀어가는 열린음악회인 셈이다. 그런데 KBS의 열린 음악회에는 열린다는 말은 두고 쓰면서 왜 우리 전통음악인 판소리나 민요가 별로 들어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어쩌면 제작자의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겠거니 하면서 한편으로 서양식에 물든 사고에 대한 은근한 거부감이 앞서는 것이기도 했다.

진행 프로그램

임동창의 진행과 반주는 변화무쌍했다. 판소리까지도 피아노로 반주를 하는 것이다. 그 반주에 채수정 명창도 물러서지 않고 척척 호흡을 맞춰갈 정도였으니, 뿐만아니라 출연진의 지정된 곡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앵콜곡을 두곡 내지 세곡씩 이끌어내는 것은 관객의 분위기를 그대로 상승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하만택 테너나 박성희 소프라노에게서 가요를 이끌어 내고, 채수정명창의 소리를 듣고서는 즉흥적으로 가요의 반주를 넣어서 가요를 이끌어내는가 하면, 장사익 차례에서는 지정곡 세곡인데도 불구하고 앵콜곡으로 세곡이나 더 이끌어내는 것이다.

임동창의 피아노 반주에 채수정 명창의 적벽가 병사설움 대목

장사익은 46세에 임동창과 우연히 서울 신촌의 어떤 카페에서 만나서 임동창의 반주로 장사익이 노래를 하면서 인연이 되어 임동창의 권유로 가요계에 데뷔를 했다고 한다. 임동창은 거기에 대고 하도 술을 많이 먹고 반주를 해서 무슨 노래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웃곤 했지만, 두 사람 간의 독특한 인연이 이렇게 시작되어 이 공연도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벌써 임동창은 장사익의 지정곡이 끝나도 다른 반주로 그냥 앵콜곡을 유도하는 것이다.

임동창 반주에 장사익의 노래공연

장사익의 노래는 온몸으로 전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조그마한 체구에 70이 넘어서 어떻게 그런 고저의 소리가 깊이 전해지는지, 흐느끼듯이 오다가 천둥소리처럼 내질러내는 그 恨이 맺히는 소리는 남의 노래임에도 자신의 노래로 변해 있는 것이다. 임동창과 장사익은 이곳 주지스님이 보선스님과 같이 산사 생활을 같이했던 사이라고 한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10년씩이나 이끌어오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출연진이 모두 나와서 금산아리랑을 부르고 객석은 야단법석으로 흥이 오르고

무대는 자유스럽다. 흐름은 그냥 그대로 자유스럽게 가는 것이다. 그것이 또 풍류가 아니었는가 싶다. 마지막으로 임동창의 제자들이 나오고, 또한 출연진들이 모두 나와서 금산아리랑을 불렀다, 금산아리랑은 임동창이 작곡했다. 그는 지역명을 붙여가면서 아리랑을 작곡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금산아리랑이 180번째 곡이라고 한다. 이 공연 마지막의 금산아리랑을 출연진들이 모두 나와서 반복해서 불러준다. 반복해서 부르고 관객은 반복해서 들으면서 흥얼거리고 그리고는 같이 어울려서 그 아리랑에 맞추어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그렇게 공연은 대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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