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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7년에 결혼 7년인데도, 게으른 남편보기 힘들어요

2015.10.8. 법륜스님의 광양 즉문즉설 강연

  • 입력 2017.09.21 08:59
  • 수정 2017.09.21 09:00
  • 기자명 장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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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7년 하고 결혼한 지 7년이 되었는데 요즘 남편을 보면 게으르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아이들이 7살, 4살이다 보니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어서 주말에는 집에 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야 해요. 그런데 남편이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리모콘만 잡고 있으니까 이런 남편을 매주 보는 게 좀 힘들어요. 나가자고 하면 서로 싸우게 돼요. 몇 번은 나가주지만, 매번 나가자고 이야기해야 하는 저도 힘들고요. 스스로 나서서 같이 가자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피곤한데 어떻게 그래요.” (청중 웃음)

“그 마음도 알겠는데 아이들과 같이 나가서 활동하는 것도 좋잖아요. 제가 나가는 걸 좀 좋아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도 나가자고 하고요...”

“애들하고 나가서 놀면 좋겠다는 건 누구 생각이에요?”

“제 생각이요.”

“그래요. 그건 질문자 생각이지 남편 생각은 아니잖아요.”

“남편과 대화도 많이 해보긴 했는데...”

“대화의 목표가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잖아요. 내 의견을 설득시켜서 끌고 가려 드는 건 대화가 아니죠. 독재 근성이 있으시네요.” (청중 웃음)

“게으른 남편이 조금 바뀌었으면 해서요...”

“게으른 게 아니라니까요. 남편이 평일에는 직장에 나가잖아요. 주말에는 좀 쉬게 두세요.”

“하루만 쉬면 되잖아요.”

“하루만 쉬면 된다는 건 누구 생각이에요? 남편은 3일 쉬고 싶은데 이틀 밖에 못 쉬어서 피곤한 거예요. 그런데 그 시간을 빼앗겠다니까 짜증을 내죠. 애들이 뛰어놀면 놀도록 놔두고, 데리고 나가고 싶으면 질문자가 데리고 나가면 되잖아요. 안 그래도 5일 동안 직장 나가느라 피곤한 남편한테 왜 그래요? 애들은 밖에 내보내서 ‘너희들끼리 놀아라’ 하고 남편 누워 있으면 차도 끓여다주고 커피도 끓여다주고 먹을 것도 갖다 줘야죠. 그래야 남편 입장에서는 결혼한 재미가 있을 거 아니에요.” (질문자 웃음)

“처음에는 그렇게 했는데 자꾸 그러다 보니까 습관적으로 당연시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어서요.”

“남편이 번 돈을 술집이나 다른 데 가서 쓰면 서비스가 질문자가 해주는 그것보다 훨씬 좋아요. 서비스 할 때마다 돈을 조금씩 주면 서비스가 좋아질텐데, 한꺼번에 목돈을 그냥 줘버리니 서비스가 없는 것 같네요. (청중 웃음과 박수)

자꾸 그렇게 잔소리하면 남편이 밖으로 돌아요. 밖에서는 돈을 주면 왕처럼 대우해주거든요. 어깨도 주물러주고 맛있는 것도 갖다 주고 친절하게 해주잖아요. 남편이 밖으로 돌아서 골치 썩히지 않고 주말에 집에 와서 소파에 누워 있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르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 이야기 한번 들어봐요. 매일 골프 치러 간다, 등산 간다, 친구 만나서 논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내 남편은 주말에 딱 들어앉아 있으니 좋잖아요. 그런데도 이러면 저게 문제고 저러면 이게 문제고 끝이 없어요. 저는 이런 이야기 들을 때마다 ‘옛날에 내가 어쩌다 결혼이라도 했으면 어떻게 했을까’ 싶어요. 절벽에 떨어질 뻔 하다가 살아난 기분이에요, 하하. (청중 웃음)

그러니 남편은 아무 잘못도 없어요. 주중에 자기 직장 생활 충실히 하고 주말에 누워서 TV 좀 보는 게 어때서요? 그렇다고 월요일 아침에 일 안 나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한두 번이 아니니까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요.”

“화가 치미는 건 재앙을 자초하는 거예요. 엄마가 그렇게 화를 내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엄마로 인해 아이들도 멀쩡히 직장 잘 다니는 아빠를 나쁘게 보게 됩니다.”

“그럼 제가 나쁜 거예요?”

“그걸 이제 알았어요?" (청중 웃음)

"네"

"남편이 누워 있는데 옆에서 마누라가 계속 잔소리하면 남편이 화가 나요. 그러면 처음에는 성질을 내고, 심하면 물건을 집어던지다가, 그 다음엔 나가버려요. 질문자는 지금 애 손 잡고 놀러가는 게 아니라 남편을 밖으로 쫓아내고 있는 거예요. 이제 나갈 때가 거의 다 되어갑니다. (청중 웃음)

그러면 나중에 또 후회해요. 호강에 받쳐서 요강 깨는 격이에요. 남자들한테 한번 물어보세요. 여기 남자분들 중 제 말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은 손들어보세요. (청중 웃음)

그러니 질문자는 자기 생각밖에 할 줄 모르는 거예요. 나쁜 생각은 아니지만 자기 생각밖에 할 줄 몰라요. 저런 아내와 살면 남편 속이 좀 답답해져요. 답답하니까 화를 내는 거예요.“

“그러면 저 스스로 풀어야 하는 거예요?”

“푸는 게 아니라 고맙게 생각하면 됩니다.”

“고마운 마음이 별로 안 드는데요. 직장생활 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그래도 한창 크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시간을 내어야...”

“아이들은 질문자가 키우면 되죠.”

“아빠의 역할도 필요하잖아요.”

“물론 아빠가 더 놀아주는 게 좋죠. 그러나 그건 의무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애가 공부를 하면 좋은 일이지만 안 한다고 야단쳐서는 안 된다는 것처럼 아빠가 애들과 놀아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안 놀아준다고 아빠가 나쁜 사람인 것은 아니에요. 나쁜 사람은 아닌데 질문자가 화를 내니 상대방이 스트레스를 받죠. 하루 종일 누워 있다 하더라도 누워 있는 게 뭐가 나빠요?”

“가끔 꼴 보기 싫을 때가 있어요.” (청중 웃음)

“그건 질문자의 성질이 더러운 거죠. (청중 웃음) 얼마나 성질이 더러우면 다른 사람 누워 있는 것도 꼴 보기 싫다고 하겠어요? 앉아 있는 것도 보기 싫고 TV 보는 것도 보기 싫다고 하잖아요. 그 사람은 그냥 주말에 피곤하고 힘드니까 누워서 TV나 좀 보고, 잠이나 좀 자고, 맛있는 거 있으면 좀 먹고 싶은 거예요. 첫째, 제발 잔소리 좀 하지 마세요. 둘째, 가만 내버려두세요. 셋째, 먹을 거나 좀 갖다 주세요. 남편이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

(청중 웃음)

“원하는 대로 다 해주면 이제 아이들과 같이 이렇게 나가는 횟수가 잦아질까요?” (청중 웃음)

“또 계산하네요. 그게 무슨 사랑이에요? 장사꾼이지. 그냥 남편이 원하는 대로 사랑으로 베풀어주세요. 아이들은 질문자가 알아서 키우고요.” (청중 웃음)

“저 혼자서 키우라고요?”

“남편 없으면 어떡할래요? 남편이 죽고 없으면 질문자가 돈도 벌고 애도 키워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런 꼴 나려고 해요?”

“아니요.”

“그래서 제가 그런 마음은 재앙을 자초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계속 못 알아듣고 있으시네요.”

“알겠습니다.”

“별로 아는 것 같지 않아요. (청중 웃음) 겉으론 ‘그런가’ 하지만 속으로는 ‘그래도 그렇지, 애들 데리고 좀 나가면 좋잖아!’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그러면 못 고칩니다. 질문자의 생각을 딱 바꿔야 해요. 남편이 주말에 쉬는 건 충분히 쉬도록 배려해주세요. 나가고 싶으면 내가 나가면 돼요.

서로의 생각이 다른 거예요. 남자는 ‘5일간 열심히 일하고 왔으니까 주말에는 제발 나 좀 건드리지 마라, 좀 쉬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여자는 5일간 계속 집에만 있었으니까 ‘당신이 직장 안 나가는 주말에는 가족들 데리고 드라이브도 시켜주고 뭘 좀 해라’ 이래서 싸워요. 남자가 먼저 ‘여보, 5일 동안 집에만 있어서 답답하지?’ 하고 차를 태워주면 좋죠. 그런데 질문자 복에 그런 남자를 못 만났잖아요. 자기 꼴을 좀 알아야죠. 7년 사귈 때 그렇지 않은 사람인 줄 몰랐어요?” (청중 웃음)

“아뇨, 달라졌어요. 처음엔 안 그랬는데...”

“7년이나 사귀면서도 그걸 못 봤으니 질문자 잘못이에요. 그리고 또 아내라면 5일 동안 일하고 고생한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려고 해도 ‘여보, 내버려두고 당신은 쉬어. 5일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또 무슨 일이야. 쉬어, 쉬어.’ 이렇게 해주세요. 상대를 좀 위해줘야 사랑이지, 내가 원하는 걸 해달라고 조르다가 그거 안 해준다고 미워하는 게 무슨 사랑이에요. 그러니 장사꾼처럼 머리 굴리지 말아요. ‘이렇게 해주면 나 데리고 나갈까요?’ 이게 무슨 소리예요? 주산알은 그만 튕기고 그냥 해줘요. 알았죠?”

“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질문자가 스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되묻자 청중들의 웃음이 빵빵 터졌습니다. 아내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남편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의 답변이야 말로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나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질문자의 밝아진 표정을 보면서 청중들도 큰 박수로 격려의 마음을 보내주었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마치고, 닫는 말씀을 하면서도 스님은 질문자를 위해서 다시 한번 우리가 어떤 마음 자세를 가져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주말에 좀 누워서 TV 보는 게 뭐가 문제라고 그걸 갖고 성질을 내고 그래요? (청중 웃음) 애가 공부 안 하는 게 뭐가 문제예요? 자기가 공부 안 하겠다잖아요. 별 것 아닌 것을 가지고 자기 생각대로 문제를 삼아서 자꾸 분란을 일으키니 인생이 복잡한 거예요. 결혼할 때는 싸우려고 결혼한 게 아니라 행복하려고 결혼했잖아요. 그런데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하잖아요. 혼자서는 몰라도 둘이 사는데 어떻게 그게 되겠어요? 하나는 불 끄고 자자는데 하나는 할 일 있다고 하고, 하나는 TV 보자는데 하나는 책 보자 하고, 하나는 김치찌개 해먹자는데 하나는 두부찌개 해먹자는 게 인생이에요. 내가 맞추면 전혀 문제가 없어요.

그러나 반드시 맞춰야 되는 건 아닙니다. 김치찌개 먹자고 해도 ‘아니야, 두부찌개 먹자’ 하고 한번 세워봐도 돼요. 따라오면 다행이고, 안 따라오면 ‘너는 김치찌개 먹고 나는 두부찌개 먹자’ 이렇게 나눠 먹어도 됩니다.(청중 웃음)

그게 꼭 정해져 있는 게 아니에요. 한 명은 ‘짜장면 먹으러 가자’ 하고 한 명은 ‘비빔밥 먹으러 가자’ 하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요. 짜장면 먹고 싶어도 상대방한테 맞춰서 비빔밥 먹으러 가든지, ‘비빔밥은 내일 먹자’ 하고 짜장면 먹으러 끌고 가든지, ‘너는 비빔밥 먹고 나는 짜장면 먹은 뒤 이따 저 앞에서 보자’ 이러면 되잖아요.(청중 웃음)

연애나 결혼을 해서 밥을 따로 먹으면 왜 안 돼요? 왜 둘이 꼭 같이 가서 맞상해서 먹어야 해요? 따로 먹고 보면 되죠. 부부니까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부 사이가 자꾸 나빠지는 거예요. 서로를 옥죄잖아요. 소파에 누워 있는 게 도대체 무슨 문제예요? 자기 할 일 다 하고 주말에 들어와서 앉아 있든 누워 있든 엎드려 있든 그게 질문자와 무슨 상관인데요?”

(청중 웃음)

스님의 언성이 조금 높아졌지만 청중석에서는 더 큰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스님의 말씀은 상대를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우리들의 욕심의 뿌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종교의 진정한 역할은 세상에 가장 낮은 곳에 임하여 배고픈 사람, 가난한 사람,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고, 우리가 나라를 지키는 일은 투표를 잘해서 국민으로서의 주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인생은 두 가지예요.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행복도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똑같은 마음이라도 사회 조건이 변하면 행복도가 달라져요. 이 두 가지를 다 해야 해요. 자기 마음을 바로잡아서 행복해지는 게 수행, 즉 성불로 가는 길입니다. 세상을 바로잡아서 행복으로 가는 길이 정토 건설이에요. 이것을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두 길을 다 가야 해요. 이 둘을 동시에 행하는 자를 보디사트바, 보살이라고 하는 겁니다. 보살의 원은 상구보리 하화중생이에요. 그래서 아까 소개영상을 보면 제가 수행도 지도하지만 환경운동도 하고 평화운동도 하잖습니까. 이렇게 두 가지를 모두 해야 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도 나라의 주인으로서 권리 행사를 똑바로 해야 해요.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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