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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알화산에서 살아있는 지구의 신비 느껴!

[필리핀 의료봉사체험기 8] 여행은 자신을 돌아보는 것

  • 입력 2017.11.13 15:54
  • 수정 2017.11.13 20:30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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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알호수위에 정박해 있는 배들 모습이 정겹다
▲  따알호수위에 정박해 있는 배들 모습이 정겹다
ⓒ 오문수

 


필리핀 산페드로시에서 4일간 진행된 (사)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의 의료봉사활동이 끝나고 5일차는 관광이다. 목적지는 따가이따이.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64㎞ 떨어진 복식화산으로 세계 100대 여행지에 꼽힌 곳이다.

호텔에서 따가이따이로 가는 길에 일행이 타고 간 버스가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 수입된 중고버스다. 버스좌석 등받이에 '은혜장식'이라는 글과 함께 부산 전화번호까지 그대로다. 우연일까? 한국산버스라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하며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중고차가 말썽을 피울 줄이야!

따가이따이는 화산을 구경하기 어려운 한국인들에게는 색다른 관광지다. 더군다나 화산폭발로 생성된 호수 속에 또 다른 미니화산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리조트를 개발한  노광현씨 설명에 의하면 "따가이 활화산은 분화 1단계로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세계 100대 여행지에 뽑힌 따가이따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은 여인들. 따알화산 분화구 정상에서 촬영했다
▲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은 여인들. 따알화산 분화구 정상에서 촬영했다
ⓒ 오문수

 

 

 한 외국인이 발밑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를 바라보고 있다.  오래 전에 화산폭발로 생성된 따알호수 속에서 1977년에 작은 화산(따알화산)이 또 다시 폭발해 백록담만한 크기의 작은 호수가 또 생겼다(복식화산).
▲  한 외국인이 발밑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를 바라보고 있다. 오래 전에 화산폭발로 생성된 따알호수 속에서 1977년에 작은 화산(따알화산)이 또 다시 폭발해 백록담만한 크기의 작은 호수가 또 생겼다(복식화산).
ⓒ 오문수

 


'네이버지식백과'에 의하면 따가이따이는 필리핀 카비테(Cavite)주 따가이따이시에 있는 휴양지이자 화산지대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화산 중 하나이다. 수억 년 전 화산이 폭발한 뒤 길이 25km, 폭 18km에 이르는 따알호수(Taal Lake) 가 형성되었고, 1977년 다시 화산 폭발이 일어나 화산 분화구 안에 다시 작은 분화구가 생겼다.

새로 형성된 중심 분화구를 '따알화산'이라고 하는데, 현재도 주기적으로 폭발이 일어나 화산학자들이 화산활동을 관찰하고 있다. 중심 분화구 안에는 연기가 솟아나는 호수가 있는데 이를 보기위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한 시간쯤 달린 버스가 선착장에 도착했다. 배를 타고 25분쯤 달려 활화산이 있는 섬에 도착했다. 섬 주변에는 양식장이 있고 주민들이 양식장에 있는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곧이어 마부들이 우리일행을 태울 조랑말을 몰고 나타났다. 말을 타면 흔들거리기 때문에 떨어질 위험이 있는 것은 보관소에 두고 말을 타라고 한다.

카메라 가방은 등 뒤로 메고 맨 선두에 있는 말을 탔다. 말 타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말이 발을 뗄 때마다 등 뒤에 멘 카메라가 몸 앞으로 돌아와 손등을 때린다.  마부가 언덕길을 올라갈 때는 "앞으로 숙여!"라고 한국말을 하고 내려갈 때는 말을 재촉해 달리기도 한다.

마부가 내 뒤로 올라탄 채  말을 재촉하니 말이 힘들어한다. 높이 2~3미터쯤  되는 좁은 길이 나타나 "위험하지 않냐?"고 묻자 "괜찮아"라고 대답하는 마부. "한국말은 누구한데 배웠느냐?"고 묻자 한국관광객들한테 배웠단다.

 

 따알화산으로 가는 길은 조랑말을 타고 오르내린다.
▲  따알화산으로 가는 길은 조랑말을 타고 오르내린다.
ⓒ 오문수

 

 

 따알화산을 구경하고 내려오는 도중 마을 사람들이 닭싸움 시키는 장면을 목격했다
▲  따알화산을 구경하고 내려오는 도중 마을 사람들이 닭싸움 시키는 장면을 목격했다

 

  타이어 위에 올라간 장닭 모습이 이채롭다. 따알화산을 구경하고 내려오던 도중 마을 주민의 집에서 촬영했다
▲  타이어 위에 올라간 장닭 모습이 이채롭다. 따알화산을 구경하고 내려오던 도중 마을 주민의 집에서 촬영했다
ⓒ 오문수

 


길 가던 말이 갑자기 멈춰서길래 "왜 멈추는 것이냐?"고 묻자 한국어로 "똥싸!"라고 정확하게 대답한다. 길옆 풀을 뜯어먹기도 하던 말이 40분여를 올라가자 조랑말 종점이 나오고 그곳부터는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전망대에 올라 활화산이 있는 호수를 바라보니 백두산 천지보다는 훨씬 작고 한라산 백록담 크기의 호수 곳곳에서 수증기가 나온다.

내려오는 길에 말을 처음 탄다고 말했더니 나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 일까? 마부가 말을 재촉한다. 떨어질까 불안한 나는 "천천히! 천천히!"를 말하며 속도를 줄이게 했지만 엉덩이와 손등이 벗겨졌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배가 출발했던 원점으로 돌아왔다.

주행거리가 80만km... 한국산 중고버스 때문에 애먹어
 

 따알호수로 가던 길에 일행을 태운 버스 앞좌석에 '은혜장식'이라는 한글과 전화번호까지 적혀있었다. 80만 킬로미터를 달린 한국산 중고버스가 일행을 애먹였다
▲  따알호수로 가던 길에 일행을 태운 버스 앞좌석에 '은혜장식'이라는 한글과 전화번호까지 적혀있었다. 80만 킬로미터를 달린 한국산 중고버스가 일행을 애먹였다
ⓒ 오문수

 


다음 스케줄은 온천욕을 할 수 있는 리조트다.  호수를 둘러싼 높은 곳에 있는리조트는 승용차로 40분이면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버스가 그 길로  올라갈 수 없단다. 주행거리가 80만 ㎞가 넘는 버스라 급경사를 올라갈 수 없다는 뜻이다.

온천욕을 포기했지만 리조트 근방까지는 가야만 한다. 리조트 근방에 위치한  골프클럽하우스에서는 의료봉사 하느라 고생한 일행을 대접하기 위해 산페드로 시장이 저녁식사를 준비해놨기 때문이다.

할 수 없어 리조트 주위 도로를 빙빙 돌아 올라가기로 했다.  때마침 연휴여서 그런지 차까지 막혀 도통 속도를 낼 수 없다. 갈수록 태산이다.  3시간 걸려 간신히 목적지까지 왔는데 안개가 몰려와 10여미터 앞을 분간하기가 힘들다.

중고차를 걱정하던 일행에게 더욱 좋지 못한 소식이 전해졌다. 버스 안에서 핸드폰을 검색하던 일행 중 한 명이 "배우 김주혁씨가 교통사고가 나 세상을 떠났다"며 위험하니 "저녁을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가자"고 한다. 다행히 골프장에서 신형 승합차 두 대를 보내와 갈아타고 클럽하우스로 가니 진수성찬이 마련되어 있었다. 맛있는 음식 속에는 필리핀 대표음식인 발룻(Balut)이 있었다.
 

 필리핀인들의 인기 보양식인 발룻 모습. 부화단계의 오리알을 삶은 것으로 털이 보송보송하게 나있었다. 눈감고 이색적인 음식에 도전했지만 두번은 못먹을 것 같다.
▲  필리핀인들의 인기 보양식인 발룻 모습. 부화단계의 오리알을 삶은 것으로 털이 보송보송하게 나있었다. 눈감고 이색적인 음식에 도전했지만 두번은 못먹을 것 같다.
ⓒ 오문수

 


필리핀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영양식인 발룻은 부화단계의 오리 알을 삶은 것으로 껍질을 벗겨보니 털까지 보송보송하게 나 있었다.  "징그러워 못 먹겠다"고 하자 먹는 법을 가르쳐 준다. 먼저 국물부터 마시고 눈을 감고 먹어보란다. 

망설이다 도전해보기로 했다. 눈 질끈 감고 먹어보니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렇지만 두 번은 못 먹을 것 같다. 산페드로 시장의  따뜻한 환송연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하루를 돌아보았다.

80만 ㎞를 달린 한국산 중고차. 100대 관광지. 상처 난 엉덩이와 손등.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안개와 발룻. 새로운 것들의 연속이다. 일상에서 벗어난 것들과의 만남의 연속이었지만 나쁘지만은 않다.
 

 (사)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의 산페드로시 빈민촌 의료봉사에 대해 감사하다며 산페드로시장 일행이 환송연을 열어줬다
▲  (사)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의 산페드로시 빈민촌 의료봉사에 대해 감사하다며 산페드로시장 일행이 환송연을 열어줬다
ⓒ 오문수

 


어차피 여행은 새로운 것들과의 만남이며 그 속에서 나를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봉사단과 동행했던 학생들은 난민촌 봉사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일주일 동안 병원을 비우면 병원운영에 지장을 줄 수 있는데도 의료봉사를 나선 의사들도 힐링이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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