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1 일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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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는 행동 속에서 악이 자라고 있다.
정말 임은 생각을 하면서 사시나요?
  • 2018.04.24 18:25
ⓒ김자윤

혹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저자 한나 아렌트를 아시나요? 혹 전체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위해 <전체주의 기원>을 발표한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를 아시는지요?

그녀는 아우슈비츠에서 유태인 학살에 앞장섰던 주범 아이히만과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습니다. 재판에서 아이히만은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칸트의 정언명법(자신의 의지의 원칙이 항상 일반적 법칙의 원칙이 되게 하라)을 언급하면서 “국가의 명령에 따라 유대인을 열심히 이주시켰을 뿐”이라고 항변합니다. 또한 자신의 가치관을 국가의 법(명령)에 맞추어 히틀러의 원칙(유태인 학살)에 입각하여 행동했다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합니다.

그는 이어서 ‘만일 명령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그런 일을 했다면 분명 양심의 가책을 받았겠지만, 나는 그저 법을 준수했을 뿐이니 양심의 가책도 받지 않으며 죄가 없다’라고 주장합니다. 

그의 말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보겠습니다. 그는 분명 직업 군인으로서 근면성실한 삶을 살았습니다. 특히 가정에서는 자상한 아버지이자 책임감이 강한 가장이었습니다.

그의 주장과 위의 정황을 살펴보면 얼핏 그의 말이 타당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사람으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독일을 정화(淨化)한다는 명분하에 유대인들을 이주시키고, 죽이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유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에게 ‘이것이 당신의 죄(잘못)이다’라고 일침을 가합니다.  " 당신의 죄는 '사유의 불능성'이요 '악의 평범성'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은 무능성'이다”라고 말입니다.

얼마 전 교도소에 수감된 두 전직 대통령의 삶을 보셨는지요. 그들 주변에는 보수의 탈을 쓰고 보신(保身)하기와 이권(利權) 챙기기에 혈안이 된 사람들만이 앞을 다투어 줄을 섰습니다. 그들 모두는 똑같은 말만 반복합니다. '그동안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서민을 위한 정치를 행하였으며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펼쳤다'고 강변합니다.

정말 그랬을까요? 그들이 행했던 많은 일들은 매스컴에서 하나 둘 민낯과 마각을 드러냈습니다. 어떤 이는 감옥으로 향했고 어떤 이는 그 주변을 맴돌면서 그래도 자신들은 잘못한 언행이 없다고 항변합니다.

어찌 보면 그들의 자기합리화는 유대인 학살에 앞장섰던 아이히만과 조금도 다를 게 없습니다. 그들은 잘못된 권력과 관행이라는 옷을 곱게 차려 입고 권위주의라는 칼을 양손에 들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칼춤을 추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언행을 아무 생각 없이(무사유적으로) 일상화하였으며 그것이 온몸에 습관화되면서 타인에 대한 공감지수는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이쯤에서 우린 한나 아렌트의 다음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안에 아이히만이 존재하고 있다”. 임은 이 말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 말에 동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영향을 받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처럼 질곡의 역사를 가진 국민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 타인을 배려할 마음이나 평범 속에 악이 있다는 것조차 생각할 여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도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하여 헌신한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나라와 민족을 배반했던 사람도 많았습니다.

혹 후자의 후손들이 아직도 그 배심(背心)의 마음을 온몸에 수놓고 “악의 평범성”과 “사유의 불능성”을 주도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앞섭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아이히만의 무리들을 하루 빨리 정의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단죄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유의 불능성”과 “악의 평범성”은 너무도 무서운 결과(유태인 600만 명 사살)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우린 일상에서 ‘나를 위하여, 가족을 위하여, 나라를 위하여, 인류를 위하여’ 성실하게 일을 한다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은 우리의 가슴에도 아이히만이 행했던 ‘생각 없는 행동 속에서 악이 무럭 무럭 자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온 국민과 함께 ‘사유의 불능성과 악의 평범성’에 대하여 투명하게 공론화(公論化) 할 필요가 있습니다.

K씨는 종종 말합니다. “인생 별거 있어! 세상 사는 것 다 그렇지 뭐. 왜 당신은 머리 아프게 그런 소소한 일(?)에 신경 쓰는지 모르겠어. 대충 살면서 돈만 벌면 되지. 그리고 일과가 끝나면 친구들이랑 소주 한잔 마시면서 사는 게 제일 속 편해.”

어쩌면 K씨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정말 저 말이 맞는 걸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혹 당신은 오래전부터 아이히만의 악령을 담고 살아왔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임이시여!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당신이 앞으로도 계속 무사유(無思惟)의 삶을 산다면, 또다시 임의 핏줄은 강자들의 권력 놀이터에서 악몽(惡夢)의 나날을 살아갈 것입니다.

이젠 우리 모두 온몸을 정화할 시간입니다. 그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혹 나는 소소한 일상에서‘악의 평범성’을 행하지 않았는지 붉은 심장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혹여, 나만의 잘못된 삶을 합리화하면서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붉은 심장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정말 님은 생각을 하면서 사시나요? 님의 햐얀 양심이 담백하게 답을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요, 그렇지 않다고요. 나는 지금 어디쯤에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2018년 4월 끝자락을 달리는 그 어디쯤에서

여정 김광호 씀

김광호  여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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