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독도 갈매기와의 대화... 환상적이었다
[독도탐방기1] 야생동물도 감정적으로 통할 수 있을까
  • 2018.05.13 12:42
괭이갈매기와 무언의 대화. 서도 정상에서 두 시간 동안 괭이갈매기와 지내는 사이에 친해졌다.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고 지그시 눈을 감으며 알을 품었다. 자기를 해치지 않는 사람인 줄 아는 동물과 대화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오문수

아무리 큰 배를 타고 가도 독도에 상륙하기는 쉽지 않다. 날씨가 허락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까.

아픈 기억도 있다. 수 년 전 지인과 함께 독도와 울릉도 방문을 한 달간 계획한 후 어렵게 감행해 울릉도에 도착했다. 하지만 여객선사로부터 독도 날씨가 나빠서 배가 뜰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허탈해 했다.

호시탐탐(?) 노렸던 독도 방문 기회는 이사부축제(2017) 행사 일환으로 국내유일범선 코리아나호를 타고 독도에 상륙한 게 전부다. 그것도 독도경비대까지만 올라갈 수 있었다. 한 달 전 동아지도 안동립 대표로부터 독도방문계획이 있으니 동참할 수 있겠느냐는 전화가 왔다. 무조건 오케이였다.

동행한 동아지도 안동립 대표. 14년간 18번 독도를 방문해 김성도씨 댁에서 80일간 머물며 독도지도와 독도식생 지도 80만부를 완성해 배부하는 독도지킴이다. ⓒ오문수
물골로 가는 계단 곳곳에 갈매기 알을 낳아 조심스러웠다 ⓒ오문수

지난 주 영토학회 회원들과 함께 울릉도에서 1박한 뒤 독도행 여객선을 타고 독도에 상륙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독도에 상륙할 수 있다는데 독도에 내렸네. 만세!"를 외치던 아주머니. 여기저기서 플래카드를 내걸고 사진을 찍거나 셀카 찍기에 바쁘다.

겨우 30분 동안이지만 독도 관광을 마치고 귀환하는 사람들은 행운아라고 할 수 있다. 독도까지 왔지만 풍랑 때문에 상륙을 못하고 배에 탄채 독도를 빙 한 바퀴 돌고 가는 사람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울릉군청에서 제공한 자료(2017)를 보면 작년 한 해 동안 울릉도를 방문한 인원이 34만6000명이다. 한편 독도를 방문한 인원은 내외국인을 포함해 20만6000명이다.

독도를 방문했어도 상륙하지 못한 인원수는 모른다. 물론 울릉도만 방문을 원하는 관광객도 있겠지만 울릉도 방문 인원과 독도방문 인원수에는 14만 명의 차이가 난다.

일행은 계단을 따라 망양대를 거쳐 독도경비대 건물 인근 바위에 '한국령'이라고 적힌 바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헬기장에서 지참해온 빵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털북숭이 삽살개 두 마리가 꼬리를 살랑대며 따라온다. 삽살개는 오래전부터 한반도에 널리 서식한 한국의 토종개다. 피어난 꽃봉오리처럼 생긴 천장굴 저쪽에 푸른나무 더미가 보이는 곳을 가리키며 안동립 대표가 설명했다.

활짝 핀 꽃잎처럼 생긴 천장굴 모습. 오른쪽에 브이자(V)처럼 파인 왼쪽에 사철나무 더미가 보인다. 130년 된 자생 사철나무로 독도가 섬임을 말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되는 나무다. 섬은 사람, 물, 나무가 존재해야 한다 ⓒ오문수
동도 천장굴에 있는 사철나무를 망원렌즈로 클로즈업했다. 130년 된 자생 사철나무로 독도에서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되는 나무다 ⓒ안동립

"천장굴 반대편에 보이는  저 나무들이 130년 된 사철나무입니다. 높이 0.5m, 뿌리 굵기 0.25m, 수관둘레 7m로 독도의 강한 해풍과 바람에 적응한 토종나무죠. 저 사철나무가 왜 중요하냐면 일본인과 한국인 중 일부가 '누군가가 심었다'고 그래요.

그런데 저렇게 위험하고 경사진 부분까지 가서 사철나무를 심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새들이 씨를 물어와 자연스럽게 자란거죠. 섬을 정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물, 나무에요. 사람으로는 김성도 부부, 서도의 물골, 사철나무가 있으니 독도는 섬인 것입니다."


천장굴 위에서 사진을 찍으며 아래를 내려다 본 순간 오금이 저린다. 그런데 저런 곳까지 사람이 올라가 사철나무를 심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일행이 수천 마리 괭이갈매기들의 군무와 우는 소리를 들으며 한반도 바위로 내려가니 놀란 괭이갈매기들이 위협비행을 하며 날아오른다. 마땅히 무기가 없는 갈매기들의 무기는 갈매기 배설물이다. 모자는 물론 카메라까지 갈매기 배설물 세례를 받으며 독립문 바위로 쪽으로 내려가는 데 놀라운 걸 봤다.

2~3일전에 죽은 걸로 보이는 쥐다. 작년에 안동립 대표한테서 들은 적이 있었지만 어떻게 이런 곳까지 쥐가 와서 살까? 필시 배에 숨어있던 쥐가 사람들 모르게 상륙한 걸로 추정된다. 안동립 대표의 말에 의하면 동서도에 여러 마리 쥐가 산다고 한다.

동도 방문을 마친 일행은 서도 주민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일정이 바빠 하루만 더 머물고 육지로 돌아가야 하는 일행들에게 독도 관리소 직원이 "내일 아침에 독도를 떠나지 않으면 풍랑이 심해 배가 선착장에 접안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해준다. 

마음에 갈등이 생겼다. 어렵게 이곳까지 왔는데 나도 저분들과 함께 독도를 떠나야 할까? 아니면 날씨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며 독도 탐방을 계속할까? 남으려니 또 다른 고민이 있었다. 주민숙소 뒤에서 대한봉과 물골로 가는 길에 놓인 80도쯤 돼 보이는 계단을 올라간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저녁을 지어먹고 김성도씨 방으로 건너가 질문을 했다.

괭이갈매기 새끼 모습 ⓒ오문수
서도에 올라 동도 사진을 촬영 중인데 놀란 갈매기들이 배설물을 쏟으며 공격했다. 안전모와 등, 심지어 카메라까지 갈매기들의 배설물 공격을 받았다 ⓒ오문수

"어르신, 물골로 건너가는 저 계단 괜찮은거죠. 무너질 것 같아 불안해서요."   
"에이! 무슨 소리야! 나는 밤에 슬리퍼신고 저 계단을 올라가 술 한잔 하고 돌아왔어요. 걱정말아요."

김성도씨 얘기를 듣고 안도가 돼 바다가 잔잔해질 때까지 숙소에 남아 독도탐방을 계속하기로 했다. 다음날 4명의 회원들이 육지로 돌아간 뒤 안전모를 쓰고 안동립 대표를 따라 대한봉 능선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바람은 왜 그렇게나 센지. 계단 곳곳에 돌들이 굴러 떨어져 있어 돌아올 때를 대비해 흙더미와 돌들을 제거하며 한 발 한 발 발걸음을 뗐다. 그런데 앞서가던 안동립 대표가 이쪽저쪽을 가리키며 말을 건다. 

"이건 해국이고요. 가을에 천만송이 해국이 필 때면 독도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저건 왕호장근이고 저건 땅채송화입니다."

서도 주민숙소 뒤에는 대한봉 정상과 물골로 넘어가는 80도쯤 되는 급경사계단이 있다. 앞서가던 동아지도 안동립 대표가 "이것은 해국이고요. 저건 왕호장근이고, 저건 땅채송화---. 나는 떨고 있는데 웬수가 따로 없다. "아! 빨리 올라가~" ⓒ오문수

나는 떨고 있는데 웬수가 따로 없다. "아! 시끄러워! 나는 무서워 죽겠는데 지금 내 귀에 그 말이 들려. 빨리 올라가!" 껄껄웃던 그는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며 흙자갈을 밀쳐내면서 올라간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휴우!" 하고 한 숨을 쉰 다음 반반한 곳에 주저앉아 동도를 바라보니 서도 뿐만 아니라 동도 또한 절경이다.

누가 아름다운 이 땅을 자기네 땅이라고 했나? 문재인 대통령이 야인시절에 묵었던(2016.7.25.) 방에서 우리는 남북정상회담 생중계를 보며 감개무량했다. 부산에서 50㎞ 떨어진 대마도를 방문해 부산 시내 아파트가 보였을 때 몹시 속상했다. 우리가 힘이 없어 빼앗긴 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마도가 우리 땅이었다는 사료를 여러 번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의 거리는 87.4㎞이고 일본 오키섬까지의 거리는 157.5㎞이다. 그들은 러일전쟁 당시 독도를 군사 거점으로 삼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독도 도발에 대해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고 했다. 맞는 얘기다. 6.25 전쟁으로 수백만이 죽었고 지금도 남북으로 갈라져 전쟁위협에 시달리게 한 원인제공자가 누군데.

엉금엉금 기다시피 해서 물골까지 갖다온 계단이 998계단이라고 한다. 다음날에도 날씨가 좋아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두커니 숙소에만 앉아 있고 싶지 않다. 옆에 있던 안동립대표가 "물골까지 다시 한 번 가보자"고 제안했다. 동의를 한 필자가 주민숙소 쪽 급경사진 274계단을 올라서자 "급할 것 없으니 이곳에서 놀고 가자"고 제안했다.

사진을 찍다가 농담하고 눕기도 하며 보낸 시간이 두 시간이 지났다. 우리에게 익숙해진 갈매기는 아예 둥지에 주저앉아서 눈을 감고 있다. 손을 내밀어도 가만히있다. 갈매기와 손이 10㎝ 거리인데도 쳐다보고만 있다.

옆에 있던 안동립 대표가 "물리면 파상풍 걸릴지 모르니까 손을 뒤로 빼라"고 한다.  턱을 괴고 50㎝쯤 가까이 다가가 갈매기 눈을 쳐다보니 수정같이 맑다. 처음 본 빨간 눈자위. 부리가 의외로 날카롭다.

일행이 한반도바위를 탐방하자 놀란 괭이갈매기들이 날고 있다 ⓒ 오문수
두 시간 동안 갈매기 앞에서 놀며 잡담을 하자 경계를 푼 갈매기가 손을 내밀어도 도망가지 않고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눈을 지그시 감고 알을 품으며 쉬는 모습에서 인간과 대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오문수

눈을 마주친 갈매기를 보며 상념에 잠겼다. 야생동물과 대화가 가능할까? 펜실베니아대 수의학과 교수 제임스 서필은 저서인 <동물, 인간의 동반자>에서 "기본적인 심리적 기제와 반응이 동일하다면 동물도 인간과 유사한 고통과 불쾌감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 저 갈매기는 우리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선 것 같다.

혼자서는 죽어도 못 올라갈 것 같은 급경사계단을 멋진 동반자와 두 번이나 오간 나는 하산한 후 안동립 대표와 악수를 청했다. 불가능할 것 같은  급경사 계단과 절벽길을 두 번이나 오갔고 꿈에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갈매기와 무언의 대화를 가능하도록 도와줬기 때문이다.

*  <오마이뉴스>와 공동게재 기사입니다

오문수  oms114kr@daum.net

<저작권자 © 여수넷통,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문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포토뉴스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