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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만큼 어깨뼈 모양도 제각각

  • 입력 2018.05.21 09:39
  • 기자명 백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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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형 견봉(왼쪽 위), II형 견봉(왼쪽 아래), III형 견봉(오른쪽)

사람들에게 첫인상이 있듯이 X-ray 상으로 본 어깨관절에도 첫인상이 있다.

각진 뼈들이 튀어나와 있으면 그 자체로 사납게 보이고, 부드러운 곡선의 뼈가 있으면 어깨가 한층 부드러워 보인다.

한번은 X-ray에 찍힌 각진 뼈를 보면서 “지금 환자분의 어깨는 딱 아픈 어깨예요, 첫 인상이 그래요.”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환자는 “힘줄도 안 보이는 X-ray만으로 그걸 어떻게 아세요”라며 의아해했다.

어깨관절 속 견봉의 길이와 기울기, 견봉 끝에 덧자란 뼈의 정도, 견봉과 관절 사이의 간격, 위팔뼈의 관절와 간격 등을 유심히 보면 환자가 느끼는 통증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어깨모양은 유전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어깨통증이 유전된다는 보고는 없지만 얼굴 모양을 부모님에게서 물려받듯이 어깨관절 속 뼈 모양도 유전되는 경향이 짙다. 이른 나이에 병원을 찾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특별히 고된 노동을 하거나 다친 적도 없는데 어깨가 아파요”, “친구들은 멀쩡한데 저만 어깨가 아프고 병원에 자주 다녔어요”라며 병원을 찾는 30대들을 검사해 보면 질환이 하나둘 발견되기도 한다. 개중에는 힘줄이 떨어져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깨통증의 원인을 한 가지로 귀결시키기는 어렵다. 하지만 ‘타고난 어깨뼈 모양이 불리해서’ 이른 나이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는 상당수 발견된다. 특히 젊은 나이에 충돌증후군 진단을 받는 경우, 선천적으로 타고난 어깨뼈 모양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충돌증후군 확인하는 방법

건강한 사람은 견봉이 앞으로 쭉 뻗어 반듯하게 넘어간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구부러진 모양의 뼈를 가지고 있고, 그중 어떤 사람은 구부러진 정도가 더 심각하다. 많이 구부러진 사람은 어깨뼈와 힘줄 사이의 간격이 좁기 때문에 뼈가 조금만 돌출되거나 어깨관절 속 균형이 조금만 깨져도 금방 힘줄이 닿게 된다. 30대부터 충돌증후군의 증상을 보이는 이들의 상당수는 뼈 모양이 과도하게 앞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경우이다.

간혹 “어깨뼈도 자라나요”라고 묻는 사람들도 많다.

통상 의사들은 환자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골극’을 ‘자라나온 뼈’라고 이야기하지만, 꼭 그렇게 단정짓기는 어렵다. 골극의 의미는 ‘자라나온 뼈’보다는 ‘돌출된 뼈’가 더 적합하다.

아직 골극이 자라나는 기간과 정도에 대해 밝혀진 바는 없다. 또한 연세가 많은 환자들 중에 골극이 없는 분들도 있다.

때문에 개인적 생각으로는 충돌증후군 환자의 경우 타고난 견봉 뼈가 돌출된 모양인데다, 오랜 노동으로 견봉이 더 돌출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타고난 뼈의 모양은 얼마나 제각각일까? 타고난 뼈 모양이 충돌증후군에 얼마나 영항을 미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지금부터 ‘뼈 모양’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겠다.

비글리아니(Bigliani)와 모리슨(Morrison) 교수는 140구 사체를 해부해, 어깨뼈 형태를 다음과 같은 3가지로 분류하였다.

I형 견봉은 견봉의 밑면이 평평한 형태로 17%에서 관찰되었다.

II형 견봉은 견봉의 밑면이 휘어진 형태로 43%에서 관찰되었다.

III형 견봉은 갈고리 모양을 가진 경우로 39%에서 관찰되었다. III형 견봉 중의 70%에서 어깨힘줄파열이 있었으며, 갈고리 모양의 견봉 끝 부분이 위팔뼈(상완골)와 충돌을 일으켰다.

이어진 임상 연구에서도 방사선 사진상 갈고리 형태의 III형 견봉이 어깨힘줄파열 등 어깨의 증상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가지 형태의 어깨관절 모양은 아래 그림과 같다.

견봉의 형태

견봉의 모양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견봉 각도(acromial angle)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졌다.

이 각도는 견봉의 전방 1/3의 밑면과 후방 2/3의 밑면이 이루는 각도로, 어깨힘줄의 파열과 관련이 있다.

견봉각을 견봉의 해부학적 형태에 따라 분류해 보면 I형은 0~12도, II형 견봉은 13~27도, III형 견봉은 27도 이상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비글리아니 교수 등이 주장한 “III형 견봉의 89%가 어깨힘줄파열을 동반한다”라는 내용과 일치한다.

또한 많은 연구자들도 옆에서 측정한 견봉의 기울기(acromial slope)와 앞쪽에서 측정한 측면 견봉 각도(lateral acromial angle)가 작을수록 어깨힘줄 질환의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보았다.

견봉각(왼)과 측면 견봉각(오)

이상의 연구를 통해 어깨뼈의 선천적 모양과 충돌증후군의 발병과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었다. 사람의 얼굴이 제각각이듯 뼈 모양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작은 통증이 왔을 때, 검사를 통해 자신의 어깨뼈 모양을 확인하고 위험신호가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설사 선천적 모양의 이상으로 통증이 오더라도 낙심할 필요는 없다. 관절경 등의 간단한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고 리모델링을 잘하면 어깨 건강은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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