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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도 무방비... '3천만원 보이스피싱'

보이스피싱에 딱 걸린 20대 여성, 하마터면 결혼자금 다 날릴 뻔...

  • 입력 2018.05.16 21:53
  • 수정 2018.05.17 13:04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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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만원 보이스피싱을 막은 여천농협 화동지점 직원들과 정영곤 감사팀장(좌)의 모습

전남 여수의 한적한 시골마을 농촌에서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3천만 원을 날릴 뻔한 아찔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4일 오후 2시 20분경 여수시 화양면 여천농협(조합장 박상근) 화동지점에 20대 중반 여성이 다급히 3천만 원 인출을 요구했다. 여천농협은 조합원만 7000여명이다.

80억 사기 미끼... 중고거래 사이트 개인정보 유출 탓

20대 여성의 3천만원 보이스피싱 피해막은 여천농협 화동지점 모습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전화에 걸려든 이 여성은 마을에서 20여분을 황급히 걸어왔다. 계속 전화를 받으면서 “통장을 분실했으니 새로운 통장을 개설해 예치된 예금을 전부 찾아 반드시 해당 계좌로 옮겨놔야 안전하다”라고 요구했다. 농촌에서 보이스피싱에 걸려들 것이라고는 누구하나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20대 여성이 애써 모은 결혼자금을 순식간에 날릴 뻔 한 이 사건. 도대체 어떤일이 있었던 걸까.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잠시 시골로 내려와 생활하던 이 여성에게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걸려온 전화는 “예전 중고거래 사이트에 가입한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본인 정보로 대포통장이 개설되어 피해금액 80억 원이 사기사건에 연루되어 수사 중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부모님이 다 떠안는다”라고 협박했다. 이후 00검찰청 김 아무개 과장이라고 사칭한 사람을 바꿔주며 본인 명의로 개설된 모든 예금을 지키려면 직원이 가르쳐준 계좌로 3천만 원을 송금하라“라고 종용했다.

"최면 걸린 듯 리모컨처럼 움직인 고객, 이상했다"

전남 여천농협 화동지점 이찬수 과장의 기지로 보이스피싱에 걸려든 20대 중반 여성의 3천만 원 사기피해를 막았다.

하지만 이 같은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농협직원의 기지(機智)가 고객의 소중한 재산을 살렸다.

여천 화동농협 이찬수 과장이 바로 그다. 이 과장은 피해 고객이 보이스피싱에 걸려들었다고 판단해 여성이 계속 통화 중인 전화를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이 여성은 거부했다. 불이익이 아버지에게 돌아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계속 휴대폰을 건네줄 것을 요구하자 여성은 자리를 피했다. 또 상대방과 통화중에 적은 송금계좌가 적힌 메모지를 보여 달라고 하자 파기하기도 했다.

3천만원 보이스피싱 사기를 막은 여천농협 화동지점 문옥희 지점장(좌)과 이찬수 과장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 과장에 따르면 ”고객이 전화너머로 상대방이 시키는 대로 리모컨처럼 따르며 마치 최면에 걸린 듯한 모습을 보였다“라며 ”보이스피싱 일당은 이 여성에게 은행에 적립된 돈 3천만 원을 송금계좌로 옮기지 않으면 80억 배상책임이 아빠에게 돌아간다는 말에 완전히 홀린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날 농협에 근무하던 직원들과 지점장 그리고 이찬수 과장은 고객을 설득해도 말이 먹히지 않자 곧바로 경찰을 불렀다. 피해 고객과 그의 아버지를 상담실로 불러 보이스피싱 사건에 걸려들었다고 수차례 설득해도 말이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사건 조회를 통해 피해 고객과 관련된 사건이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보이스피싱 전화사기에 걸려든 사실을 인지한 이 여성은 가슴을 쓸어 올렸다.

보이스피싱을 막은 소감을 묻자 이찬수 과장은 ”농촌에서도 보이스피싱에 걸려든 것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고객의 눈빛을 보니 안전부절 못하고 눈동자가 흐려 제정신 아니었는데 고객재산을 지켜줘서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곳 관내는 65세 이상이 70%쯤 사는데 보이스피싱의 사각지대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도 알았다“라고 쑥스러워 했다.

또 10년 전 여천농협 관내에서 근무 중에 3억 원의 보이스피싱 사건을 막은 경험이 있는 화동지점 문옥희 지점장은 ”조합장님이 회의 때마다 시골 분들이 보이스피싱에 당하지 않도록 당부한 직원교육이 사기를 막았다”면서 “보이스피싱을 막는 비결은 은행에서 예금을 중도 해지하는 경우 꼭 사고가 나기 때문에 고객에게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중도해지는 자세한 내용을 살피고 일처리 하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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