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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힘이 떨어지는 것은 노화가 아닌 질환 때문이다

  • 입력 2018.08.22 14:44
  • 기자명 백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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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뼈 주변 근육이 푹 꺼진 환자

어깨 주변 근육은 팔을 들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팔을 들어올리는 근육 대부분이 등 뒤 날개뼈부터 앞쪽 팔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날개뼈 근육에서 시작해 팔에 붙는 부분이 힘줄인데, 오랫동안 과하게 사용하거나 어깨에 문제가 생기면 뼈에서 떨어져 나간다. 떨어져나간 힘줄은 날개뼈 방향으로 점점 오그라들어 이 과정에서 날개뼈 위 근육이 마르고 푹 꺼지게 된다.

염증 시작 단계에는 어깨힘줄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관절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긴 해도 팔을 움직이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이 단계에서는 스테로이드 주사 만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수개월 내에 어깨가 다시 아파와도 주사 약기운이 떨어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통증을 조절하는 주사는 점차 효과가 떨어지며 그렇게 염증의 발생과 호전이 반복되면서 어깨 속 힘줄의 마모는 점차 심해지게 된다.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단순 마모가 부분 파열로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깨힘줄파열 환자의 MRI : 시간이 지나면서 어깨힘줄파열이 심하게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수술로 통증이 없어졌다고 해서 어깨 상태도 좋아진 것은 아니다. 근육의 당기는 성질 때문에 한번 뼈에서 떨어진 힘줄은 점점 틈이 벌어진다.

원래 힘줄의 기능은 크레인과 같이 팔을 들어올리는 용도다. 때문에 떨어진 힘줄은 계속 근육의 시작점으로 당겨진다. 거기다 떨어져나간 가장자리는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소멸되는데, 이 과정 속에서 근육의 두께는 얇아지고 길이도 줄어든다.

이 정도로 힘줄파열이 진행되면 등 뒤 날개뼈 위 근육도 움푹 꺼진다. 힘줄파열이 진행되지 않은 어깨와 비교해 보면 파인 정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당연히 팔을 들어올리는 힘도 약해진다. 팔을 어깨 높이만큼 들어올리는 것도 힘들고 들어올린다 해도 금세 떨어지고 만다.

근육이 사라진 어깨는 진정한 날개라고 할 수 없으며, 날개뼈 위 근육이 마르면 새도 날 수가 없다. 어깨힘줄파열이 진행되면 의사들은 근육의 위축 정도와 어깨근육 주변의 정도에 따라 수술 방향과 방법을 결정한다.

옆에서 본 MRI 사진 : 정상적인 어깨힘줄(왼쪽 위), 극상근이 파열된 상태(오른쪽 위),  견갑하근이 파열된 상태(왼쪽 아래),  극상근과 극하근까지 파열된 상태(오른쪽 아래)로 구분된다.

이철 님 역시 비슷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온 경우였다. 오랫동안 석공 일을 해왔고 망치질이 주요 일과였던 이철 님은 다친 적도 없는데 1년 전부터 어깨가 아파 수저질도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목욕탕에 갔다가 때를 미는데 어깨랑 팔이 어찌나 아프던지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의 날갯죽지 위 근육은 한눈에 봐도 정상이 아니었고 등도 움푹 파여 있었다. MRI 검사를 통해 어깨힘줄파열 정도를 확인하기로 했다.

MRI 검사에서 까맣게 채워져 있는 정상 힘줄과 달리 일부분이 하얗게 비어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렇게 되면 근육 위축까지 오고 팔을 사용하는 데도 지장이 생긴다. 등 날개뼈 근육까지 말라 있다면 이미 심한 어깨힘줄파열이 왔다고 볼 수 있다.

어깨힘줄파열 환자들이 물건을 들 때나 악수할 때, 목욕탕에서 때를 밀 때 등 특정 자세에서 통증을 호소하는 것은 어깨 속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자연스럽게 팔을 아래로 내려뜨리고 있을 때는 어깨 견봉과 힘줄 사이 공간이 커진다. 팔의 무게, 근육과 힘줄이 위아래로 끌어내리는 균형이 유지되어 힘줄이 견봉뼈에 부딪칠 일이 별로 없다.

견봉과 힘줄 사이의 공간 : 왼쪽은 견봉과 힘줄 사이 공간이 넓은 정상 상태(남,51)이다. 오른쪽(남,70)은 광범위 어깨힘줄 파열로 상완골두가 위로 올라가 견갑골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힘줄파열로 어깨관절 속 균형이 깨져있을 때는 견봉과 힘줄 사이 공간이 좁아져 팔뼈가 견봉에 닿는다. 견봉과 위팔뼈 머리 부분인 상완골두 사이에 놓이는 힘줄이 있을 공간도 줄어들어 팔을 어깨 높이 이상으로 들어올리면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견봉과 위팔뼈 사이의 공간 부족으로 어깨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는데도 통증을 없애는 데만 집중하여 원인치료를 하지 않으면, 건강하던 나머지 힘줄도 나빠져 어깨회전근개 관절염으로 진행된다.

원인치료를 강조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한번 떨어진 힘줄은 절대 저절로 치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떨어진 힘줄은 점점 근육 쪽으로 당겨지고 얇아지면서 기름덩이로 퇴화한다. 이렇게 힘줄이 약해지면 봉합조차 쉽지 않으며, 제자리로 당겨서 꿰매주려고 하면 푸석푸석하게 찢어지기도 한다. 봉합을 해도 다시 떨어지는 재파열도 일어난다.

어떤 환자는 등 날개뼈 위 근육이 마를 정도로 힘줄파열이 심해서 통증의 이유를 설명을 해주면, “그렇게 오래됐을 리가 있나. 지난주 고추밭에서 넘어진 후 이렇게 됐다니까!”라며 믿으려 하지 않는다. 통증이 시작된 시기를 힘줄파열이 시작된 시기로 오인하는 경우도 잦다.

앞서 설명했듯 힘줄파열은 서서히 진행된다. 등 날개뼈 위 근육이 마를 정도로 어깨힘줄파열이 되려면 몇 년이 걸리며, 10년에서 20년 이상에 걸쳐 진행되기도 한다. 단순히 통증의 경증만으로 질환의 심각성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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