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상임위원' 논란을 총정리해봤다
상태바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논란을 총정리해봤다
  • 정병진
  • 승인 2019.01.28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해주 교수에서 시작돼 2월 임시국회 보이콧까지... 정당 관련인사 논란은 처음 아냐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사진은 지난 9일 오전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있는 모습 ⓒ남소연

문재인 대통령이 조해주 국민대 겸임교수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에 임명하자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조해주 교수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채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에 임명했습니다. 그러자 한국당은 2월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고,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 등 다른 야당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중앙선관위 위원이 뭐길래 야권이 이처럼 거칠게 반발하는 걸까요?

먼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3일로 임기가 만료돼 퇴임한 문상부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12월 14일 조해주 국민대 겸임교수를 지명했습니다. 조해주 교수는 1955년생으로 중앙선관위에서 1급 공무원으로 퇴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나 사무차장을 거치지 않은 채 장관급인 상임위원으로 임명된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지금껏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상당수는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나 사무차장 출신이 맡았습니다. 

헌법 제114조 2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위원중에서 호선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조해주 교수는 박근혜씨가 임명한 문상부 전 상임위원의 후임이기에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임명되는 위원 3인 중 한 사람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임명하는 선관위 위원에 대해서는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게 돼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조해주 교수의 중앙선관위 위원 임명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선 표면적 이유는 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그를 선관위 위원에 임명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통령이 임명하는 선관위 위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는 가급적 해야 하겠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건 아닙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사람을 선관위 위원에 임명했다고 해서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임명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야당은 '시끌시끌'

하지만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조해주 교수를 중앙선관위 위원에 임명하자 2월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고 국회 로텐더홀 옆 계단에서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청와대가 '선관위를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성토하는 중입니다. 민주평화당도 "조해주 임명 강행은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고, 이런 임명은 현정권들어 벌써 여덟 번째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바른미래당은 "인사검증의 완벽한 실패"라며 반발하면서 "한국당의 2월 임시국회 보이콧은 무책임하다"라고 모두를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국당과 함께 조해주 교수와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 등 4명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인사검증 핵심 증인에 합의해 주지 않아 인사청문회가 파행을 겪는 등 사실 규명을 방해받았다는 주장입니다. 정의당은 한국당의 2월 국회 보이콧에 대해 비판만 했을 뿐, 조해주 위원 임명강행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조해주 교수를 중앙선관위 위원에 임명한 일이 대체 왜 이처럼 야권의 거센 반발을 낳는 걸까요?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조해주 교수는 2017년 더불어민주당이 발간한 '민주당 공명선거백서'에 '공명선거특보'로 이름이 오른 인사입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행정적 실수'라고 해명하면서 조해주 교수는 '공명선거특보'로 활동한 바 없다면서 그에게 확인서까지 써줬습니다. 조해주 교수는 중앙선관위 위원 후보로 지명돼 인사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민주당 공명선거특보로 이름이 오른 적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민주당 측에 항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권은희 의원에 따르면, 조해주 교수는 인터넷 나무위키의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문재인 대선 캠프조직)의 명단에 '공명선거특보'로 이름이 올랐다가 현재는 삭제된 상태입니다. 나무위키 히스토리에 의하면 2017년 12월부터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11월 28일 기록이 삭제됐다고 합니다. 정보를 삭제한 ID는 당일 가입해 삭제한 뒤에 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정당 활동했다고 해서 지명될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

민주당에서는 "박근혜 정권 때도 선관위 위원에 임명된 인사 중에 최윤희, 김용호 같은 사람은 각각 한나라당 윤리위원과 여의도연구원 이사직을 역임한 사람이 있었다"라면서 "설령 조해주 교수가 민주당의 공명선거특보로 활동한 사실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그가 선관위 위원에 임명되는 데는 하자가 없다"라고 주장합니다. 사실일까요? 네, 그건 사실입니다.

현행 선관위법 제9조에 따르면 위원의 해임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한 때
2)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때
3)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때
4) 정당추천 위원으로서 그 추천 정당의 요구가 있거나 추천 정당이 국회에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없게 된 때와 국회의원 선거권이 없음이 발견된 때
5) 시도 선관위의 상임위원으로서 국가공무원법 제33조 각호의 1에 해당하거나 상임위원으로서의 근무 상한에 달하였을 때


하지만 이 같은 (상임)위원의 해임 사유는 모두 위원으로 임명돼 활동 중인 사람들에 대한 규정이지 위원 지명 인사가 위원이 되기 전 활동한 사항에 대한 자격 규정이 아닙니다. 조해주 교수가 민주당의 공명선거특보로 활동했다고 해서 위원으로 지명될 수 없다는 규정은 현재로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위원에 지명한 조해주 교수는 관례상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됩니다. 본래 선관위법에 따르면 상임위원은 위원 중에서 호선하게 돼 있지만 관례상 대통령이 지명한 사람을 상임위원으로 선임해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조해주 위원이 임명된 지 하루 만인 25일 아침 중앙선관위는 위원회를 열어 그를 상임위원으로 선임했습니다.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대체 뭘 하길래

그럼 상임위원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요? 선관위법의 '상임위원'에 대한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앙, 시도 선관위 위원장을 보좌하고 그 명을 받아 소속 사무처의 사무를 감독하게 하기 위해 1인의 상임위원을 둠. 중앙선관위의 상임위원은 위원 중에 호선함."

본래 중앙선관위 위원의 임기는 6년이고 구·시·군 위원회 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되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게 돼 있습니다. 다만 '관례상'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은 3년마다 바뀝니다.

조해주 상임위원의 경우도 관례에 따르자면 2023년 1월 24일까지가 임기입니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은 "사무처 인사와 정치인 조사 등 현안 보고를 받는 막강한 권한 행사를 한다, 비상근 위원장을 대신해 선거관리 실무를 총괄하는 심판이나 다름 없다"라며 조해주 상임위원의 임명 강행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일리 있습니다. 조해주 상임위원은 2020년 3월 총선과 2022년 대선을 맡아 관리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야당으로서는 친 민주당 성향의 인사가 상임위원이란 사실이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대년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도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차기 (선관위) 상임위원은 정치에 오염되지 않은 선관위 내부출신이 아닌 덕성과 품성을 갖춘 중립적인 외부인사께서 오시면 고맙겠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그는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시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임위원회는 일종의 합의제 기구이며, 외부 추천 위원들은 선관위 내부 사정을 잘 모르다 보니 내부 출신 상임위원이 사실상 선관위 요직의 인사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으며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조해주가 유일한 사례? 아니다, 더한 인물도 있었다

강경근 전 중앙선거관리 위원. 사진은 2009년 12월 3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남소연

그럼 조해주 상임위원이 외부 인사, 그것도 특정 정당과 관련된 인사가 상임위원에 임명된 유일한 사례일까요? 아닙니다. 김호열 상임위원의 임기 만료로, 2009년 11월 1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에 임명한 강경근 교수(숭실대 법학과 교수, 2009년 12월~2012년까지 상임위원으로 활동)는 조해주 교수와는 비교하기 힘들만큼 당시 한나라당과 관련한 일을 많이 한 인사였습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활발한 기고활동을 하면서 뉴라이트 계열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는데, 이명박 지지 활동에 자주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나라 선진화, 공작정치 분쇄 국민연합' 부의장과 운영위원으로 활동했고, 이 단체는 BBK 특검 반대 및 이명박 후보 지지를 내걸고 서울 청계 광장 등에서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강씨는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맞서 국가정상화 추진위원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습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정국 땐 법질서수호 FTA 비준 촉구 국민대회라는 맞불집회를 연 선진화국민회의라는 단체에도 참여했고, 한나라당 윤리 강령 기초위원장으로도 활동했습니다.

그가 상임위원으로 있을 무렵 중앙선관위는 "4대강, 무상급식 관련 활동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해석을 내놓아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하면 지금의 한국당의 반발과 농성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공명선거를 위해서는 정치 편향적이지 않은 인사가 상임위원을 맡아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단지 중앙선관위 '위원'의 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상임위원'이라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사가 맡아서 최대한 엄정하고 공명정대한 선거관리를 하게 해야 바람직합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동시게재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