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발암물질 총량 1위 여수... 불산사고 안 당할려면

  • 입력 2012.10.29 11:45
  • 기자명 심명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최 측, ‘화학재난 종합방재센터·안전보건협의체‘ 건립 요구

"교대 근무를 하는 여성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병은 유방암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을 하다 유방암에 걸리면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이 병에 걸리면 ‘재수없어 걸렸다‘ ‘가족력이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유방암에 걸리면 산재로 인정합니다. 이 나라는 어디일까요?"

큰 상품이 내걸린 퀴즈문제에 많은 사람들이 "저요"를 외쳤지만 모두 답을 피해갔다. 하지만 답이 안 나오자 사회자의 힌트로 정답이 나왔다. 이 나라는 바로 덴마크다.

지난 27일 오후 여수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여수를 위한 시민걷기대회‘의 한 장면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암 발생률은 성인남성 3명 중 1명, 여성 4명 중 2명이다. 평균수명까지 살면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국내에서 1년 평균 6만 명이 넘는 암환자 중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사람은 1년 평균 20~40명에 불과하다. 영국·프랑스·독일 등에 비해 1/10 수준이다. 그러나 직업적 (산재) 사망 원인에 암은 없다. 특히 여수 지역은 정부의 암발생자료 분석 결과 연령대별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는 역학조사발표를 통해 여수·광양지역의 발암물질노출 위험성을 인정했다.

"No 발암물질, Safe 여수·광양"


발암물질로부터 안전한 여수·광양 만들기 사업본부(이하 발암물질 사업본부)가 주최하고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2회째다. 이날 비가 오는 날씨에도 300여 명의 많은 노동단체와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했다.

주최 측은 ‘No 발암물질, Safe 여수·광양‘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이 행사는 민주노총 화학연맹광전본부·화섬노조 전남지부·LG Chem노조·YNCC지회·여수건설노조·한국바스프노조·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후원으로 참가 시민들에게 푸짐한 선물이 돌아갔다.

행사장 잔디광장에는 발암물질 설문과 혈압·혈당·근골격계질환 임시 무료검진과 페이스 페인팅·풍선아트 등 각종 부스 체험코너가 마련됐다. 주최 측은 사전 행사를 마친 후 ‘제2회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시민걷기대회‘ 펼침막을 들고 시청 앞을 출발했다. 이들은 경찰의 호위 속에 걷기대회가 시작됐다. 우중 속 참가자들은 우의를 입고 걸었고 잠시나마 발암물질로부터 안전한 여수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9월 27일 ㈜휴브글러벌 구미공장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누출사고로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 사고로 2·3차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갔다. 탱크로리 위에서 작업 중 사망한 노동자 2명은 20대 청년이었다. 이 사업장은 3년 전 불산 사고가 발생했지만 관리 당국은 관리감독도 없었고, 심지어 불산 취급 사업장인지 조차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인해 여수 시민들은 유독가스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다고 한다.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산업단지는 여수·울산·대산이다. 특히 울산 미포·온산공단은 471개 유독물 취급업체가 있다. 전국 유통량의 33.6%를 취급한다. 지난 5년 간 울산산단에서 화재폭발 사고만 188건으로 드러났다.

여수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다. 여수산단은 60여 개의 석유화학업체가 밀집돼 있다. 여수는 2005년 염화수소 노출사고로 65명의 중독사고 발생했다. 올 6월 한국실리콘과 금호미쓰이 화학공장에서 유독가스가 노출돼 지역민을 긴장케 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김상일 시의원은 최근 구미에서 불산 사고가 났는데 여수는 어떤가라는 물음에 "구미에서 불산이 누출돼 주변 지역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됐다"며 "여수 산단은 그보다 더 독성 화학물질들이 많이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수산단에서 사고가 나면 곧바로 여수지역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항상 산업안전과 노동자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삼아 기업은 2·3차 안전에 대한 시설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발암물질 사업본부, 민관산학 공동 노력해야



발암물질 사업본부 장종익 사무국장은 "여수는 전국에서 발암물질 총량 1위라는 부끄러운 불명예를 안고 있다"며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민관산학 따로 없이 공동의 노력을 통해 발암물질과 산업재해부터 안전한 지역을 만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암 발생률이 여수가 전국 1위이라고 하는데 어떤 기준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일반적인 암이 아니라 직업성 관련 암"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업성 암중에서 발암물질을 생성할 수 있는 물질을 흡입해서 생기는 암이 있는데 그러한 발암물질에 대한 퇴치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여수산단은 그러한 물질(벤젠, 1·3부타디엔, 석명, 황산 등)을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생산하기 때문에 여기에 추출되는 공정들이 어떤 형태로든 집진 시설을 비롯해 다양한 장치들이 보강돼야 한다"며 "근로자가 이를 흡입하지 않고, 공기 중으로 비산돼 여수시민들이 호흡해 암이 생겨나지 않도록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G Chem 노조 여경호 산업안전보건국장은 "저희 노동조합은 지속적으로 여수산단의 안전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며 "오늘 비가 오지만 이런 행사를 통해 가족과 같이 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참가자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여수산단이 안전한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행사 참여 소감을 밝혔다.



4명의 가족과 행사에 참가한 김선화(36)씨는 "울산에 살다 여수에 온지 5년이 됐는데, 현재 가족이 다 비염에 걸려 약을 먹고 있다"며 "여수 공기가 안 좋은데 환경오염이 되지 않게 기업이 투자를 해 배기가스 오염방지 시설을 많이 설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발암물질 사업본부는 여수시에 ‘화학재난 종합방재 센타‘ 설치, 여수시민과 노동자가 참여하는 ‘안전보건협의체‘ 건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10만 서명운동에 나선다. 이 단체는 주변에 암으로 목숨을 잃었거나 투병중인 암환자가 접수처로 문의하면 의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민주노총 자문단이 직업성 암 가능성을 검토 후 산재신청을 무료로 지원한다.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