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빛물, 축복의 빛물이예요, 그 빛물을 내 몸으로 품어 보세요”
얼마 전 최병수 작가님이 흥분된 목소리로 해양공원에서 퍼포먼스를 열자고 제안이 왔다.
길 위에서 더욱 자유로워지는 나는 그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최 작가는 해양공원에서 당신의 작품 '빛물'을 전시했다. ‘빛물’은 수도꼭지에 LED 전구를 연결하여, 물이 아닌 빛이 흐르도록 발상을 전환한 참신한 작품이다. 스위치를 누르면 작은 전구마다 불이 들어온다.
최 작가는 지난 1997년 이미 수도꼭지에 전구를 연결한 작품을 선보인 적 있다고 한다. 이제 전구 대신 LED가 등장한 것이다. 대단한 비쥬얼이다! 물이 되어 흐르는 빛이다. 빛물인가? 물빛인가?
이 신기한 작품에 길 가던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신기한 듯 바라보며 현장에서 작품을 체험한다.
작품 ‘빛물’ 앞에 사람들은 신기한 듯 모여들면서도 선뜻 카메라 앞에 서지 못했다. 그런 그들을 최 작가는 자연스럽게 카메라 앞에 세워 작품을 체험하게 한다. 가히 현장작가답다.
이렇듯 최 작가님의 작품은 현장 속에서 더 빛이 난다. 나 역시 물만난 고기가 되어 ‘삐끼’ 역할에 즐거움을 누린다.
가장 대중적인 것을 융합시켜 기발한 작품을 선보이는 최병수 작가에게 창작이란 융합으로 귀결된다. "돌과 도끼를 끈으로 잇자 돌도끼라는 새로운 물건이 발명된 것처럼 창작이란 일상의 융합"이라고 그는 말한다.
요즘 최 작가는 물과 빛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줄줄이 선보이고 있으며, 새로운 창작품이 탄생할 때마다 내게 알려온다. 나 역시 작품에 담는 메시지가 어찌나 기발한지 쉴새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그의 작품을 카톡으로 퍼나르고 있다.
최병수 작가의 작품 ‘빛물’ 앞에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지만, 특별히 나는 오랜 세월 세상을 품은 분을 찾아 나섰다.
은빛 면류관에 지팡이를 짚고 걷는 노부부가 눈에 띄자 나는 주저 없이 다가가 작품 설명을 하고 연출을 부탁했다. 그런데 최 작가님이 노부부 중 한 어르신께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아이쿠! 선생님' 하며 넙죽 인사를 하시는 게 아닌가.
'시대의 어른이신 채현국 선생님'
최 작가가 인사한 그 어르신은 바로 채현국 선생님이셨던 것이다. 자녀를 만나러 여수에 왔다가 저녁 산책길에 장도에 들르신 것.
무지해서 알아보지 못한 내가 격식 없이 즉석 연출을 부탁을 드렸음에도 채 선생님은 격의없이 받아들이셨다.
‘삶이 빛이 되신 채현국 어르신’과 ‘빛물’은 절묘한 만남이 되어 작품사진으로 승화되었다. [채현국 소개 바로가기]
어젯밤 ‘빛물’은 바로 빛을 품은 분을 제대로 만난 날이다.
작품을 감상하며 시간과 마음을 함께하며 최작가를 응원하는 또 다른 한 사람 손현정 샘과 나에게도 잊지 못할 ‘빛물’이 되어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