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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사의 절정, '백자달항아리에서 김환기 회화까지'

한국미술사 이태호 교수, 예울마루 강의
'색채의 마술사' 김환기 회화의 깊이 있는 이해 도와

  • 입력 2019.11.27 00:34
  • 수정 2019.11.28 16:04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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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인문학 강의를 맡은 이태호 교수

‘2019 예울마루 하반기 화요인문학’이 26일 오후 7시 반 예울마루 소극장에서 열렸다.

이번 화요인문학은 한국미술사 이태호 교수가 ‘백자달항아리에서 김환기 회화까지’ 한국미술사의 절정을 주제로 강의했다.

이 교수는 “최근 김환기의 그림이 132억에 낙찰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강의의 말문을 열었다. 김환기는 한국경매사상 최고가격 1위에서 8위까지를 모두 섭렵하고 10위까지 차지한 그야말로 기염을 토한 작가다.(9위는 이중섭이 차지했다)

김환기의 작품은 서울시대-파리시대-서울시대-뉴욕시대로 나뉘는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유목민적 삶은 작품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해방 후 1956년까지 홍익대학교에서 교수로 근무하다 훌쩍 떠난 파리에서 3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친 그의 작품은 이전보다 한껏 세련되어졌다. 이후 그는 뉴욕에 가서 전력을 다해 작품활동에 매진한다.

김환기, 항아리와 매화

특히 김환기는 작품 속에서 색을 배치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색채의 마술사’다. (작품 ‘항아리와 매화’) 늘 백자를 집안과 마당에 두고 살았던 그는 ‘이조항아리’라는 시를 쓸 정도로 항아리에 애착을 가졌다.

문인과 가깝게 지내기로 유명한 그의 작품은 자주 문학잡지의 표지를 차지했다.  김환기의 그림이 그려진 시집은 다른 시집보다 가격이 훨씬 높게 책정될 정도였다.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김환기는 1970년대에 들어서야 점화(點畵)를 시작했다. 그는 1970년 당해에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발표하여 한국일보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작품 제목은 김광섭의 시에서 나온 문구다.

이 작품에 찍힌 점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가설을 내놓았다. 누군가는 분청사기 문양에서 점을 찍는 영감을 얻었을 거라 추측하기도 했다. 1970년부터 5년간 그는 약 10만개의 점을 찍었다 한다.

한국미술사 이태호 교수가 예울마루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강의에서 이 교수는 “김환기에 와서야 작가다운 작가들이 나타났다”고 평했다. 이전까지는 풍류적,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나 김환기는 전문 작가로서 작품을 내놓았던 것이다.

이 교수는 김환기의 업적 중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는 점을 가장 중요한 것은로 꼽았다. 다음으로 뉴욕에서 추상화를 시도하며 화려한 채색의 추상화를 연구하다 신안 앞바다의 하늘과 바다색을 발견하고 점화로 이뤄낸 점을 들었다.

김환기의 작품이 표지로 등장한 '현대문학'

김환기는 점 찍는 것에 대해서 “내 작품은 공간의 세계다. 마음 속을 잘 말해주기 때문에 그렇다. 내 점의 세계에 나는 새로운 창을 하나 열어주었는데 여기서 새로운 세계는 안 보인다. 내가 찍은 점,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 있을까. 눈을 감으면 환히 보이는 무지개보다 더 환해지는 우리 강산"이라는 표현을 남겼고, 말을 한 지 4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1974년, 죽음을 앞둔 그는 청회색을 중심으로 작품을 그렸고 이는 서해안 갯벌의 색이기도 했다. 거기에 흰 선으로 공간을 나누는 작업을 하다 죽음을 맞았다.

강의 말미에 이태호 교수는 뉴욕에 답사를 간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에 돌아와 한 잡지에 답사기를 남겼다고 말했다. 김환기도 자연의 달과 인공의 달을 비교하여 보면서 구상적인 작업을 포기했다.

김환기 화가는 평생 점을 찍고 그림을 그리면서 “미술은 철학도 미학도 아니다. 하늘 바다 산 바위처럼 (그저)있는 것이다” 라는 마지막 표현을 남겼다.

이 교수는 “이런 표현은 예술가가 아닌 이상 남길 수 없는 문장”이라면서 “역사는 이론가가 남기는 게 아니라 창작자가 남기는 것”이라는 말로 김환기의 회화를 살펴보는 강의를 끝맺었다.

한편 이날 강의가 끝나고 청중들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김환기 화가의 생애와 작품을 심도 있게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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