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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를 긍휼히 여기라”

여수출입국보호소 화재참사 13주기 추모사

  • 입력 2020.02.11 13:27
  • 수정 2020.02.11 13:53
  • 기자명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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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는 이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2007년 오늘(211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지금은 여수출입국ㆍ외국인사무소)  화재사고로 10명의 보호외국인이 화마에 희생되고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다. 해방이후 일어난 외국인관련 단일사고로는 가장 많은 외국인이 희생된 참사였다. 화재가 나자 근무자는 보호 외국인이 달아날 것을 염려한 나머지 철장문을 열어주지 않아 질식사를 하기도 했다

그 당시 희생자 추모식이 오늘 오전 10시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3층 회의실에서 열렸다거의 잊혀진 죽음들이다.  오늘 13주기에 그 이름표를 앞에 두고 추념식에 있었다.

아래는 추모식에서 낭독한 여수 열린교회 정한수목사의 추모사다.

추모사를 읽는 정한수 목사. 사진 곽준호 기자

나그네를 긍휼히 여기라" 

정한수 목사(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긴 대표적인 사람들이 고아, 과부, 나그네이다. 고아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의지할 데 없이 살길이 막막한 어린 아이들을 말하는 것이고, 과부는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이 척박한 세상에서 혼자서 아이들을 돌보고 건사해야 할 홀로 된 여인을 말하는 것이고, 나그네는 아브라함과 같이 고향과 친척과 부모의 집을 떠나 타향 객지에서 외톨이가 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 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나그네들이다. 이들은 멀리 고국을 떠나 말도 다르고 글도 다르고 풍습도 다른, 생경한 우리 나라에 와서 모든 것이 낯설고 물선, 바닷가에 혼자 버려진 어린아이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다. 이들이 우리 나라에 왔을 때는 이들이 나그네이고, 우리가 외국에 나가게 되면 우리가 나그네인 것이다.

오늘, 우리가 이런 나그네들을, 외국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추모식 광경.  사진 곽준호 기자 

13년 전에 이곳 여수출입국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로 여러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여러 사람들이 부상을 당했다. 법적인 문제로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철장 안에 갇힌 몸이 되었다가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우리가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 것인가를, 우리가 외국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단번에 보여주는 사건이다. 외국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외국에 나가서 이런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을 해보자.

우리에게 외국인 인권이 있는가? 우리에게 외국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는가? 불법체류자는 이렇게 인권을 유린당해도 괜찮은가? 외국인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다. 이들에게도 우리와 똑같은 인권이 있다. 이들도 우리와 같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들이다.

외국인들, 나그네들을 긍휼히 여기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여러 법과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외국인 인권 보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이곳 여수출입국외국인보호소에도 평소에 수백 명의 외국인이 수용되어 있다. 말은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보호가 아니라 구속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갇혀 있는 이들의 인권이 얼마나 보호되고 존중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추모식에서는 희생자 이름이 새겨진 명패앞에 헌화했다.  사진 곽준호 기자 

비록 법과 제도의 문제로 보호소에 갇혀 있는 몸이지만, 이들의 안전은 보장되어야 하고 이들의 존엄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외국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권을 가진 인간들이다.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목숨이다. 그 누구도 하나님이 주신 이 생명을 하찮게 여기거나 우습게 여겨서는 안되다.

인권 존중은 그 나라의 국격이다. 우리가 외국인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국격이 결정된다.

외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의 형제요 자매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들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생활을 해야 한다. 우리가 외국에 나갔을 때 외국인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해 주기를 바라는가? 우리가 우리나라를 찾아온 외국인들을 그런 심정으로 대하면 된다.

다시는 13년 전과 같은 불행한 일이, 그런 아픔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인을 바라보는, 나그네를 마주하는 우리의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

13년 전, 불행한 화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자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함께 하심이 있어서 빠른 쾌유를 빈다.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전경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에서는 출입국안전헌장 이행결의문을 낭독했다. 사진 곽준호 기자 
출입국안전헌정 이행 결의문.  사진 곽준호 기자 

 

여수출입국 외국인사무소 출입국안전헌장 이행결의문

우리 여수출입국 외국인사무소의 모든 직원은 출입국행정을 구현함에 있어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데 모든 정성과 역량을 다할 것을 다음과 같이 결의합니다.

하나. 출입국행정서비스를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안전관리에 역점을 두는 복무자세와 근무환경을 확립해 나가겠습니다.
하나. 업무수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선제적으로 찾아내고 예방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하나. 출입국사범 단속 시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인권과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나. 보호외국인도 가족과 같이 생각하여 국적.인종.종교에 따른 차별방지는 물론 인권존중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하나. 세계인을 향한 보다 나은 출입국서비스를 위한 기본 요소인 직원 안전도 빈틈없이 챙겨 고품격의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2020. 2.11
여수출입국 외국인사무소 직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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