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카피는 끝없는 관찰 끝에 얻어낸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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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카피는 끝없는 관찰 끝에 얻어낸 발견"
  • 전시은
  • 승인 2020.06.1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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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아카데미 6월 강좌..정철 카피라이터의 "누구나 카피라이터"
2016년 문재인 대통령 슬로건 '사람이 먼저다' 카피 제작자
최근엔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습니다'로 관심
18일 여수출신 정철 카피라이터가 6월 여수아카데미 강좌를 맡았다. 

 

18일 오후 3시 진남문예회관에서 '정철 카피' 대표 정철 카피라이터가 ‘누구나 카피라이터’를 주제로 한 시간 반 동안 열띤 강의를 펼쳤다.

SNS로 누구나 글을 쓰고 소통하는 시대에 33년간 광고 카피 문구를 써온 그는 짧은 글을 효과적으로 쓰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가 오면서 작가와 독자 사이의 벽은 허물어졌다. 누구도 글에서 도망칠 수 없는 이 시대에, 이제는 그의 글이 그를 설명하고 있다.”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그는 ‘카피라이터’를 두고 “단어를 씹어 삼켜서 온전히 새로운 문구로 만들어 뱉어내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라'고 조언했다. 끝없는 관찰 후에야 발견의 순간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손보다 눈으로, 끝없이 관찰하면 발견의 순간에 다다른다”고 말한 그는 청중들에게 가만히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을 기다리지말고 치열하게 눈에게 일을 시킬 것을 주문했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은 언젠가는 고갈되지만 눈에 들어온 모습을 그대로 자신의 글에 옮겨놨을 때 글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눈을 다 동원해서 관찰하라. 고양이의 시선에서, 구름의 시선에서, 살아돌아온 이순신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다채로워진다. 책은 독자의 눈에서 보면 지식의 창고이지만 작가의 시선에는 생계를 이끌어가는 고마운 존재다. 편집자의 관점에서는 끝없는 일이다”

 

구체적인 문장이 중요.. 정태춘의 가사에서 영향 받아

정철 카피라이터는 정태춘의 가사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구체성의 힘’이다. 읽고 나서 곧바로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글이 그가 말하는 ‘좋은 글’이다.

관념적인 글과 추상적인 글은 아무리 읽어도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전달력과 효과에서 큰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정태춘의 가사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그는 청중들에게 잠시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들려줬다. ‘구체성의 힘’이 잘 드러난 가사다.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단어의 낯선 조합 역시 참신함을 불러온다. 비슷한 단어를 모아두고 레고처럼 앞에 새로운 단어를 뗐다 붙였다 조립하여 문장을 만든다. 또 사소한 발견을 어떻게 확장하느냐에 따라 의미있는 문장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땀과 침을 관찰한 그는 땀의 소금기에서 힌트를 얻어 ‘썩지 않기’라는 글을 써내기도 했다.

‘남이 흘린 땀을 가로채려고 침만 흘리는 사람은 결국 썩고 만다. 침에는 소금기가 없다’

그가 앞에서 강조한 것처럼 눈으로 열심히 살피고 관찰한 끝에 얻어낸 작은 발견이다.

최근 질병관리본부 메인카피인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 역시 그의 작품이다.

정은경 본부장을 포함해 최전방에서 사투를 벌이는 질병관리본부를 응원하는 캠페인인 ‘고마워요 질병관리본부’에 참여한 정철은 해당 문구를 게시했다. ‘코로나’라는 단어를 꾸준히 관찰한 끝에 ‘코리아’라는 단어를 발견했고 이것이 확장되자 하나의 카피가 탄생한 것이다.

 

제품에서 사람으로 시선을 돌려봐.. ‘사람 얘기’가 중요

정철 카피라이터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가능하면 사람 이야기를 하라”고 조언한다. 가장 힘있고 울림 있는 이야기는 바로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카피를 만들 때면 언제나 제품이나 기술에 10프로의 시선을 두고 나머지 90프로는 그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시선을 두려 애쓴다. 고정된 이미지인 제품은 새로운 발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시선을 두는 순간, 그의 말마따나 “전혀 이야기가 달라진다”

1992년 문재인 낙선 슬로건 역시 ‘사람이 먼저다’ 였다. 당시 그는 이 슬로건 때문에 주변의 항의를 많이 받았다. “정치 슬로건 같지 않고 너무 철학적”이라는 이유였다.

그후 2016년에 그는 바로 이 ‘사람이 먼저다’ 슬로건을 더욱 발전시켜서 내놓았다.

"사람을 맨 앞에 둔다. 이념보다 권력보다 (중략) 첨단기술보다 정상회의보다 명예보다 사람이 먼저다"

반복과 나열로 리듬감을 살리는 이 문장은 그가 “문재인이라는 소비자를 국민에게 팔기 위해 던진 카피”다. 동시에 이 문구에는 ‘사람’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언제나 사람 이야기를 끄집어내 글을 쓰려 노력하는 정철 카피라이터는 마지막으로 청중들에게 많이 쓰라고 조언했다.

“우선 써라. 쓰다 보면 잘 쓰게 된다. 눈에 띄지 않아 조바심이 들더라도, 자신감이 사라져도걱정하지 말라. 양을 늘리면 질이 된다.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르지만 늘 도전하고 분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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