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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홍가리비에 빠진 이 남자

[현장] 홍가리비 양식으로 성공신화 꿈꾸는 금천유통 이주용 대표
홍가리비 배양에서 출하까지...가막만 최초 홍가리비 양식에 뛰어든 어민후계자
전남도와 여수시, 홍가리비 양식 어민들 지원 확대해야

  • 입력 2021.03.31 07:24
  • 수정 2021.03.31 19:35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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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가리비 성공신화를 꿈꾸는 금천유통 이주용 대표가 직접키운 홍가리비를 들어 보이고 있다
▲ 홍가리비 성공신화를 꿈꾸는 금천유통 이주용 대표가 직접키운 홍가리비를 들어 보이고 있다

굴양식은 초등학교를 안 나온 사람들도 양식을 할정도로 노하우가 이미 쌓였지만, 가리비 양식은 이제  6~7년 정도밖에 안된 고부가가치 어종입니다. 홍가리비 양식업으로 꼭 성공신화를 쓰고 싶습니다.

지난 29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금천유통 이주용(46세) 대표의 말이다.

 

홍가리비 성공신화 꿈꾸는 이사람!

가막만 일대에서 유일하게 홍가리비 양식업에 종사하는 어민후계자가 있다. 그는 전남대 여수캠퍼스 양식학과를 졸업 후 남해에 위치한 패류센터연구소에서 2년간 교육을 받았다. 당시 가리비 배양기술을 배우면서 홍가리비 인생이 시작된 건 그때부터 였다.

홍가리비 양식은 환경 조건만 좋으면 전복 양식보다 훨씬 키우기 수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 단위로 수확할수 있고, 따로 먹이를 주지 않아도 바닷속 플랑크톤을 먹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특히 홍가리비는 일반 가리비보다 식감이 쫀득하고 은은한 단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어느덧 40대 중반을 넘긴 그는 하루도 가리비와 함께 하지 않는 날이 없다. 가리비 배양장에 24시간 수백 개의 에어발생기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현미경으로 매일매일 플랑크톤과 가리비의 상태를 관찰하는 건 그의 일상이다.

▲ 홍가리비를 1차 배양중인 수조양식장의 모습
▲ 홍가리비를 1차 배양중인 수조양식장의 모습

어촌에서 사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힘든게 사실이지만 고향을 지키고 사는 것이 재미도 있고 보람도 크다”라고 말했다.

이곳 금천마을은 예로부터 굴양식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마을 60어가가 굴양식에 종사하고 있지만, 그는 남들과 다른 길을 뚜벅뚜벅 걸어왔다.

아버지도 일평생 굴양식업을 하고 있지만 아버지에 의지해 안정되고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그는 “여수는 아직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양식업을 못하게 한다"면서 "왜냐면 굴양식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리비 양식은 굴보다 더 일손이 많이 간다"라고 털어놨다. 

▲ 외국인 노동자들이 홍가리비 아파트인 채롱을 세척중인 모습
▲ 외국인 노동자들이 홍가리비 아파트인 채롱을 세척중인 모습

이날 금천유통 사업장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압세척기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가리비 아파트인 ‘채롱’ 세척 작업이 한창이다. 하루 세척량은 300장인데 전체 1만 개를 세척하는데 두 달이 걸린다.

 

홍가리비 배양 기술력 터득...지자체 지원 뒤따라야

홍가리비 양식은 배양부터 양식까지 3차에 걸쳐 작업이 이뤄진다. 1차는 육상양식장에서 한 달간  1mm 크기로 키운다. 이후 2차로 바다에서 한 달 반 정도 중간육성을 거치면 1cm가 된다. 마지막 3차로 양식장인 채롱에서 키우면10cm 크기로 출하된다.

홍가리비의 먹이는 플랑크톤이다. 플랑크톤 배양장에는 키토세로스 플랑크톤과 테트라셀미스, 그린 아이소를 직접 키워 엄격한 관리가 이뤄진 수조양식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 홍가리비 먹이인 플랑크톤의 배양모습
▲ 홍가리비 먹이인 플랑크톤의 배양모습

이후 해상 양식장으로 향했다. 금천마을 선착장에서 2키로를 달려 홍가리비 양식장이 있는 금봉지선에 도착했다. 

굴, 홍합, 가리비 양식장을 '수하식 양식장'이라 부른다. 물 아래에서 이뤄지는 패류양식이라는 의미다. 양식장 줄을 서서히 끌어올리자 15층짜리 가리비 아파트격인 채롱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초가 가득 붙은 채롱에 싱싱한 가리비가 꽉 차 있다.

채롱은 초기자본이 비싸다. 한줄에 350개가 달렸는데 1만장을 넣으려면  5,700만원이 소요된다. 채롱에 넣는 가리비 씨앗은 한미(한 마리)당 10~30원이 든다. 채롱 각층마다 15개씩 넣으면 300개 소요되는데 만 개를 다 채워야 한다. 그는 가리비 양식의 어려움을 이렇게 털어놨다.

▲ 좌측 뒷편 1cm 크기의 홍가리비를 채롱에 넣고 6개월 정도 키우면 앞줄 가운데 10cm 크기의 패각으로 출하된다
▲ 좌측 뒷편 1cm 크기의 홍가리비를 채롱에 넣고 6개월 정도 키우면 앞줄 가운데 10cm 크기의 패각으로 출하된다

어민들은 가리비 양식이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알고 있지만 선뜻 뛰어들지 못해요. 초기자본이 많이 들기 때문이죠. 통영이나 타지역은 시에서 어민들에게 지원을 해주는데 여수지역은 아직 지원이 안 되고 있어 너무 아쉬워요.

홍가리비 크기를 부르는 용어로는 각장(길이) 각고(높이) 각폭(넓이)가 있다. 이곳 가막만 가리비는 통영에 비해 패각이 절반 정도 작다. 그 이유는 조류가 빨라 패각이 안 크기 때문이다. 조류가 빠르면 패각이 안크는 반면 비만도가 높아 알이 튼실하다. 가리비가 프랑크톤을 많이 먹으면 껍질이 커진 뒤 알이 나중에 찬다.

 

여름철 빈산소 취약한 가리비 양식...해법마련시 '대박' 예감

여수새조개가 맛있는 이유는 맛을 좌우하는 플랑크톤이 가막만에 가장 많고, 염분농도와 조류도 적당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타지역에 비해 값이 두 배 이상 비싸고 그만큼 맛이 좋다. 가막만에서 크는 가리비와 여수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굴과 가리비 양식을 같이 못하는 이유는 입식과 출하 시기의 동선이 겹치기 때문이다. 품목 단가는 가리비가 좋으나 소득은 굴이 더 높아 어가에서 가리비 양식을 쉽게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 금천유통 이주용 대표가 해상 양식장에서 홍가리비 아파트인 채롱을 올리는 모습
▲ 금천유통 이주용 대표가 해상 양식장에서 홍가리비 아파트인 채롱을 올리는 모습

그에게 아버지의 전통 가업을 따르지 않고 가리비양식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그는 “남들이 안하는 사업을 해야 돈을 번다"고 대답하면서 "고부가 가치 사업을 해야 젊은 사람들이 들어온다. 그러기 위해 가리비 양식의 성공신화를 꼭 쓰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가리비 양식이 매년 잘되는 건 아니다. 2년 간 실패사례도 털어놨다.

작년과 재작년은 가리비가 폐사해 전멸했어요. 패류는 빈 산소가 들어오면 많이 죽거든요. 가리비는 산소를 많이 소비하는데 청수대가 들어오면 수온이 높아지면서 10미터권 바닥이 다 보여 산소가 희박해집니다. 그 기간이 두 달 정도 계속되면 거의 폐사합니다. 원래 산소농도가 7~8디오(DiO)인데 1~2까지 떨어지면 거의 히말라야 올라가는 것보다 더 희박해지거든요.

다행히 패류양식은 사료값이 들지 않는다. 물 속 플랑크톤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특히 수심이 8~10m권 가막만은 패류양식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이 대표는 올해는 거의 50톤을 출하했다.

▲ 금천어촌계에서 국내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가막만 홍가리비 양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 금천어촌계에서 국내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가막만 홍가리비 양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홍가리비 양식장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황사가 가득했지만 석은도에 활짝 핀 벚꽃이 장관을 이루었다. 문득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

매년 안고 있는 양식어가의 가장 큰 고민은 적조와 양식어류 사료값 아닌가. 하지만 식물성 플랑크톤이 먹이인 가리비, 굴, 홍합 등 패류양식은 먹이걱정이 따로 없다. 어쩌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 아닐까.

채롱이 스티로폼에 매달려 6개월후 50톤이 출하되는 홍가리비. 어쩌면 그가 꿈꾸는 성공신화가 헛된 꿈이 아니라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곳 어민들에게 여수 가막만이 보물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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