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하신 어머니는 농사를 짓지 말라는 자식들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소일거리로 농사를 짓는다.
그런데 애쓰고 가꾼 깨와 고사리 농사를 노루가 무단침입해 다 뜯어먹어버려 섬에간 여동생네가 임시방편으로 허수아비를 세웠다. 학교 다닐 때부터 미술적 재능이 남다른 여동생은 가족 단톡에 이렇게 썼다.
애쓰고 지은 깨농사를 노루가 등산해 다 뜯어묵어서 임시방편으로 성난 허수아비를 세워 놨어요. 노루가 보고 기겁을 해야할건디 잘 될란가 모르긋네ㅎㅎ
예전부터 섬에는 농사꾼들의 가장 골칫거리는 꿩과 노루였다. 짐승들이 애쓰고 지어놓은 고구마와 보리 그리고 깨가 한창 자랄 때면 무성한 밭작물을 낼름낼름 뜯어 먹어버려 말 못할 피해가 심했다. 특히 요즘은 개체 수가 증가한 멧돼지까지 포식자가 늘었다.
뚝딱뚝딱 애써 허수아비를 만든 여동생의 맘 씀씀이가 곱다. 잔뜩 찡그린 성난 허수아비가 울엄니의 곡식을 잘 지켜줘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