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소개글
지난 14일자 <동아일보>는 송평인 논설위원이 “[송평인 칼럼] 누가 야윈 돼지들이 날뛰게 했는가”를 실었다. 송 위원은 칼럼에서 여순사건 특별법 국회 통과를 트집잡고 나섰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2021.07.14. ‘동아일보’ [송평인 칼럼] 누가 야윈 돼지들이 날뛰게 했는가]
그는 칼럼에서 “인민위원회를 구성해 학살을 자행했다”며, 명확히 “여순반란”사건이라고 칭했다. ‘여순반란’군, ‘여순반란’사건으로 ‘여순반란’이 칼럼에 여러차례 등장한다. 여전히 그의 글에서는 '반란'이다.
이 칼럼을 읽은 역사학자 주철희 박사가 송평인 칼럼을 반박하는 글을 보내와 특별기고문으로 싣는다.
글을 쓰려면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고 쓰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기자는 더욱 그러하다. 동아일보 2021년 7월 14일 자 <송평인 칼럼> ‘누가 야윈 돼지들이 날뛰게 했는가’란 칼럼은 특별법 통과를 요구하는 지역주민을 ‘야윈 돼지’라고 했다. ‘살찐 돼지’들의 주장에 불과한 칼럼을 반박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실관계란 먼 1948년의 여순항쟁 발발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1948년의 역사를 공부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라는 것은 ‘살찐 돼지’에게 무리이다. 즉 ‘살찐 돼지’가 책상머리에서 포털사이트에 검색만 해도 가능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칼럼을 썼고, 동아일보사는 버젓이 보도하였다. ‘살찐 돼지’와 ‘살찐 언론사’의 기막힌 콜라보이다.
여순사건 재심과 관련하여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한 적이 없다. 2020년 1월 20일 ‘재심’의 무죄 판결은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1부에서 내려진 선고이다. 범죄사실을 입증해야 할 검찰이 무죄를 구형하였고, 이에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그러니 ‘살찐 돼지’는 재판부를 탓하기 전에 범죄사실을 입증하지 못한 검찰을 탓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서류상 체포의 근거가 남아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결은 시공을 초월한 듯 태연해 보인다”고 재판부를 힐난했다. 재심 재판이 열리게 된 것은 서류상 체포되었다는 근거가 있고, 호남계엄지구사령부의 군법회의에 의해 처형되었다는 것이 입증되었기에 가능했다. 다시 알려 준다면, 서류상 체포의 근거가 남아 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명확한 군법회의 자료가 존재했다. 이 정도 알려주면, 쪽팔려서라도 빨리 기사를 내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처럼 작년(2020년)에 있었던 재판 사실도 확인하지 않는 ‘살찐 돼지’의 칼럼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 최근 사실도 확인 않고 편향된 기사를 썼으니, 1948년을 정확하게 쓰라고 하는 것은 애시당초 무리다. 현대사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사실관계 확인이 안된 글을 반박하려고 하니 참으로 열불이 날 지경이다.
칼럼은 여순항쟁을 ‘반란’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73년 동안 이 얼마나 한 맺힌 표현이었던가? ‘반란’의 대못을 박으려고 역시나 남로당이 또 등장한다. 칼럼을 인용해 보면, “4·3사건 진압 거부를 핑계 삼았지만 실제로는 정체가 드러날 위기에 처한 14연대 남로당 세포들이 지도부와 상의도 없이 일으킨 것이 여순반란사건이다”면서 남로당을 언급하고, 그래서 ‘반란’사건이라는 반공묵시록의 주장이 되풀이 되고 있다.
1948년 10월 19일 발발 이후 10월 22일부터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은 이 사건을 대서특필한다. 당시 신문에 ‘남로당 세포’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기사가 있는지 확인하기 바란다. ‘살찐 돼지’가 속해 있는 언론사에서조차도 그런 보도를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왜 지금에 와서 ‘남로당 세포’라는 주장이 당연하다는 듯 보도하고 있는 것인가?
‘살찐 돼지’에게 알려주겠다. ‘살찐 돼지’가 말하는 ‘14연대 남로당 세포’는 김지회 중위, 홍순석 중위, 이기종 중위, 지창수 상사 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국가의 중요 권력기관이라는 국군이고 군인이란 신분이다. 국방부에는 <임관순대장>, <장교자력표> 등 이 존재한다. 6.25전쟁이 발발했지만, 소실되지 않고 국방부가 기밀문서로 보관하고 있다. 기자정신을 발휘하여 이 문서를 확보하면 이들이 언제 남로당에 입당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창수 상사는 1949년 1월 21일, 22일 지리산 거림골전투에서 생포되어 육군본부로 압송되었다. 이 말인즉 철저한 조사를 받았고 군사재판을 받았다는 의미이다. 군인의 신상기록 뿐만 아니라 군사재판 기록을 입수하면 지창수 상사가 언제 남로당에 입당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국방부의 군인 신상기록부와 재판기록에 남로당 입당 사실이 기록되지 않았다면, ‘남로당 세포’란 주장은 허구이며 왜곡이다. 국가와 동아일보 그리고 ‘살찐 돼지’의 칼럼이 허구와 왜곡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필히 확인할 것을 다시 한 번 주문한다.
마지막으로 ‘살찐 돼지’는 무수히 많은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다. 아마도 적절한 조치를 지역사회가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칼럼을 보면, “국회에서는 ‘여수 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명예회복을 요구할 쪽은 반란군과 그 협조자의 후손밖에 없다”고 단정하였다.
필자도 명예회복을 요구했다. 지역사회의 수많은 사람이 특별법 통과를 요구했다. 이러한 왜곡된 주장에 지역사회는 가만히 있을 것인가? 특별법 통과되었다고 잔치에 여념이 없었던 자치단체장들이 어떤 행동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더 이상 ‘살찐 돼지’와 ‘살찐 언론사’가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 없도록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살찐 돼지’는 “명예회복을 요구한 쪽은 반란군과 협조자의 후손밖에 없다”는 것을 입증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무슨 의미인지 잘 알 것이라고 본다.
우리 ‘야윈돼지’들은 ‘살찐 돼지’를 그냥 둬서는 안된다. 왜곡된 여순항쟁을 더 조작하고 가공하는 못된 행태에 반드시 응징이 필요하다. 지역사회가 나서고 지역민들이 함께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당장 ‘시민 소송단’을 조직해야 하고, 강력한 응징에 나서야 한다.
글 주철희 박사/ 역사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