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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되어 ‘하늘 꽃’으로 피소서”... 이야포 조형물 '하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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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09 11:42
  • 기자명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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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포 사건 추모 상징물 '하늘 꽃' 제작 중인 최병수 작가 ⓒ오병종 
▲ 이야포 사건 추모 상징물 '하늘 꽃' 제작 중인 최병수 작가 ⓒ오병종 

설치미술가 최병수 작가가 무더위에 구슬땀을 흘리며 이야포 추모 상징조형물을 제작하고 있다. 오는 8월 3일 선보일 상징조형물은 좌대를 제작하려고 준비중인 여수시 만흥동의 ‘나무애그림’(대표 김해룡) 작업실에서 최 작가가 31일 오전 마무리 다듬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업실에서 만난 상징조형물은 한 척의 배다. 출렁이는 파도 위에 국화를 가득 싣고 있다. 그 국화는 ‘별’이다.  ‘하늘 꽃’이다.

▲ '하늘 꽃' 작품 도안 ⓒ최병수 제공
▲ '하늘 꽃' 작품 도안 ⓒ최병수 제공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71주년 민간인희생자 위령사업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위원장 엄길수)는 사건이 발생한 오는 8월 3일 여수시 남면 안도리 이야포 해변 현장에서 추모제를 지낸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식전행사로 이야포 사건을 상징하는 조형물 제막식을 한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2021.07.29.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민간인 희생자 추모]

[관련기사 바로가기 >>>> 2021.07.04. 비명횡사 피난민, 71년만에 '위령비' 세운다]

▲ 최병수 작가 작업 모습 ⓒ오병종
▲ 최병수 작가 작업 모습 ⓒ오병종

추진위는 상징조형물 제작을 최병수 작가에게 의뢰했다. 최병수 작가는 작년에도 추모제에 참여해 자원봉사로 평화탑 제작에 재능기부를 했다. 당시 돌로 쌓은 평화탑 상단 새 모형이 그의 작품이었다.

이번 상징물 작품에 대해 최병수 작가는 이야포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가능한 작업이었다고 설명한다.

“2~3년 전에 첨 이야포 사건에 대해서 언론보도로 알았죠. 70년 넘게 묻혀진 사건이었는데 자세히 알고 보니까 노근리 사건과 유사하다고 봤구요. 끔찍한 것은 바다 위 배에서 150여명이 희생당했단 겁니다. 

기총 사격에 의한 끔찍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겠죠. 비행기 폭격에 의한 공포도 무척 심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 내용을 담아서 추모를 해 드려야겠단 마음에서 흰 국화꽃으로 추모를 해 드렸구요. 그 분들의 넋이 하늘로 올라 가도록 승천하는 모습으로 제목도 ‘하늘 꽃’으로 정했습니다.”

▲ 최 작가가 돌산 우두리 야외 스튜디오에서 '하늘 꽃' 스케치를 스캔하여 펼쳐보이면서 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오병종
▲ 최 작가가 돌산 우두리 야외 스튜디오에서 '하늘 꽃' 스케치를 스캔하여 펼쳐보이면서 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오병종

그는 작년 추모제 참가 이후 틈나는대로 이야포 사건을 이미지화하며 혼자서 스케치를 했다.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이야포 해변 방파제에 설치하면 좋겠단 생각으로 스케치를 거듭하며 다듬어 가던 차에 추진위로부터 제작의뢰가 왔다고 한다.

작품에서 국화 가득한 뱃전을 감싼 출렁이는 파도는 미군 폭격기에 의해 기총사격을 받았을 당시 승객들의 불안감과 공포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조화로 사용하는 하얀 국화 송이들이 희생자들의 아픔과 한을 승화시켜 하늘로 승천하고 있다.

또 하나 위령비하면 ‘돌’이라는 오랫동안 비석문화 속에 갇힌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을 최 작가는 강한 철로 대치시켰다.

▲연세대학교에 설치된 철로 제작된 이한열 상.  최병수 작 "하늘의 별이 된 이한열" ⓒ오병종
▲연세대학교에 설치된 철로 제작된 이한열 상.  최병수 작 "하늘의 별이 된 이한열" ⓒ오병종

최병수 작가는 1987년 이한열 걸개그림 작가로 유명하다. ‘걸개그림’이란 장르를 연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한열 걸개그림은 어엿한 작품으로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돼있다. 최 작가는 이한열 33주기때는 자신의 걸개그림에서 형상을 가져와 철로 만든 상징물로 제작해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 앞에 세웠다. 이때 그는 기념비하면 ‘돌’이란 개념을 지웠다.

“이한열 걸개그림은 피가 흘리는 모습이어서, 한 동안 유족들 앞에서 ‘저 그림을 내가 그렸다’하는 말을 못했어요. 그런데 33주기때 기념비 의뢰를 받고, 이제는 한 시대를 정리해야겠단 맘으로 이한열 열사의 기념비를 철로 새기는 작업을 하면서 흘렸던 피 대신에 별로 표현하면서 기념 상징물 제목도 ‘하늘의 별이 된 이한열’로 했죠.

제 나름 이한열을 기념하는 작품을 일단락을 지으면서 유족들이나 고인에게 미안함도 덜었던 적이 있죠. 이번에도 희생된 넋들이 국화 송이가 되어 승천하면서 하늘의 별이 되라는 메시지도 새겼습니다.”

▲ 스캔한 스케치본을 펼치며 작품 속 '별'을 가리키고 있다. ⓒ오병종
▲ 스캔한 스케치본을 펼치며 작품 속 '별'을 가리키고 있다. ⓒ오병종

71주기 이야포 추모제에서 여수시 남면 안도리 이야포해변에 상징 기념물 ‘하늘 꽃’이 들어서면 최 작가가 작품에 배치한 별을 찾아보는 것은 이제 이야포 방문객들의 몫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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