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비극이자 지리산 일대 전남동부지역 현대사의 비극인 ‘여순사건’을 다룬 영화 ‘동백’이 드디어 10월에 극장에서 상영된다. 여순사건 부역자로 아버지를 잃은 노인 황순철의 한 많은 인생사가 원로 인기배우 박근형의 연기로 펼쳐진다.
영화 ‘동백’은 작년 6월 여수시 진남문예회관에서 제작발표회가 열린 바 있다. 또 여순사건 72주기를 맞은 작년 10월 19일 촬영을 마치고 편집 전 촬영보고회 형식의 기술시사회도 열었다.
올해 4월엔 상영전 완제품을 국회 여순사건특별위원회 국회의원들에게 시사회를 했다. 그리고 두 달 뒤 여순사건 특별법이 통과되었다.
영화 ‘동백’은 특별법 통과 이후 관심을 받고 있는 ‘여순 사건’ 이야기를 최초로 스크린에 담아낸 영화다.
대한민국 대표급 원로배우 박근형과 주연배우 김보미, 정선일 등 연기파 배우들이 참여하고 메가폰은 신준영 감독이 잡았다.
영화 ‘동백’은 최근 10월 21일 극장 상영을 확정 짓고 메인포스터도 공개했다. 73년 전 끔찍한 피해를 당해 트라우마로 간직한 채 현재까지 국밥집을 운영하는 노인 황순철의 이야기가 영화 ‘동백’의 줄거리다.
영화 홍보를 위해 여수에 온 신준영 감독을 지난 15일 만났다. 그는 웹드라마 ‘동백’을 보고 영화제작을 하기로 맘 먹었다. 짧은 웹드라마에서는 한계가 있어서 영화로 여순사건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신 감독의 얘기다.
“제주도 출동 거부한 14연대 군인들이 쫓겨다니면서 진압군에 의해서 도망치다가 산에 숨어 있다가 내려와서 어느 국밥집에서 밥 한 끼 얻어먹고 도망가면서 잡혔어요. 중앙초등학교 운동장에 잡혀 있다가 ‘너 누가 밥 주고, 옷 줬어?’ 그러면 ‘저 사람이요.’ 손가락질 하면 그 사람은 바로 총살 당해 죽었어요. 그렇게 죽은 사람의 자식이 황순철(박근형 분)인데, 그때 당시에 9살이었고, 지금은 83살인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는 이야기입니다.”
신준영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여순사건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억울한 사람이 많다는 걸 확인했다,
“같은 민족인데도 제가 생각해도 너무 억울한 분들이 많았어요. 당사자는 부역죄로 총살을 당하고 그 가족들을 연좌제로 ‘빨갱이’라는 빨간 줄을 그 자식들의 삶까지 엄청난 고통을 줬다는 겁니다. 지금까지도 억울해 하죠. 그래서 제가 여수외에도 보성,광양, 순천 유족들 다 만나러 다니면서 인터뷰했죠. 지금도 그 영상들이 다 있습니다. 저는 그 유족들을 대변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구요. 그 인터뷰 자료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구성했던겁니다.”
‘동백’식당에서 국밥을 한 그릇 준 ‘죄인’이 바로 영화에선 황철순의 아버지다. 영화는 총살당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엄마와 어린 아들은 연좌제에 걸려서 계속 제재를 당하고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반란’을 일으킨 군인에게 밥 한 그릇 준 것이 평생 ‘빨갱이의 아들’이란 굴레가 황철순에게 주홍의 글씨로 새겨진다.
신 감독은 국밥의 맛을 내는 레시피가 있듯이 영화 동백의 맛을 내는 레시피는 화해라고 말한다.
“경찰 유족과 민간인 유족이 따로따로 위령제를 지낼 필요가 뭐가 있나요.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이제는 우리가 같이 화합을 해서 화해를 하고 그런 모습으로 가자는 거죠. 이제는 누가 잘못 했다고 다시 누구에게 손가락질하지 말자는 얘기죠. 이젠 73년이란 긴 세월이 약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무조건 화해만 내세우면서 놓쳐서는 안 될 게 있는데, 그건 바로 황 노인의 마지막 대사에 담겨있다고 귀뜸한다.
“사회적으로 ‘여순사건’이 조명이 좀 되고 하면서 일부 분위기가 ‘좀 잊어라. 그만 좀 하자. 이제 지겹다’ 이런 식으로 얘기가 나왔는데, 여기에 주인공 박근형씨가 하는 ‘억울해 죽겠는데 왜 자꾸 너희들은 죄가 없다란 말 한마디 해주지도 않으면서 잊으라고만 하느냐’ 이런 항변이 굉장히 울림 있게 들리는 부분이죠. 자기 꿈을 실현할 수 없는 이 사회. 고통 속에서 살아온 자신의 삶이 자식한테는 주고 싶지 않은 거죠. 그 분들에게 위로가 필요합니다.”
영화 ‘인샬라’, ‘개 같은 날의 오후’ 영화 감독인 이민용 감독도 여수에 자주 온다. 그는 여수를 배경으로 하는 노년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준비 중이어서다. 이날 한 자리에서 만난 이민용 감독은 “영화 ‘동백’은 여순사건을 최초로 다룬 영화여서 의미가 있다”며,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역으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하고 오랜 세월 한이 되고 응어리진 일들이 많은 역사적 사건을 잘 조명한 영화라고 본다”고 동료 영화감독으로서 시사회를 본 소감을 말했다. 특히 여순사건 특별법 통과 이후 관심을 가질 소재여서 오는 10월 관객들의 반응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