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약칭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정근식)가 삼청교육 피해사건을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대규모 인권침해 사건’이라 판단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과거 정부는 ’삼청교육 피해자‘의 범위를 ’상이‧사망한 자‘로 제한했으나,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번 결정을 통해 상이‧사망 피해자뿐만 아니라 강제입소된 사람들 역시 피해자로 인정했다.
지난 7일 진실화해위원회는 제34차 위원회 회의를 열고, ‘삼청교육 피해사건’(41명)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 접수된 삼청교육 피해사건은 5월 31일 기준 총 113건으로, 이중 피해 사실이 확인된 41건에 대해 1차로 진실규명 결정을 한 것이다.
삼청교육 피해사건은 1980년 8월 4일 계엄포고 제13호에 따라 6만755명을 검거하고, 그 가운데 약 4만명을 군부대에 설치된 ’삼청교육대‘에 수용해 순화교육, 근로봉사, 보호감호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불법구금, 구타 등 가혹행위 등이 발생한 대규모 인권침해 사건이다.
삼청교육 과정에서 혹독한 군사훈련과 구타 및 가혹행위로 사망한 사람은 교육 중 54명, 출소 후 후유증으로 최소 367명 등 확인된 것만 421명에 달한다.
삼청교육은 제5공화국정치권력형비리조사특별위원회(5공특위),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문사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국방부 과거사위) 등으로부터 그 절차와 내용이 위법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으나, 그 위법성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2018년 12월 28일 삼청교육의 법적 근거였던 계엄포고 제13호는 해제 또는 실효되기 이전부터 위헌‧무효라고 결정함에 따라, 삼청교육은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한 인권침해 사건임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대법원의 위 결정을 토대로 삼청교육은 그 자체로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대규모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삼청교육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사람뿐 아니라, 강제입소된 사람들도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한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판단했다.
계엄포고 제13호에 근거해 이뤄진 순화교육 및 근로봉사는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고 다수의 국제・국내 규범이 금지하고 있는 강제노역이 동반된 인권침해였으며,
계엄포고 제13호 및 구 사회보호법(1980년 12월 18일 제정, 법률 제3286호) 부칙 제5조제1항에 의해 이뤄진 보호감호는 신체의 자유 뿐 아니라 재판을 받을 권리도 침해한 인권침해였다.
삼청교육 중 도주나 소요 등으로 계엄법 제15조 및 구 사회보호법 제43조 위반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도 확인된 것만 100여 명에 이르는데, 이들이 받은 유죄판결은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진실화해위원회는 삼청교육의 위법성이 확인됐으므로 현행 「삼청교육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삼청교육피해자법)」을 개정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피해구제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개정 내용으로는 첫째, 삼청교육 피해자 범위에 삼청교육을 받은 모든 사람을 포함시켜 불법행위의 피해자로 인정해야 하며, 둘째, 피해자가 4만 명에 이름을 감안해 진실화해위원회 활동기간 종료 후에도 삼청교육 피해에 대한 진실규명 및 피해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셋째, 현재까지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는 삼청교육 피해자에 대해 트라우마 치유 센터 설립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한편, 이번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입‧퇴소 일자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관련 자료를 대거 확보한 것은 또 다른 성과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기록원에 보존 중이던 법무부 보호국 생산 「보호감호 사안부」, 「보호감호결정서」, 「(출소)결정서」 등을 입수했다. 이를 통해 10,288명에 대한 △삼청교육 중 보호감호 처분일자 △보호감호 결정 내용 △보호감호 중 출소일자 등을 확인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외에도 국가기록원 등 국가기관에 소장·보존 중인 삼청 관련 기록들을 계속 확보해 나가는 중이며, 향후 다양한 기록들을 조사에 활용할 예정이다.
정근식 위원장은 “삼청교육 피해사건은 피해자만 4만 명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낙인효과로 인해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를 주저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이번 진실화해위원회 결정을 계기로 보다 많은 피해자들이 진실규명을 신청해 명예회복과 피해구제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