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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유해매장추정지 시굴 착수

현장 조사 첫 유해 시굴…발굴 시 인권 침해사건 첫 사례

  • 입력 2022.09.26 14:25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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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감학원 운영 연표  ⓒ진실화해위원회
▲ 선감학원 운영 연표 ⓒ진실화해위원회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약칭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정근식)가‘선감학원아동인권침해사건’의진실규명을위해암매장 아동유해시굴에 들어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선감동 산 37-1 선감학원 유해매장추정지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개토제를 갖고 본격 시굴을 시작했다. 선감학원 암매장 유해 발굴이 이뤄지면, 국내 인권침해사건 가운데 첫 유해 발굴 사례가 된다.

이날 개토제는 유해 시굴 취지 설명과 추도사, 헌배와 배례에 이어 시굴현장으로 이동해 유해 매장 추정지에 대한 시굴을 시작했다. 추도사는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과 정근식 진실 화해위원회위원장, 김훈 작가순으로 진행됐다.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은 “선감학원에서는 강제 노동과정에서노동력착취와 폭력 등으로 많은 소년이 생명을 잃고 배고픔과 괴롭힘 등으로 탈출하다 죽어갔다.”며 “적합한 절차없이 암매장된선감학원유해발굴사업이조속히추진되도록관계당국에 촉구드린다”고 밝혔다.

대표적 역사소설가인 김훈 작가는 “선감학원이나부산의형제복지원 에서의 그런 야만적 행위가 농경지 한복판과 도심지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었다”라며, “그런 국가 권력과 경제권력에 의한 폭력과 야만행위가 지금도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매일매일 벌어지고 있다는 일을 이 자리에 와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또 “과거의 악과 화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불가능 할 수도 있으나 가능하다면 오직 사실의 바탕 위에서만 화해가 가능할 것”이라며 “오늘 개토제에서 많은 사실들이 확인이 돼서 그 사실의 힘에 의해서 화해의 단초가 잡히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암매장 진술 다수 확보 ‧ 원아대장 사망자, 조사된 사망자 달라

이번 시굴은 다음 달(10월)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발표를 앞두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기본법’  제23조에 따른 실지조사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21년 5월 27일부터 선감학원 피해 신청인 19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과정에서 원생들이 구타와 영양실조 그리고 섬 탈출 과정에서 바다에 빠져 사망했고, 선감동 산 37-1 등 6곳에 암매장됐다는 진술을 다수 확보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원아대장에 기록된 사망자와 조사된 사망자수가 달라 유해 매장 추정지에 대한 시굴을 통해 암매장된 유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선감학원 암매장 유해와 관련해서 ‘경기도 선감학원 아동피해대책 협의회’(대표 김영배)는 지난 7월 5일 희생자 묘역의 유해 발굴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진실화해위원회와 경기도에 제출했다.

이번 시굴 대상지인 선감동 산 37-1은 지난 8월 진실화해위원회의 ‘유해매장 추정지 실태조사 및 유해발굴 중장기 로드맵 수립’ 용역 결과, 전국의 인권침해사건 가운데 유일하게 유해발굴이 가능한 곳으로 조사됐다.

유해 매장 추정지 5일간 시굴…유해 발굴 시 인류학적 감식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번 시굴을 9월 26일부터 9월 30일까지 5일간 진행하고 필요하면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굴 조사는 유해 매장 가능성이 높은 동쪽 모서리 부분을 중심으로 고고학적 조사 방법에 의해 진행된다. 시굴 허가 면적은 900㎡이다. 유해와 유품이 발견되면 우선 인류학적 감식을 통해 성별, 나이, 사망 시점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번 시굴지역인 선감동 산 37-1에서는 지난 2016년에 나무뿌리와 엉킨 아동 유골과 어린아이 고무신 한 켤레가 발굴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경기도의 ‘선감학원사건 희생자 유해 발굴을 위한 사전조사 계획수립 용역’보고서에는 선감동 산 37-1에 150여 구의 유해매장이추정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해발굴 권위자로 당시 유해발굴을 진행했던 박선주 충북대학교 명예교수는 “2016년에도 아동의 치아 5개와 뼛조각을 발굴했다.”며 “이번 시굴에서 유해가 확인되면 경기도는 당초 계획대로 행정 절차를 밟아서 본격적인 유해발굴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선감학원 원생, 13세 이하 85%…유해 확인 시 전면 발굴 권고

선감학원에는 1982년 폐원될 때까지 4,691명의 원아들이 수용됐으며, 경기연구원 조사 결과,  13세 이하 아동이 85.3%,  10세 이하 아동도 44.9%나 수용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을 다음달(10월 중) 발표할예정이다. 이번 유해시굴결과는 진실규명 결정문에 반영하고 기자회견을 통해서 공식발표할 계획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번 시굴을 통해서 암매장된 선감학원 아동 유해가 확인될 경우, 국가와 관련 지방자치단체에 유해 발굴을 권고해 전면적인 유해발굴에 나서게 할 방침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을 위해 △부랑아 단속 규정의 위법성 △수용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운영과 퇴원‧퇴원 이후 인권침해 △선감학원 수용 경험으로 인한 트라우마 등을 집중조사하고 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선감학원 폐쇄 40년 만에 유해 매장 추정지 시굴을 통해 일부 유해라도 확인해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어 오늘 시굴을 하게 됐다.”라며 “조만간 진실규명 결과를 발표하면서 보다 완전한 유해 발굴과 추모사업 등 후속 조치를 관계 당국에 권고할예정”이라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독립된 정부 조사기관이다. 항일독립운동, 해외동포사,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권위주의 통치시 인권침해·조작 의혹 사건,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 그밖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 등을 조사하고 있다. 진실규명 후에는 후속 조치를 국가에 권고하고 있다.

진실규명 신청은 올해 12월 9일까지이다. 신청은 진실화해위원회와 17개 시청·도청과 시청‧군청‧구청, 재외공관에서 우편이나 방문 접수를 받고 있다. 사건 희생자나 유가족, 피해자나 가족·친척, 목격자나 사건을 전해 들은 사람도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서류는 진실화해 위원회 누리집(www.jinsil.go.kr)에서 내려받으면 된다.

자세한 문의는 02-3393-9700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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