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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여의 기다림... 뜰채로 낚아채는 울돌목 보리숭어잡이

기상 악화 속, 3시간여의 기다림 끝에 숭어 만나
뜰채 숭어잡이 현장... 관광객들 숭어 떼처럼 모여들어
울돌목 보리숭어는 3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제철이다

  • 입력 2023.04.20 06:35
  • 수정 2023.04.20 07:26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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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여의 기다림 속에 숭어를 낚아채는 짜릿한 광경은 진풍경이다.  ⓒ조찬현
▲3시간여의 기다림 속에 숭어를 낚아채는 짜릿한 광경은 진풍경이다. ⓒ조찬현

해남과 진도를 가로지르는 진도대교 아래 울돌목 바닷가, 거대한 물길이 굉음과 함께 소용돌이치며 흐른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아찔한 이곳 해안가에서 어부가 뜰채로 숭어잡이를 한다.

19일 한 어부가 거센 물결은 아랑곳없이 바다를 뚫어지게 응시한다. 3시간여의 기다림 속에 이어진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숭어를 낚아채는 짜릿한 광경은 진풍경이다.

울돌목 보리숭어가 돌아왔다

▲해남 울돌목 보리숭어는 윤기가 나고 유난히 반짝인다.  ⓒ조찬현
▲해남 울돌목 보리숭어는 윤기가 나고 유난히 반짝인다. ⓒ조찬현

울돌목 뜰채 숭어잡이는 우수영 어민들에게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전통고기잡이 방식이다.

뜰채 숭어잡이의 달인 박양호(63)씨는 23년 전부터 숭어잡이를 했다. 우연히 구경 왔다가 숭어잡이의 매력에 빠져 평생 자신의 업이 되었다.

거센 물살 속에서 숭어를 어떻게 잡느냐는 물음에 “모든 물고기는 물을 타고 올라와요. 물살이 세니까 고기들이 가운데로 못 가고 가장자리로 올라가는 것”이라며 마냥 기다린다.

바람이 불고 날씨가 차갑다. 그는 “날씨가 안 좋으면 숭어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움츠리고 활동이 없다”고 한다. 씨알이 자잘한 숭어가 뜰채를 빠져나가길 서너 차례. 이날 기상 악화 속에 3시간여의 기다림 끝에 숭어를 만났다.

울돌목 뜰채 숭어잡이는 1년에 약 4개월여 동안 이어진다.

▲숭어회비빔밥이다. 초장소스를 뿌려 쓱쓱 비벼내면 그 맛이 가히 일품이다. ⓒ조찬현
▲숭어회비빔밥이다. 초장소스를 뿌려 쓱쓱 비벼내면 그 맛이 가히 일품이다. ⓒ조찬현

명량주막식당, 숭어회비빔밥이다. 비빔밥에 초장소스를 뿌려 쓱쓱 비벼낸다. 한술 떠먹어보니 지금껏 먹었던 그 맛과는 확연히 차이가 느껴진다. 숭어회 식감이 단단하고 쫀득하다.

- 숭어잡이는 어느 계절에 하나요?

“3월 말에서 7월 초까지 합니다. 그때 외에는 고기가 안 올라와요. 올해는 3월 29일부터 시작했습니다.”

- 울돌목 숭어가 가장 맛있는 시기는요.

“5월 중순에 가장 맛있어요. 여기 고기는 다른 데 고기 같지 않고 센 물을 타고 오르다 보니까 뱃속 이물질을 다 토해내 버려 냄새가 전혀 없어요. 색깔이 반짝반짝하고 육질이 굉장히 단단해요. 이제 이 시기가 숭어는 배에 기름이 찰 시기예요.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고소하고 쫄깃쫄깃하죠."

- 여기는 허가받으신 분만 어업을 할 수 있나요?

”네 어업허가를 냅니다. 현재 둘이서 어업을 합니다.“

▲어부가 거센 물결은 아랑곳없이 바다를 뚫어지게 응시한다. ⓒ조찬현
▲어부가 거센 물결은 아랑곳없이 바다를 뚫어지게 응시한다. ⓒ조찬현

- 숭어 못 잡고 허탕 칠 때도 있어요?

”날씨가 춥고 안 좋을 때나, 바람이 북동풍이나 북풍 불면서 비 오면은 고기가 안 와요. 그럴 땐 그냥 기다리죠, 날마다 있는데“

- 많이 잡았을 때 기분은요?

”딱 먹을 만큼만 잡는데 많이 잡으면 기분이 좋죠. 식당은 철 따라 메뉴가 바뀌어요, 전복이나 낙지 이런 식으로”

- 뜰채 숭어잡이는 옛날부터 하던 조업 방식이에요, 아니면 사장님이 최초로 하셨어요?

“옛날부터 하던 방식이에요. 옛날 어르신들도 했어요. 옛날 어르신들은 바위 위에서 갈퀴로 훌치기를 했어요. 그때는 고기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어요. 바람 불고 그러면은 갑오징어가 여기 막 줄줄이 올라왔어요.”

▲뜰채 숭어잡이를 보려고 관광객들이 숭어 떼처럼 모여든다.  ⓒ조찬현
▲뜰채 숭어잡이를 보려고 관광객들이 숭어 떼처럼 모여든다. ⓒ조찬현
▲어부가 보리숭어를 뜰채로 낚아챈다.  ⓒ조찬현
▲어부가 보리숭어를 뜰채로 낚아챈다. ⓒ조찬현

- 지금 고기를 관찰하고 있다가 뜰채로 걷어 올리잖아요, 비법은.

“숭어가 딱 와서 멈칫했다가 다시 올라와요. 한두 마리 보이면 그때부터 고기가 온다는 신호입니다. 순간 잽싸게 걷어 올려요. 숭어는 떼로 몰려다니는 습성이 있어요.”

지금 해남 울돌목에는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우수영 뜰채 숭어잡이가 한창이다. 숭어 무리가 물살이 비교적 약한 바다를 거슬러 올라오는 습성을 이용해 어부는 신속한 동작으로 뜰채를 사용 숭어를 잡는다.

이곳 보리숭어는 3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제철이다. 보리 이삭이 팰 무렵에 살이 차올라 단단하고 차진 맛이 일품이다.

해남 우수영 관광지 숭어잡이 현장에는 이 진귀한 광경을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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