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 진실화해위원회)는 최근 사법부가 내린 ‘공군 첩보대의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과 ‘최루탄에 의한 실명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 조사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져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던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 피해자 김주삼 씨는 사건 발생 67년 만에 13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의해 눈 부상으로 실명된 피해자도 37년 만에 3억 8천만 원 배상 판결이 확정됐다.
이번 법원 판결에서는 진실화해위원회가 지난해 7월과 8월 진실규명 결정한 이번 2개 사건의 조사 내용 등 진실규명 내용을 인용했다.
1심 판결 후 국가 항소에 2심 법원, 3억 추가 배상… 검찰 상고 포기
‘공군 첩보대의 북한 민간인 납치사건’은 1956년 10월 북파공작원이 황해도 연안에서 중학생 신분의 북한 민간인을 첩보 활동 명목으로 납치한 후,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공군 첩보대에서 무보수로 4년간 노역시키고, 수십 년간 경찰의 사찰과 감시를 받은 사건이다.
올해 2월 14일 1심 재판부는 피해자 김주삼 씨에게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정신적 손해 위자료로 10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7월 6일 김주삼 씨를 납치한 행위뿐만 아니라 군부대에 억류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 위자료 3억 원을 추가해 13억 원 지급 판결을 내렸다. 이에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최종 확정됐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국가가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원고가 67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가족들과 생이별해 생사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고통은 평생 치유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국방부 소속 특수임무수행자보상지원단에 대해서도 김주삼 씨를 납치해온 북파공작원 오 모 씨 등의 보상금 신청을 조사하던 중 납치행위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피해 회복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현재까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 피해자인 김주삼 씨는 2020년 2월 국가 상대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배상액으로 15억 원을 청구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억울한 진실을 밝혀 달라며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해 8월 관련 기관의 자료를 통해 북한 민간인 납치 사실을 확인하고, 피해자에 대한 신체의 자유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판단하며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국가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피해와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와 사과, 북한의 가족과 상봉할 기회를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과거사정리법에 따른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 등에 대한 소멸시효 적용 불가 판결한 헌법재판소 결정 인용
‘최루탄에 의한 실명 사건’은 1986년 11월 7일 부산대 시국집회에 참석한 동의대생 정○환 씨가 시위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왼쪽 눈을 부상당해 실명한 사실 인정과 이에 대한 피해보상 및 명예 회복을 요구한 사건이다.
1심 재판부는 지난 6월 28일 이 사건에 대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 대해 2018년 헌법소원 결정을 인용했다. 이 사건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에 따라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으로서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원고에게 3억 8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는 민법상 소멸시효 제도가 과거사정리법 제정 취지와 조사 대상인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및 권위주의 통치시기 인권침해 사건의 특수성에 볼 때, 청구인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와 유족의 손해배상청구권 관련 민법의 단기소멸 시효에 대해 2020년 12월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진실규명 결정을 한 경우, ‘손해 발생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진실규명 결정일이 아닌 그 ‘진실규명 결정통지서’가 송달된 날이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 피해자의 아버지인 정○인은 2020년 12월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부산경찰국 내사 사건 수사기록을 통해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해 7월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국가에 대해서는 정 씨와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부상 치료비 및 치료 기간, 후유증으로 발생한 실명 정도를 고려해 배상 등 화해를 이루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피해자는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 결정을 근거로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해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지난해 11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가 안전을 확보하지 않은 채 시위를 진압함으로써 피해자가 실명했다며 배상액으로 2억 5천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상훈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은 ”이번 사건들의 국가 상대 소송에서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내용과 결정을 인용해 판결한 점에 대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특히 진실화해위원회가 세상에 처음으로 진실을 밝힌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 피해자에 대해 국가에 권고한 가족 상봉 등의 후속 조치도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