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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포·두룩여 특집] 미군 전쟁범죄 ,두룩여 학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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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5 13:26
  • 수정 2023.09.05 14:24
  • 기자명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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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내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나를 죽이려 하고 있다. 그들이나 나나 상대방에게 개인적 감정은 없다. 그들은 흔히 말하듯이 단지 ‘자기 본분을 다하고 있을’뿐이다.

그들은 대부분 상냥하고 법을 준수하는 사람들로 사생활에서 감히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어떤 이가 정확히 겨눈 폭탄으로 나를 산산조각 내는데 성공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잠을 설치지지는 않을 것이라. 그는 조국에 봉사하고 있을 뿐이며, 그러한 봉사의 권능은 그의 악행을 사면하다.

-조지 오웰, '영국, 당신의 영국' 중

▲ 정기명 여수시장이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생존자인 이춘혁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찬현
▲ 정기명 여수시장이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생존자인 이춘혁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찬현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8월 3일 이야포와 8월9일 두룩여 해상에서 미군기에 의해 민간인들이 학살당했다.

미군 폭격기 조종사 임무보고서가 여수 mbc 방송국에 의해서 확보 되면서 명백한 사실로 드러났다. 미군폭격기 조종사는 임무보고서에 폭격결과에 만족한다고 적었다. 적의 수중에 있는 지역 민간인조차 적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런 것을 전쟁범죄(war crimes)라고 한다. 전쟁임무 수행 중 원하지 않게 일어난 민간인 피해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와 다른 것이다.

이제 이야포 수중에 있는 피난선 잔해를 인양하여 검증을 거치면 생존자, 목격자, 폭격임무보고서, 증거물까지 확보됨으로써 미군의 전쟁범죄라는 사실이 완벽히 구성된다. 추모사업추진위원회와 여수시의회특위가 손을 잡고 노력한 결과다.

그런데 이야포·두룩여 미군전쟁범죄는 왜 오랫동안 세상에 드러나지 못하고 있었을까. 또 추모위는 왜 그토록 미군전쟁범죄 사실을 드러내고 싶었을까.

만약에 다른 지역이었다면 이토록 오랜 세월동안 드러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노근리 학살은 유족들의 노력만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유감을 표시하며 배상을 하겠다고 했다. 영화 ‘작은 연못’이 상영되어 많은 사람들이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한 전쟁범죄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수 순천은 그러지 못했다. 우선 위정 독재자들이 던져 놓은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를 벗어던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피난선 학살이 일어난 안도는 1948년 10월 여순사건 때 빨갱이 무덤(red tomb)이었다. 철저한 반공정신만이 생존에 필요할 뿐이었고, 또한 미국은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 주기 위해 참전했다는 수사(修辭, rhetoric)에 포획당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절대반공. 절대친미는 신성불가침이라서 이에 흠집을 내는 모든 것은 친미반공 공포를 이겨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세월이었기 때문이다.

▲박금만 화백이 그린 철우(鐵雨). 횡간도와 소횡간도 사이 두룩여 해상에서 미군전투기가 조기낚시를 하는 어부들을 기총소사한 장면 ⓒ박금만
▲박금만 화백이 그린 철우(鐵雨). 횡간도와 소횡간도 사이 두룩여 해상에서 미군전투기가 조기낚시를 하는 어부들을 기총소사한 장면 ⓒ박금만

그러나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이야포·두룩여 민간인 학살사건은 미국이 한국전쟁 참전성격을 다시금 해석하고 미군의 전쟁수행 방식에 대해 되새겨 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즉 태평양 패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이 전쟁임무 수행 중 한국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여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흰옷을 입고 피난선과 조기잡이 어선에 타고 있는 민간인을 폭격해 놓고 미군폭격기 조종사는 폭격결과에 대해 ‘만족’이라고 기재했다. 적의 수중에 있는 지역 민간인은 적으로 취급한 미군의 전쟁수행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밝혀내야 할 것이 더 많다. 8월 6일에는 순천 해룡면 신성포 앞바다에 떠 있는 어선들을 공격했다. 8월 11일에는 서면 선평리에 나타난 미 전투기 4대가 주민들을 향해 네이팜탄과 기총사격을 가했다. 9월 24일에는 미군 전투기 4대가 해룡면과 율촌역을 호두리 염전을 폭격했다. 적이 숨이 있을 만한 ‘크고 좋은 것’ 뿐만 아니라 작은 조각배에 흰옷만 입고 있으면 적으로 봤던 것이다. 그들 눈에는 민간인들이 인간이 아닌 제거해야 할 방해물로만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영문도 모른 채 폭격을 맞은 생존자나 유가족은 기나긴 비인간적인 시간 속에서 인격이 해체되어 버렸다.

이제 우리는 미군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 책임을 묻고 사죄와 배상을 받고자 한다. 전쟁범죄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조지 오웰 글처럼 전쟁범죄에 대해 사면을 줄 뿐이다. 전쟁범죄 사면은 전쟁을 생각하는 자들에게 용기를 주게 되기 때문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럼 여수 순천 일원에서 일어난 미군기 전쟁범죄에 대해 누가 미국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할 것인가. 국가가 하면 제일 좋다. 국가기관에는 ‘진실화해위원회’ 가 설치되어 있다. 진화위 김광동 위원장은 상임위원을 여수에 보내 “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고 밝혔다.

▲ 이야포 미군폭격사건의 마지막 생존자 이춘혁 어르신과 마을주민 증인 이사연 어르신의 모습 ⓒ여수넷통뉴스 자료사진
▲ 이야포 미군폭격사건의 마지막 생존자 이춘혁 어르신과 마을주민 증인 이사연 어르신의 모습 ⓒ여수넷통뉴스 자료사진

사실은 명백히 드러났다. 진화위는 미군기에 의한 이야포.두룩여 폭격이 전쟁범죄인지 아니면 부수적 피해인지 먼저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미국에 ‘배상’ 아니면 ‘보상’ 중 요구의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진화위의 약속이 부디 시스템에 의한 형식적 수사(修辭)가 아니길 바란다.

만약 국가기관인 진화위가 지금의 정치적 군사적 한미관계에 따라 미국에 책임을 묻지 않고 배상요구를 하지 않는다든지 부수적 피해로 치부한다면 누가 책임을 물을 것인가? 여수시 행정기관이 해야 한다. 미국에 사죄와 배상만 받기 위함만이 아니다. 7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동서 군사적 긴장 최전선에 놓여 있는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각성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한국현대사 비극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여수가 대한민국 평화의 도시로 거듭나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여수는 관광휴양도시 뿐만 아니라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적 도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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