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비정에 끌려가 군사분계선을 넘었으나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탁성호 선원들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26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는 지난달 12일 열린 탁성호 선원 김석봉, 김도암, 서미남, 심여종, 심일수 5명에 대한 재심재판 결과가 선고됐다.
재판 결과를 선고한 허정훈 재판장은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각 공소사실 중 탈출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 수산법 위반 등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들은 각 무죄 부분에 대해서 무죄 선고한다”고 전했다.
허정훈 재판장은 무죄 이유로 “피고인들이 의사에 비하여 월북하였다거나 어떤 위법 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발견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들의 각 법정 진술은 객관적인 증거와도 대치되어서 믿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정훈 재판장은 수사보고서와 탁성호 선박의 존재 두 가지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반공법 위반과 수산업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허 재판장은 탁성호 선원들이 납북되기 전까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최선을 다하였고 불가항력으로 납북되었음이 명백함을 인정했다.
허정훈 재판장은 판결문에서 “각종 기록과 뉴스를 보면서 탁성호 유족 여러분이 심적, 물적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느꼈다. 50여 년이나 지나서 판결이 잘못됐다라고 선언하게 됐다. 더 일찍 이렇게 명예훼손 부문을 선언하지 못한 점, 잘못된 수사 절차를 바로잡지 못하고 미래를 간과한 채 선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점에서 과거 판결 법원을 대신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심사건 공판에는 작년에 세상을 떠난 탁성호 선원 심일수 씨를 대신해 큰아들 심태형 씨(57세)가 참여했다. 심태형 씨는 “53년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간첩이라는 누명으로 핍박 받던 분들이 이제 하늘나라에서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 감격스럽다. 명예회복을 이룰 수 있어 너무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탁성호 선원 유족인 심명남 여수넷통 이사장(52세)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선원분들이 이제 편히 눈을 감으실 것 같다. 이제라도 자식된 도리를 하게 된 것 같고 53년만에 무죄 선고를 내려주신 재판부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다시는 국가로 인해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서 납북귀환 선원 재심 무죄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월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에서 열린 납북귀환어부 3명에 대한 반공법 위반 혐의 재심 선고공판에서는 전원 무죄가 선고되었으며, 9월 강원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이 ‘반공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강원동해안 납북귀환어부 32명에게 전원 무죄 판결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