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는 60년 만에 한 번씩 온다는 푸른 용의 해인 갑진년이다.
용은 예로부터 하늘과 땅을 이어주고 바다와 비바람을 다스리는 존재로 해양도시인 여수 사람에게는 친숙한 영물이었다. 푸른 용의 해란 갑진년의 천간인 한자 갑(甲)이 오행에서 푸른색을 나타내기 때문에 넘치는 기운으로 비상하는 청룡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져 왔다.
삶의 터전 곳곳에 용과 관련된 이야기 심어놓고 살아
여수시와 같은 바닷가 사람들은 변화무쌍한 날씨를 극복하며 살아야 하였기에 용을 더욱 신성시하며 삶의 터전 곳곳에 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심어놓고 살아왔다.
이와 같은 이유로 여수시의 곳곳에는 용과 관련된 전설도 많이 전해져 온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천년고찰 용문사가 있는 용문포이다. 지금은 연기마을로 부르는 이곳은 본래 영이 있었다는 뜻으로 ‘영터’ 라 하였으나 한자로 바꾸면서 연기가 되었다.
영터는 여수지역에서 가장 먼저 전라도 도만호 영이 있었던 곳으로 조선 세종실록에 그 이름이 전해진다. 이곳을 용이 드나들었던 ‘용문’으로 이름 짓게 된 데에는 지금도 마을 주민들은 용이 나아간 곳이란 의미의 ‘용진개’라고 부르는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용진개 바닷가가 있는 고진마을의 법정리명은 용과 여의주를 상징하는 용주리이다.
여수산업단지가 있는 삼일지역의 이름인 ‘삼일’은 고어 ‘미르실’에서 유래 되었다고 삼일 지역 출신 지리학자인 성남해 님이 옛 여천시지에 밝힌 바 있다. 삼일의 중심 마을이었던 중흥리 용혈마을에는 용샘이란 우물이 전해졌는데 승천하던 용이 고리를 쳐서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왔다. 승천하던 용이 만든 ‘용샘’은 화치의 연성마을에도 전해왔는데 지금은 산단으로 변했다.
여수시청이 있는 학용동에도 용의 전설이 전해진다. 학용동은 학동 마을과 용기마을로 ‘용터’란 의미의 용기마을은 비봉산의 용의 기운이 넘쳐흐르는 좋은 길지로 알려져 이름 지어진 곳이다.
돌산 평사마을의 ‘용구래미’는 하늘로 오르는 용을 보고, 용이 오른다고 소리치자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천마산 중턱에 떨어져서 용구래미라 불렸다고 전한다. 거문도 서도마을 서쪽 뒷산에 있는 신비한 샘 ‘용물통’ 은 용이 승천하며 만들어진 호수로 제주도 백록담까지 이어졌다고 전해오는 산 중턱에 있는 작은 연못으로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추를 달아 실타래를 넣어보니 한 타래가 넘게 들어갔다는 전설이 전해왔다.
제주도 용두암 용이 이곳까지... 화정면 사도 ‘용꼬리 바위’
화정면 사도의 ‘용꼬리 바위’도 제주도 용두암 용이 이곳까지 이어져 있다 승천하지 못하고 굳어져서 바위가 되었다고 전해온다.
첼린지파크가 있는 화양면 소장마을 굴구지에도 마을 남쪽 산에서 마을 앞바다 장재도란 섬으로 이어진 ‘용굴’이란 굴이 전해진다. 이곳에도 용이 승천하며 만들어졌다는 굴이 바다로 이어진다. 마을에는 이 굴에서 연기를 피우면 앞바다에 있는 장재도 섬에서 연기가 올랐다는 전설이 함께 전해진다.
이밖에도 용과 관련된 지명은 거문도 덕천리와 소라면 의곡 아랫갬실의 ‘청룡등’을 비롯해서 개도의 ‘청룡끝’, 용이 승천했다는 여천마을의 ‘용소’, 오동도의 ‘용굴’ 등이 있고 여수의 섬 곳곳에는 용이 내려갔다는 ‘용네이’라고 하는 땅이름도 공통으로 나타난다. 이곳의 지형들을 살피면 용의 그림에서 보이는 모양처럼 산자락이나 바위의 형상이 구불구불하고 길게 휘어져 있는 특징들이 나타난다.
여수의 대표 관광지인 오동도에도 용이 살았다는 용굴이 전해지고 석천사의 돌사이로 흐르던 ‘석천’은 본래 용이 마시던 용안수로 오동도가 용머리이며 석천사가 있는 마래산은 용의 꼬리에 해당한단다.
남면 소리도의 ‘용끝’이라 부르던 ‘대룡단’과 ‘소룡단’은 하늘로 오르던 용이 천둥을 만나 떨어지면서 바위가 되었다고 하며 화정면 자봉도의 ‘상바구’는 왕의 꿈을 이루지 못한 아기 장수가 용이 되어 하늘로 날아간 후에 생긴 바위라는 전설도 전해진다.
삼산면 초도 대동리는 한해가 마무리되는 섣달 그믐날이면 밤을 지새우며 마을에 살다 돌아가신 수천 명의 조상의 이름을 부르며 새해를 맞이하고 새해 첫날 이른 시간에 용왕께 제를 지내며 한 해를 시작했다.
용의 해를 맞이해서 바닷가 마을마다 용왕제를 지내며 공동체의 무사 안녕과 희망을 바랐던 여수지역의 전승 문화를 되새겨보며, 새해에는 용의 기운이 넘쳐나고 바라는 모든 소망도 이루어지는 행복한 한 해를 기원한다.
- 박종길 여수지역사회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