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여수 갑 지역은 주철현 후보가, 을 지역은 조계원 후보가 당선됐다.
선거운동기간 6명의 후보는 ‘시민을 위하겠다’는 공통된 호소로 유권자의 마음을 잡으려 애썼지만 결과는 냉엄했다. 주철현 후보는 88.89%(6만9,029표)를, 조계원 후보는 68.01%(5만1,811표)라는 득표율을 받으며 모두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유권자가 표를 던진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당선자 앞에 놓인 과제는 분명하다.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시민이 꿈꾸는 여수의 미래는 비슷했다. 시민들은 당선자의 시급한 책무로 물가안정, 인구감소문제 해결,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장기적인 정책 마련 등을 꼽았다.
20대 남성, “높은 집값과 교육비로 결혼 엄두도 안 나”
20대 중반의 남성 박 씨는 여수의 높은 집값과 교육비, 주차문제를 우선 해결과제로 들었다. 둔덕동에서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는 그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일을 시작했음에도 독립을 망설이고 있었다.
“직장이 위치한 학동의 아파트 가격은 3억 가까이 되는데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직업상 중고등학생을 종종 만나는데, 얘기를 나눠보면 대부분 과목당 최소 5,60만원에 달하는 수학, 영어과외는 기본으로 하고 있더라. 그런 말을 들으면 과연 내가 결혼하여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영주차장 무료이용시간 줄면서 손님도 줄어... 높은 집값도 문제
학동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김씨는 1년 전 대구광역시에서 여수로 터를 옮겼다. 자영업자인 그는 여수의 시급한 현안을 묻자 물가안정이라 답했다. 또한 공영주차장 무료시간 연장과 복합쇼핑몰 입점, 대학병원 유치도 꼭 필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여수 집값은 (33~34평 기준)2억원이 적당하다. 아무리 높아도 3억원은 넘지 않아야 한다. 그간 학동의 한 아파트는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2억원이 폭등했다. 분양받은 사람들은 좋겠지만 일반 서민들은 입주를 꿈도 못 꾼다. 지역 정치인들은 이 문제에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최근 공영주차장 무료이용시간이 기본 2시간에서 1시간으로 바뀌면서 가게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한 손님은 주차가 불편하다며 발길을 끊었고, 결국 가계수입이 줄었다. 필요한 물건은 주로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데 광양LF몰을 오갈 때마다 여수에 대형쇼핑몰이 없어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지병을 앓는 김 씨는 매달 한 번씩 대구의 대학병원을 오가고 있다. 그는 “(대구에서 여수로) 이사 오면서 대학병원이 하나쯤은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많이 당황했다. 대학병원을 유치하면 시민의 생활이 훨씬 편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관광객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여수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40대 여성, “코로나 이후 경제적, 정신적으로 힘든 생활... 시민의 말에 귀기울이길”
웅천에서 12살, 11살 두 아이를 키우는 40대 여성 이 씨 역시 물가안정과 인구감소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코로나가 끝나자 물가상승이라는 또다른 문제가 몰아치면서 지난 몇 년간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주변 학부모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대부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벌이는 예전과 비슷한데 물건을 몇 개만 집어도 10만원이 훌쩍 넘어서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비싼 과일은 아이 먹을 양만 조금씩 산다. 물가안정이 시급하다.
지금 여수의 또다른 문제는 인구감소다. 전남 제1도시라는 타이틀도 순천에 넘겨준 지 오래인데 정치인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당선된 국회의원이 시민의 말에 귀 기울인다면 더 나은 여수시가 될 것이다.”
“자본이 대도시에 종속된 여수시... 젊은이가 뿌리 내리고 사는 도시 꿈꾼다”
쌍봉동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은 지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여수는 좁은 지역을 중심으로 정치를 하기 때문에 도시 전체를 아울러 미래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정책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사적 이익을 줄이고 공익을 위해 양보하며 지역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소속 지역구에만 유리한 정책을 세우면 통합시정을 방해하니 조화롭게 살필 필요가 있다.
여수는 공공유치원, 시립도서관, 공원 같은 공공시설이 적은 편이라 이를 늘려야 한다. 또 낙후된 구도심을 활성화하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면 대도시로 이탈하는 젊은층이 여수로 돌아올 것이다.
지난 10년간 여수시민의 삶의 질이 높아졌는가 생각해보면 그렇다는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여수시민의 자본은 대도시 자본에 종속되어 노동자화되며 점점 생활은 힘들어졌다. 이는 발전이라 볼 수 없다. 성장한 아이들이 떠나지 않고 지역에 뿌리 내리는 여수가 되길 바란다. ”
한편 22대 국회의원 임기는 2024년 5월30일부터 2028년 5월29일까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