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르포] 아직 갈 길 먼 여수시 ‘무장애 도시’ 조성사업

무장애 도시 꿈꾸는 여수시, 반월마을에서 여수세무서까지 가보니

  • 입력 2024.05.22 07:25
  • 수정 2024.05.22 07:29
  • 기자명 조찬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수시 선원동 반월마을 근처 드라이브 스루 커피숍 앞 인도는 5cm에서 8cm 높이로 휠체어를 타고 진입할 수 없다. ⓒ조찬현
▲여수시 선원동 반월마을 근처 드라이브 스루 커피숍 앞 인도는 5cm에서 8cm 높이로 휠체어를 타고 진입할 수 없다. ⓒ조찬현

여수시 선원동 반월마을에서 여수세무서까지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 조봉현((사)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장애인편의시설기술지원센터 기술위원)씨와 함께 길을 걸어봤다. 지난 8일이다.

비장애인이 보는 도로는 별반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장애인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기에는 인도가 그리 만만치 않았다. 반월마을 입구 도로와 드라이브 스루 커피숍 입구 등 군데군데서 난감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불과 5cm 높이에도 전동휠체어는 넘어서질 못했다.

“이 보도와 도로 경계 지점은 단차가 없어야 하거든요. 부득이한 경우 2cm 이내라야 된단 말이에요. 근데 여기는 방금 재보니까 한 5cm는 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동휠체어가 진입하지 못하고 이렇게 차도로 갈 수밖에 없어요.”

단차 8cm 높이 위험천만, 차도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

▲반월마을 건너 선원동 509-31번지 도로 역시 위험천만하게도 전동휠체어는 차도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찬현
▲반월마을 건너 선원동 509-31번지 도로 역시 위험천만하게도 전동휠체어는 차도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찬현

드라이브 스루 커피숍 앞 인도 진입로의 단차는 측정 결과 5cm에서 8cm 높이로 도저히 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수가 없었다. 위험천만하게도 전동휠체어는 차도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봉현씨는 “장애인분들이 발달 장애까지 겹치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이 만약에 장애인활동지원사 없이 혼자 이 길을 간다면 제가 볼 때는 한 70~80%는 전복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두 군데도 아니고...”라며 도로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진입로하고 인도하고 이 부분은 1m도 안 되게 급경사로 꺾어놨어요. 최하 2m 정도는 거리를 둬야 편안하게 내려와 문제가 안 되는데, 휠체어는 앞바퀴하고 뒷바퀴가 간격이 좁다 보니까 그대로 전복되는 사례가 있습니다.”라며 완만하게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런 도로는 처음 본 것 같습니다. 너무 심각해요. 제가 볼 때 한 7~8군데 정도가 그래요. 장애인분들이 혼자서도 다닐 수 있는 길로 개선되어야겠어요. 진입하지 못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차도로밖에 갈 수가 없는 상황이죠. 또 차도로 가다가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가 있는데 그 부분만이라도 빨리 조치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라며 도로 개선의 필요성과 문제점을 제기했다.

여수세무서 진입로, 급경사로 인해 전동휠체어 시동 갑자기 꺼져

▲여수세무서 진입로를 오르다 급경사로 인해 전동휠체어의 시동이 갑자기 꺼졌다. 경사를 측정해보니 11.6도(법정 경사각도 4.8도)다.  ⓒ조찬현
▲여수세무서 진입로를 오르다 급경사로 인해 전동휠체어의 시동이 갑자기 꺼졌다. 경사를 측정해보니 11.6도(법정 경사각도 4.8도)다. ⓒ조찬현

반월마을 초입에서 출발한 전동휠체어는 여천역 앞을 지나 여수세무서로 진입했다. 여수세무서 진입로를 거의 오를 무렵 급경사로 인해 전동휠체어의 시동이 갑자기 꺼졌다. 경사를 측정해보니 11.6도(법정 경사각도 4.8도)다. 전동휠체어가 이동하기에는 상당히 가파른 위험한 도로 여건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 최막동씨는 “급경사다 보니까 과부하를 받아 순간적으로 전원이 나갔다. 이런 경우 당황하지 말고 침착한 대응이 필요하다. 순간 당황하면 아무 생각이 안 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경사로가 심한 데는 원래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하게 돼 있어요. 장애인이 판단해서 경사가 심해서 못 올라가겠다 싶으면 버튼을 누르면 여기서 직원이 내려와서 도움을 줘야 해요. 일반적으로 지금 행정복지센터나 이런 데도 그런 벨들이 설치된 데가 많이 있습니다. 휠체어에서 누를 수 있는 높이가 낮은 데다가 설치해놔서 장애인이 판단해서 못 올라가겠다 싶으면 눌러 도움을 요청합니다.”라며 경사지에 벨 설치 또는 장애인에게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원 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여수세무서 입구에서 여수상공회의소를 오가는 샛길은 단차가 너무 높아 전동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했다.  ⓒ조찬현
▲여수세무서 입구에서 여수상공회의소를 오가는 샛길은 단차가 너무 높아 전동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했다. ⓒ조찬현

한편 여수시는 지난 4월 19일 제44회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진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모든 시민이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는 ‘무장애 도시’를 조성하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무장애 도시 조성 조례’를 제정, 어린이·노인·장애인·임산부 등 시민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생활환경을 조성 중이다. 또한, 도심 곳곳에 점자블록과 휠체어 이동로 확보 등에 힘쓰고 있다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