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바다에 작은 섬 하나 떠 있다. 점점이 박힌 섬들은 띠를 이루어 면이 되고, 섬 줄기가 되고, 겹겹이 병풍이 된다. 그곳에 내 고향, 진도군 조도면 관매도가 있다.
매년 8월 중순에 우리 형제들은 고향에 다녀온다. 산소벌초도 하고 고향을 둘러보며 형제애를 나눈다. 지난 8월 중순 1박2일로 다녀왔다.
조도면은 154개(유인도35개, 무인도 119개) 이다. 섬이 새떼처럼 펼쳐 보인다고 해서 조도(鳥島)군도라 이름 지었다.
관매도는 관매, 관호, 장산편, 3개의 마을로 나눠지며, 120가구에 인구 200여명이 살고 있다. 주로 농업과 어업에 종사한다. 면적 4.03㎢ 해안선 길이 17㎞다. 하절기에는 진도(구 팽목)항에서 12시 10분에 출발하는 농협 배 새섬두레호를 타면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아름다운 자연경관 덕분에 2011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명품마을 1호’로 지정하여 섬 전체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됐다.
섬에는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하여 관매8경 이정표와 안내판을 만들고, 곰솔 숲에 야영장설치, 탐방로 정비, 시범숙소 등을 지정하여 관광 인프라를 구축했다.
관매 8경은 1경 관매 해수욕장과 곰솔 숲, 2경 방아섬, 3경 돌묘와 꽁돌, 4경 할미중드래미골, 5경 하늘다리, 6경 서들바굴폭포, 7경 다리여, 8경 하늘담(벼락바위)이다. 8경 중 4경은 배를 타고 가야한다. 여기서는 걸어서 갈수 있는 관광명소 4경을 소개하겠다.
1경은 해수욕장과 곰솔 숲이다. 해수욕장은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매우 얕아서 바다 물속으로 100m 이상 들어가도 어른 무릎 정도 밖에 물이 차지 않는다. 고운 모래사장은 모래 입자가 미세하고 촉감이 부드러운 연한 황색 빛깔이다.
어린 아이랑 모래놀이와 수영하기 딱 좋은 곳이다. 물에 들어가 선 상태에서 발가락으로 살살 모래를 파면서 조개잡이를 하는 것도 즐거운 체험이 될 것이다.
곰솔 숲은 섬 주민들이 모래 바람을 막기 위한 방풍림으로 조성했다. 아름드리 숲을 이루고 있는 소나무 수령은 200~300년이다. 현재 3만여 평 곰솔 숲에서는 사시사철 은은한 솔향기와 피톤치드가 바람결 따라 흐르고 있다.
곰솔 숲은 2010년 ‘제1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해수욕장 방풍림 중 국내에서 가장 크고 넓다. 숲에는 야영장과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일몰 시간에는 푸른 바다 물결이 황금빛으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해넘이도 즐길 수 있다.
곰솔 숲이 끝나는 지점인 관매초등학교(폐교) 정문 앞에는 ‘천연기념물 212호’로 지정된 후박나무 2그루가 있다. 후박나무는 녹나무과에 딸린 상록교목으로 높이 18m, 가슴둘레 3.41m로서 숲을 이루며 800년 동안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이 숲은 성황림(城隍林)으로 마을의 평화와 행복을 기원하는 곳이다. 매년 초 마을주민들이 모여 당제를 지내고 있다.
2경은 장산편 마을에 있는 ‘방아섬(남근바위)’. 해발 35m 방아섬 마을 작은 산 위에는 높이 10m 특이한 형태의 바위가 우뚝 서 있다. 멀리서 보면 송이버섯을 닮았다. 바로 2경 방아섬 남근바위다. 관매 선착장에서 편도 약 3km, 도보로 약 1시간 소요된다.
방아섬은 ‘옛날에 선녀들이 방아를 찧으며 놀던 곳’이라는 전설이 있다. 아울러 ‘아이를 갖지 못한 여인이 정성껏 기도하면 아이를 갖게 된다.’고 전해진다.
3경은 관호마을에 있는 ‘돌묘와 꽁돌’ 이다. 꽁돌은 관호마을 앙덕기미 쉼터 아래 해안에 있다. 높이 6미터, 너비 약 3~4미터 되는 거대한 둥근 바윗덩어리다. 바위 한쪽 면을 끌로 파내어 조각을 한 것처럼 다섯 손가락이 새겨져 있다. 손가락 하나가 성인 한 사람 크기다.
꽁돌 옆에는 돌묘가 있고 해안은 암석이 여기 저기 움푹 패인 울퉁불퉁한 지형으로 자연이 빚어낸 신비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풍화혈’ 현상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라 한다. 절벽 위에서 떨어진 거대한 돌에 소금기 있는 바닷물이 묻고 거센 바람에 점차 침식하면서 생긴 우연한 모양이라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손마디까지 보였을 정도로 정교했었다. 오랜 시간 풍화작용으로 손가락 모양이 많이 무디어 졌다.
돌묘와 꽁돌, 그리고 바로 건너편 형제 섬에 얽힌 재밌는 옥황상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옥황상제의 공깃돌을 딸이 갖고 놀다 지상에 떨어뜨렸다. 지상에 떨어진 꽁돌을 하늘장사에게 찾아오라고 옥황상제가 명했다. 하늘 장사가 꽁돌을 들고 지상을 떠나려 했으나 아름다운 거문고 소리에 홀려서 관매도에 주저앉고 말았다. 화가 난 옥황상제는 하늘장사를 돌묘에 묻었다. 다시 두 아들에게 꽁돌을 찾아오라 했다. 두 아들 역시 선녀의 거문고 소리에 취해서 돌아오지 않자 화가 난 옥황상제는 두 아들을 꽁돌 건너편에 형제 섬으로 만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아름다운 여자에 취하면 도저히 헤어나지를 못한다. 만약 옥황상제도 아름다운 선녀의 거문고 소리를 들었다면, 아마도 관매도를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5경 하늘다리이다. 꽁돌에서 편도 약 1.2km, 도보로 약30분 소요된다. 하늘다리는 두부를 칼로 반듯하게 자른 듯 두 쪽 난 섬 위에 투명한 다리를 놓았다.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섬 간격은 약3~4미터 정도 된다. 두 쪽 난 섬 아래 절벽 사이에 두 개의 바위가 끼워져 있다. 자연이 창조한 비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관매도의 해안선 절경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섬의 해안 단층은 중생대 백악기 생성된 응회암 퇴적층 지질이다. 관매 해수욕장 끝 해안의 퇴적층에는 단층에 의한 절리와 파식대(波蝕臺), 해식(海蝕) 동굴, 해식애(海蝕崖) 등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해안선 17km를 따라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파식대(波蝕臺)는 암석해안에서 기반암이 지속적인 파랑의 침식에 의해 형성되는 해안의 평평한 지형으로 해수면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편이다. 그 뒤로 해식애(海蝕崖)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해식애(海蝕崖)는 파도, 조류, 해류 등의 침식으로 깎여 해안에 형성된 절벽을 말한다.
섬 마을 여행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더 좋다. 다시 가고 싶은 섬 관매도에 9월이 오면 하얗게 부서지는 메밀꽃 밭을 걷고 싶다. 쑥 향기 그윽한 봄이 오면 7천여 평 대지에서 봄바람에 살랑이는 노란 유채꽃과 함께 노닐어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