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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칼럼] 면죄부와 권력의 부끄러운 뒷모습

민초들의 의문은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정의를 찾는 인류의 끝없는 여정
권력의 부끄러운 민낯을 비추는 거울이다

  • 입력 2024.11.02 08:07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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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이란 것은 본래 모두에게 공평해야 하며, 권력은 그 자신부터 청렴해야 한다.
▲ 법이란 것은 본래 모두에게 공평해야 하며, 권력은 그 자신부터 청렴해야 한다.

요즘 대한민국의 검찰은 특정인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권력의 행태는 중세시대 면죄부를 팔던 철면피 성직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역사 속 그 성직자들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신의 뜻을 왜곡하며 죄를 씻어준다는 명목으로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팔았다. 그 행위는 사람들의 영혼을 구원하겠다는 거창한 명분 아래, 그저 권력과 부를 축적하려는 욕망을 감추고 있었을 뿐이다.

루터는 그 철면피 성직자들에게 대항하여 면죄부의 부당함을 외쳤다. "신 앞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라는 그의 외침은 유럽 사회에 깊은 충격을 주었고, 부패한 성직자들의 권력 구조에 균열을 일으켰다. 같은 맥락에서, 이차돈 역시 토착 신앙에 기반을 둔 귀족 세력과 치열하게 대립하다 자신의 목숨을 바침으로써 불교를 공인받게 된다. 그들의 투쟁은 결국 면죄부와 토착 신앙의 거짓된 명분을 밝히며,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대로를 향하여
▲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대로를 향하여

여기에 또 한 사람, 프리드리히 니체를 생각해 본다. 니체는 중세 유럽의 권력과 종교의 결탁을 보며 “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했다. 그의 말은 종교적 질서와 도덕적 체계에 대한 강한 도전을 던지는 것이었고, 그 당시에 이는 이단(異端)으로 치부되며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니체의 메시지는 단순히 신앙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 종교와 윤리, 사상 전반에 걸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었다. 유럽은 결국 '신을 죽이며' 근대와 현대를 열었고, 자유와 개혁의 길을 열었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부패한 권력이 면죄부를 들고 또다시 무언의 의문을 던지는 모습이다. 법이란 것은 본래 모두에게 공평해야 하며, 권력은 그 자신부터 청렴해야 한다. 현실은 어떠한가? 그들의 처사는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그것이 과연 상식에 부합하는가?" 많은 사람이 묻고 있다. 면죄부의 주인이 누구든, 그 주인이 누구에게 권력을 휘두르든, 그 권력의 얼굴이 과연 정의로운가를 되물어야 한다. 민초들은 여전히 침묵 속에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지 몰라도, 그 질문은 멈추지 않고 권력의 심장부를 향해 닿고 있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외쳤듯, 오늘의 민초들은 권력에게 저항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질문은 다름 아닌, 부패한 권력 구조와 그 권력의 정당성에 대한 것이다. 민초들의 질문에 답해야 할 권력은 묵묵부답이다. 정의와 공정을 외치던 그 단단한 목소리는 어디로 갔는가?

▲ "그것이 과연 상식에 부합하는가?" 민초들이 묻고 있다.
▲ "그것이 과연 상식에 부합하는가?" 민초들이 묻고 있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그들의 약속은 언제부터 '특정인'과 ‘특정 집단’만을 향한 섬김으로 바뀌었다. 그들의 목소리와 얼굴은 부끄러움을 모른 채 오히려 당당해 보인다. 이는 도덕적 타락의 또 다른 징표일 뿐이다.

현대의 면죄부는 더 이상 종이 한 장에 적힌 용서의 글이 아니다. 그것은 법의 이름을 빌려 권력을 지키고, 권력자를 감싸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그러나 역사는 되풀이된다. 루터가 그랬듯이, 이차돈이 그랬듯이, 니체가 그랬듯이, 민초들의 무언의 질문은 시대를 넘어 권력의 부끄러운 뒷모습을 직시하고 있다. 그 질문은 언제나 권력의 자만을 허물고, 진정한 정의의 의미를 되찾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역사의 판도라 상자는 이미 열렸다. 우리는 그 안에서 무엇을 보게 될까? 권력자들은 자신에게 던져지는 질문의 무게를 알 수 있을까? 민초들의 의문은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정의를 찾는 인류의 끝없는 여정이며, 권력의 부끄러운 민낯을 비추는 거울이다. 니체는 말했던 ‘신의 죽음’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신은 죽었지만, 질문은 살아있다. 그 질문은 바로 지금, 우리 사회의 면죄부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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