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학생백일장 고등부에서 장원으로 선정된 '바스라진 동백'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지난 10월말 발표된 여수시 주최, 한국문인협회여수지부 주관, 한국예총여수지회가 후원하는 여수시 소재 초, 중, 고 재학생 및 시민들을 대상으로 열린 제74회 학생백일장 및 제33회 시민백일장 공모가 열렸다. 이번 주제는 여순사건을 주제로 한 '동백꽃'.
고등부에서 장원에 선정된 박보라(18세) 양은 선생님이 보여준 여순사건 피해 유가족 인터뷰를 보고 이 시를 썼다. 장원에 당선된 시다.
바스라진 동백
- 박보라 -
열네살 아이 밥한덩이 먹은 것이 죄가 되어
울할머니,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 이름 묻길래
부모님께 배운대로 모셔다가 집으로 안내한 것이 죄가 되어
울아부지 목숨을 빼앗겼다
마루 밑에 숨죽여
울아부지 죽는 것을 보고도
여전히 숨죽여 살고 있으니....
붉디붉은 동백꽃이
여수에서 순천으로
순천에서 구례로
가가호호
뚝뚝 핏방울처럼 흩날렸다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어찌 편히 잠들겠소
그들을 기억하는 남은 이들에게
큰 상환이 되어
붉디붉은 동백으로 남았소
수상소감을 밝힌 박보라양은 "동백꽃 주제를 받았을 때 식물 동백꽃을 생각했고 샤넬이 완벽하다고 이야기했던 동백의 이미지만 떠올렸는데 <진실과 화해 여순사건>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보고 여순사건이 일어난 때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사연들을 들으며 취재하듯이 받아 적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지는 않은 여느 청소년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학생이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양심과 상식은 가지고 살아야 한다"라며 "여순사건은 상식과 염치를 벗어난 가슴 아픈 일이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역사에 더 관심을 가지고 생명을 더 존중하는 자세를 갖도록 하겠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밥 한덩이를 먹인 것이 죄가 되어 죽은 할머니의 이야기는 너무 황당하고 슬펐어요.
무엇보다 그 밥을 얻어먹은 소년이 할머니를 지목한 부분에서 ‘염치’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은 없어야 하며 사람이라면 ‘염치’는 장착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밥을 먹이지 말아야 했을까요? 밥을 준 사람이 할머니가 아니라고 거짓말을 했어야 했을까요?
그 어떤 이유나 명분으로도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돼요.
세월호도 그랬고 이태원도 그렇고 누군가의 배부름을 위해 누군가의 자리를 위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여기는 일은 앞으로도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