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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에 세번 추모제사 지내는 여순유가족...한번으로 바꿔야

이순신 광장에서 열린 제76주년 여순사건희생자 합동추념식
‘상생으로 피운동백 미래의 빛으로’ 구호 내걸어
여수전지역에 싸이렌 울려퍼지며 희생자 추모 묵념
윤석열 정부에 조속한 여순사건 특별법 이행 촉구

  • 입력 2024.10.20 10:01
  • 수정 2024.10.21 08:22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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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화 ⓒ심명남
▲19일 중앙동 이순신 광장에서 열린 '제76주년 여순사건 희생자합동추념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심명남

10월 19일 오후 3시 여수시 전역에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별안간 울려 퍼진 싸이렌 소리에 전쟁난거 아니냐는 불안감을 표시하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사이렌 소리는 76년 전 발발했던 여순사건 희생자를 애도하는 묵념 사이렌이었다.

이날 이순신 광장에서 시장, 국회의원, 시도의원을 비롯 내외빈 및 유족과 관련단체 대표 등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76주년 여순사건 희생자합동추념식'이 열렸다.

여수전지역 추모 사이렌 울리며 희생자 애도 

내외빈 소개에 이어 오페라와 시립국악단의 추모공연을 시작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 이야포두룩여 미군포켝사건 공동추진위원장인 정기명시자과 과거사특위 이미경위원과 박성미 부위원장이 북삼촌TV와 인터뷰 모습 ⓒ심명남
▲ 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 공동추진위원장인 정기명시장과 과거사특위 이미경 위원장과 박성미 부위원장이 홍보부스를 방문한 가운데 북삼촌TV와 인터뷰 모습 ⓒ심명남
▲ 여순사건 추념식에서 여수꽃사모 회원들이 꽃씨나눔 행사를 펼치며 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 바로알기 알리기에 나섰다 ⓒ연준흠
▲ 여순사건 추념식에서 여수꽃사모 회원들이 꽃씨나눔 행사를 펼치며 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 바로알기 알리기에 나섰다 ⓒ연준흠

광장에는 다양한 행사부스도 마련됐다. 기억의 나무 추모메시지 달기는 제76주년 여순사건 희생자 합동 추념식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메시지가 달렸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마련된 <남면 이야포·두룩어 미군폭격사건 바로 알기>는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여수넷통과 꽃사모 회원들은 꽃씨를 나눠주며 이 사건을 알렸다. 북삼촌TV는 이를 생중계했다.

‘상생으로 피운 동백, 미래의 빛으로’를 내건 구호는 과거와 현재가 한자리에 모여 여순사건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엄숙한 시간이 이어졌다. 오페라와 시립국악단의 추모공연과 헌화 및 분향에 이어 유족회 등 참석자 분향 및 헌화를 끝으로 행사를 마쳤다.

여수∙순천 10.19 사건은 여수에서 주둔하고 있던 국군 제14연대 일부 군인들이 국가의 '제주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시작됐다. 이후 1948년 10월 19일부터 지리산 입산 금지가 해제된 1955년 4월 1일까지 여수, 순천지역을 비롯 전남과 전북, 경남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혼란과 무력 충돌 진압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11,131명 사망한 여순사건 희생자

당시 전남에서 총 3차례에 걸쳐 피해조사를 실시했고, 마지막 조사된 1949년 10월 25일 11,131명이 사망했다고 국가기록원에 기록됐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는 여수지역 약 5천 명, 순천에 약 2천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 시립합창단 ⓒ심명남
▲ 제76주년 여순사건 희생자합동추념식에서 여수시립합창단의 추모공연 모습 ⓒ심명남

그날의 아픔이 오롯히 담긴 신월동 한화공장이 있는 14연대 주둔지는 1948년 여순사건을 일으킨 곳이다. 인구부 전투지와 서초등학교, 만성리 형제묘, 만성리 학살지, 애기섬, 호명동 암매장지, 여순사건군법회의 터를 비롯해 섬지역인 안도 선창학살지, 남면 우학리 학살지, 거문도 검등여 학살지까지 많은 유적지가 존재한다. 마침내 신월동에 여순사건 홍보관 건립을 앞두고 있다.

정기명 시장 신월동에 여순사건 홍보관 건립

이 사건으로 희생된 유가족들은 말못할 고통속에 80평생을 살아왔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온라인 추모공간도 생겼다. 그간의 기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제공하는 여순사건 아카이브와 여순사건추모공간 앱이 그 것.

▲ ⓒ심명남
▲ 제76주년 여순사건 희생자합동추념식에서 추모사 하는 정기명 시장 ⓒ심명남

추모사에 나선 정기명 시장은 비극적 역사의 아픔 치유하고 평화·인권 도시로 나아갈 것을 약속했다. 정 시장은 “해방 직후 혼란스러운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고하게 짓밟혔던 시민들의 억울한 희생은 76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라며 “그간 침묵했던 여순사건은 지난 2021년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시작으로 올해 10월부터는 희생자 유족을 대상으로 생활보조비를 지원하고,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 등을 통해 부족하나마 유족들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한다”라며 “최초 발발지인 신월동에 홍보관 건립을 추진하여 역사적 진실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공간 조성과 평화공원 유치에도 한 발 더나아가려 한다”는 강한 입장을 피력했다.

▲ 제76주년 여순사건 희생자합동추념식에서 추모사하는 백인숙 시의장 ⓒ심명남
▲ 제76주년 여순사건 희생자합동추념식에서 추모사하는 백인숙 시의장 ⓒ심명남

여수시의회 백인숙 의장은 화해와 통합의 희망찬 시대를 함께 열 것을 주문했다. 백 의장은 “여순사건이 발발한 지 76년이 되었고 특별법이 제정된 지도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지역민의 간절한 염원인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도리어 사건에 대한 편향된 시각과 교묘한 역사 왜곡이 판치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에 참담한 마음 가눌 길이 없다”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순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정부의 약속만 믿고 있어서는 안된다”라며 "여수 시민이 한마음이 되어 여론을 모아 정부에 필요한 사항을 적극 제안하고,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를 하루빨리 치유해 화해와 통합의 희망찬 시대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제76주년 여순사건 희생자합동추념식에서 추모사하는 주천현 의원 ⓒ심명남
▲ 제76주년 여순사건 희생자합동추념식에서 추모사하는 주천현 의원 ⓒ심명남

더불어민주당 여순사건특별위원회 주철현 위원장은 진상조사 기간 연장과 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주철현 의원 여순사건특별법 개정안 조속히 국회 통과시킬 것

주철현 의원은 ”2021년 7월 20일, 여순사건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금방이라도 유족들의 명예회복과 배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윤석열 정권의 등장과 함께 여순사건의 시계는 다시 멈췄다“라며 ”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작성기획단은 여순의 아픔을 치유하기는커녕 역사 왜곡에 앞장서며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짓밟는 형국“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7월 출범한 민주당 여순사건특위가 마련한 법률안을 비롯해 3건의 여순사건법 개정안을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시켰지만 국힘당의 몽니로 법안심사를 마치지 못했다"라며 "진상조사 기간 연장을 포함한 여순사건특별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지역민의 열망에 부응토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 제76주년 여순사건 희생자합동추념식에서 추모사하는 조계원 의원 ⓒ심명남
▲ 제76주년 여순사건 희생자합동추념식에서 추모사하는 조계원 의원 ⓒ심명남

조계원 의원은 여순사건 특별법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사업에 최대한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조 의원은 ”여순 사건은 76년 전 해방정국 당시 어두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 친일 세력과 손잡은 이승만 정부의 국가폭력에 의해 무고한 민간인과 군인, 경찰이 희생된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그날의 아픔과 상처는 여전히 우리 가슴에 남아있다“라며 ”오늘 추념식을 준비하느라 애써주신 여순사건 지역민 희생자 지원사업 시민추진위원회 신지영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회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희생자·유족의 법정 조사기한 연장은 필수이고 피해자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하여 실질적인 배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라며 “여순사건 특별법의 후속 사업인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회복, 치유와 화합을 위한 다양한 지원, 교육과 기념사업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하루 세번 추모제사 지내는 여수, 한번으로 바꿔야 

▲ 서장수 유족회장은 여수유족회는 한날에 추모제 세번을 지내는데 그것을 한번에 지내는 것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명남
▲ 서장수 유족회장은 여수유족회는 한날에 추모제 세번을 지내는데 그것을 한번에 지내는 것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명남

서장수 여순사건 여수유족회장은 여순사건의 온전한 해결을 위해 특별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회장은 “현대사의 비극인 여순사건은 우리 유족들을 비롯해 많은 분께 깊은 상처를 남겼다”라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그 이야기를 잊지 않고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 회장은 “전 유족회장들 추모제를 지역적으로 순회했는데 올해로 6곳을 다 돌았다”라며 "추모제 날짜가 지역별로 각각 달라 여수유족회는 한날에 추모제 세번을 지내는데 그것을 한번에 지내는 것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 유가족과 내외빈들의 헌화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심명남
▲ 유가족과 내외빈들의 헌화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심명남

남중옥 순직경찰유촉 대표는 ”여순사건은 여수의 아픔“이라며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무고하게 희생되었다. 민간인, 군인, 경찰 할 것 없이 우리의 부모, 형제:자매, 자식을 잃은 큰 슬픔과 통곡의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순사건특별법이 제정되며 희생자와 유족들의 한이 풀어지기를 기대했으나 아직도 여전히 풀어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남아있다“며 ”고령의 유족들에게는 여순 사건의 진정한 해결이 너무나 더디게 느껴진다. 지역민이 함께 연대하고 소통해 하나의 목소리로 나아가달라“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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