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박선영 신임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신임 위원장(1956년생)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법학 사학위를 받았다. 1977년 문화방송(MBC) 아나운서와 기자로 12년간 근무했다.
위원장은 동국대 법학과 교수를 거쳐, 제18대 자유선진당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 위원, 독도영토수호대책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2018년과 2022년에는 서울특별시교육감선거에 출마했으며, 최근까지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박 신임 위원장은 “국내외적으로 엄중한 이 시기에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어 어깨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다.”라며 “대한민국이 더욱 정의롭고 화합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다짐을 하면서 위원장직을 시작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위원회가 균형잡힌 관점에서 보다 효율적이고도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노력하겠다”라며 “내년 11월까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소통을 강화하고 보고서가 깔끔하게 나오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선영 신임 위원장 취임사
반갑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 제2기 제3대 위원장으로 임명을 받은 박선영입니다. 국내외적으로 엄중한 이 시기에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어 어깨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위원회는 화해와 치유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설립된 독립조사기관입니다. 우리 위원회는 두 가지 가치를 추구합니다. 바로 진실과 화해입니다. 진실은 객관적 사실을 발견하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인도의 독립운동가 네루는 “사실은 사실이다. 당신이 그것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Facts are facts and will not disappear on account of your likes)”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의 객관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영국의 언론사 ‘가디언’(Guardian)의 편집인 찰스 스콧(Charles Preswich Scott)은 “논평은 자유지만 사실은 신성하다(Facts are sacred, opinionis free)”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신념에 따라 논평을 하는 것은 위헌적인 내용이 아닌 한 자유지만 사실 자체를 왜곡하거나 거짓을 유포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찰스 스콧의 말을 빌리면 그것은 신성모독입니다. 그만큼 사실을 발견하고 객관화하는 길은 험난합니다. 1847년, 영국이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존 플랭클린(Sir John Franklin)을 함장으로 129명의 선원이 출항했으나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세계 최대의 해난 사건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배를 찾으려 노력했으나, 사고 발생 68년이 지난 2016년에야 그 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진실은 그렇게 한 번 잃어버리면 찾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찾고 밝혀야 하는 것이 진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참여정부에서부터 어제까지 수고해 주신 송기인, 안병욱, 이영조, 정근식, 김광동 위원장님을 비롯해서 모든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거 진실에 대한 검증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항로에서 우리는 지금 나침반마저 놓쳐버린 상태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더욱 정의롭고 화합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놓쳐버린 나침반을 다시 돌려 놓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직을 시작합니다.
우선 우리 위원회가 균형잡힌 관점에서 보다 효율적이고도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작보다 더 어려운 것은 마무리입니다. 내년 11월까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소통을 강화하고 보고서가 깔끔하게 나오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은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단합해서 나아갈 때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을 국민 여러분께 내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진실화해 가족 여러분, ‘집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우리 위원회의 바가지는 우리 사회에 화해를 조성해주는, 화수분같은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위원회는 단순히 과거사를 조사해 보도자료를 뿌리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상훈 상임위원님은 불참하셨고, 사의를 표명한 송상교 사무처장님도 참석하지 않으셨습니다만,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해 준 소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저 또한 인내와 관용, 희생의 마음으로 여러분과 함께 진실과 화해의 새로운 장을 힘차게 열어 나갈 것입니다.
우리 진실화해위원회가 갈등의 도가니가 아닌, 대한민국 사회의 화해와 통합을 이끌어가는 큰 주춧돌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24년 12월 10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박선영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