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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한번, 죽어서 두번피는 동백...요즘봐야 제맛

강종열 초대전 동백, 시간의 얼굴
광양 전남도립미술관 3.28~5.25까지
동티모르, 희망의 동백, 여순사건, 조씨의 삶 연작 전시회

  • 입력 2025.04.01 07:26
  • 수정 2025.04.01 10:22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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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존으로 인기인 오동도 동백 낙화 ⓒ심명남
▲ 요즘 포토존으로 핫한 오동도 동백 낙화 ⓒ심명남

여수는 요즘 동백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영어로 카멜리아(CAMELLIA)라 불리는 동백에 대해 여수시청 홈페이지는 이렇게 소개했다. 

여수의 첫번째 상징물인 동백은 '진실한 사랑'이란 꽃말을 지닌 꽃으로 꽃이 향기롭고 꿀이 많으며 꽃수술이 노란색으로 평화를 상징, 늦겨울과 이른봄에 개화해 오랫동안 지속하는 끈기는 여수시민의 굳센 의지와 희생정신을 상징한다.

▲ 일행들이 강종열 화백과 한컷 ⓒ심명남
▲ 전시회를 찾은 일행들이 강종열 화백과 한컷 ⓒ심명남
▲ 진실한 사랑이 꽃말인 백동백 ⓒ심명남
▲ 진실한 사랑이 꽃말인 백동백 ⓒ심명남

지난 주말(29일) 서울과 대전에서 온 지인들과 오동도를 찾았다. 그곳엔 동백을 보러온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없이 북적였다. 여느꽃과 달리 활짝핀 꽃보다 낙화가 더 아름다운 꽃. 그래서 살아서 한번피고 죽어서 두 번피는 꽃이 바로 동백의 아이러니다. 낙화의 자태가 흐트러짐이 없이 꼿꼿하다.

오동도 동백을 만끽한 일행은 곧바로 광양에 있는 전남도립미술관으로 향했다. 마침 그곳에는 강종열 화백의 초대전 동백, 시간의 얼굴(CAMELLIA THE PORTRAIT OF TIME) 전시회를 찾은 것. 오동도 동백을 봤다면 이곳에 가야 비로소 동백이 가진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생명력, 희망 그리고 동백

▲ 여수의 거장 강종열 화백이 젊은시절 작가로 살아온 힘들었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심명남
▲ 여수의 거장 강종열 화백이 젊은시절 작가로 살아온 힘들었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심명남

강종열 화백은 동백꽃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펼쳐왔다. 그동안 전국 및 해외에서 108회의 개인전과 670여 회의 단체전을 개최하며 국내외 미술계에서 왕성한 족적을 남겼다. 여수출신 손상기 작가와 쌍벽을 이루는 여수의 양대 거장이다. 작가는 주로 여수의 풍경, 바닷가, 선창가 사람들, 동백나무 숲 등의 소재를 중심으로 강렬한 색채와 표현주의적 붓터치를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동백꽃은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동백, 시간의 얼굴>전은 생명력과 끈질긴 삶의 의지가 공통된 주제로 나타난다. 지난 50년간 끈질기게 그려온 그의 동백꽃은 작가의 모습과 쏙 빼닮았다.

'동백화가'로 유명한 강화백은 강렬한 색감으로 남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인물을 그리며 자연과 인간관계를 성찰해왔다. 동백꽃의 붉은색과 거친 질감의 표현은 그날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작가는 단순히 과거의 비극을 되새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돌아보고,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며 미래를 고민하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 10미터가 넘는 '멈춰진 시간'이란 여순사건 대작앞에서 강종열 화백과 한컷 ⓒ심명남
▲ 10미터가 넘는 '멈춰진 시간'이란 여순사건 대작앞에서 강종열 화백과 한컷 ⓒ심명남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세계를 폭넓게 조망한다. 특히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동티모르의 무너진 사회와 한국 현대사의 아픔인 여순사건을 주제로 인권과 정의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해온 깨어있는 예술가로 살아왔다. 아무리 어려워도 시류에 휩싸여 향기를 팔지 않았다. 지역의 일부 기득권들 사이에서는 그가 여순사건 대작을 그렸다는 이유로 빨갱이 물이 들었다며 멀리한다고 털어놔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멈춰진 시간은 1948년 10월 여수와 순천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여순사건을 주제로 한 작품들로 단순한 역사적 재현을 넘어 강렬한 감정과 기억의 소용돌이를 불러 일으킨다. 동티모르는 이국적인 풍경 속 인물화를 중심으로 동티모르의 풍경과 원주민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지막 시간의 얼굴은 작가의 작업실 뒤편에서 살던 어부 '조씨 영감의 삶'을 그린 연작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삶의 흔적을 담아냈다.

강화백은 손상기 작가와는 남산동에서 살았던 절친 친구라고 소개했다. 젊은날 예술가로서 힘들었던 고비도 털어놨다.

상기는 먼저 서울에 올라와 이름이 나서 친구지만 솔직히 열받을 것 아닙니까 제가. 서울에서 기자분들이 내 친구들이라서 올라오면 건물도 사고 편하게 살수 있도록 해준다고 조건을 달아 단호히 거부했죠. 그렇게 되면 그 담에 내가 어떤 그림을 그릴것인지 생각해 보니 암담하더라고요. 이미 바닷가에 짠내나는 강종열이가 되어 있는데 서울에서 돈맛 좀 보면 편할수 있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었죠^^ 그렇게 참고 참아 지역을 지켜온 젊은날 힘들었던 점이 참 많았습니다.

대통령과 독대 "좋은 풍경만 그릴 수 없다"

▲ 동티모르 대통령이 허락해 '상흔의 기억' 동티모르를 있는 그대로 그린 작품 ⓒ심명남
▲ 동티모르 대통령이 허락해 '상흔의 기억' 동티모르를 있는 그대로 그린 작품 ⓒ심명남

이후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시아 지역에 눈을 돌렸고, 동티모르 대통령을 만났다. ‘복수보다 화해’를 외치며 민주주의 발전과 글로벌 화합을 이끈 동티모르 대통령 사나나 구스마오(xanana Gusmao)는 2004년 6월 순천 NGO단체의 초청으로 내한해 그에게 아름다운 동티모르의 풍경을 그려 전세계 알려달라고 초청해 2004~2005년 동티모르를 방문한다. 작가는 동티모르가 겪은 역사적 고난과 사회적 변화를 직접 경험하며 1991년 발생한 산타크루즈 대학살 사건과 2002년 독립 이후의 혼란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현실을 마주한다. 

동티모르가 독립된지 3년밖에 안 되어 우리가 어릴 적 겪은 모습이 그대로 더라고요. 좋은 풍경만 그리는 것은 안 되겠다 싶어 이틀후 대사관을 찾아 대통령을 다시 만났어요. 대통령을 만나 솔직히 얘기했죠.  내가 예술가의 양심으로 좋은 풍경만 그릴 순 없다. 내가 보이는 눈 그대로 그릴테니 이해해 달라 했더니 대통령께서 한 5분간은 아무 말을 안하더군요. 조용한 경적이 울려죠. 그들 입장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 알려달라고 관광 차원에서 오라 했는데 있는대로 그렸다간 어찌 보면 그 나라의 치부를 드러내는 게 아니겠어요? 이후 대통령이 그럼 원하는 것 다 그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쟁 이후 힘들어하는 것을 뒤져가면서 스케치하고 1년간 그려 전시회를 가진 기억이 참 오래 남아요.

시간의 얼굴 "조씨의 삶 기록"

▲ ⓒ심명남
▲ 돌산 어부인 조씨의 삶을 그린 작품 ⓒ심명남

강종열 화백은 1951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나 현재 돌산읍 모장길에 작업실이 있다. 작가는 자신의 고향인 여수의 풍경과 서민들의 삶을 화풍에 담아냈다. 특히 1990년대에 여수시 돌산읍 임포마을에서 작업하며 그곳에 사는 한 평범한 어부 '조씨의 삶'을 기록했다. 조씨 영감 시리즈는 어촌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한 인간의 노동, 삶의 무게, 희망과 좌절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를 깊이 있게 다룬 연작이다.

작품 속 등장하는 조씨는 매일 같이 거친 바닷바람을 맞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어부다. 그의 손에는 노동의 흔적이 가득하다. 강 화백은 "우리는 조씨의 삶을 보며 우리 곁에 존재하는 누군가를 떠올릴 수도 있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도 있다. 그의 고된 하루, 묵묵한 노동, 가족과의 갈등 속에서도 이어지는 삶의 끈질긴 힘이야말로 작가 강종열이 이 연작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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