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내란 사건 이후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그 사이 다수의 국민은 밤잠을 설쳤다. 나라가 어디로 흘러갈지, 민주주의는 다시 설 수 있을지, 불안과 분노, 무력감이 교차했다. 한 고개를 넘으면 또 다른 엉뚱고개가 나타났고, 목숨 걸고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악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산 너머 산이었고, 눈 위의 서리였다.
하지만 지금, 다시 그 내란 세력에게 ‘표’를 달라고 외치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이 대낮에 벌어지고 있다. 선거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향해 또다시 포장된 구호를 내밀며, 자신들의 권력을 연장하려는 그들의 음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Joseph Nye)는 말했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무관심에 의해 죽는다.”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하다. 우리는 분노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우리는 부패를 봤지만, ‘그래봤자 다 똑같다’는 냉소로 무장했다. 그러나 냉소는 혁신이 아니다. 그건 포기이며 방관일 뿐이다.
백신은 질병을 막기 위한 예방주사다. 그렇다면 내란종식의 백신은 무엇인가. 그것은 ‘깨어 있는 시민의 연대된 투표’다. 우리가 다시 묻고, 다시 따지고, 다시 책임을 묻는 것 외엔 길이 없다. 정당한 절차를 무시한 권력 찬탈은, 선거라는 가면을 쓰더라도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실험대 위에 서 있다. 민주주의라는 체제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우리는 이번 내란을 통해 절감했다. 제도는 있었지만, 사람은 부재했고, 법은 있었지만, 정의는 사라졌다. 그러나 그 무너진 정의의 마지막 보루는 바로 국민이다.
정치학자 마이클 샌델은 이렇게 강조했다. “시민은 민주주의의 소비자가 아니라 공동 창조자여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관객석에 앉아 박수나 야유만 보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경기장에 직접 들어가야 한다. 투표는 그 시작이다.
며칠 남지 않았다. 다시 내란의 공범에게 면죄부를 줄 것인가, 아니면 진짜 민주주의를 위한 회복의 첫걸음을 내딛을 것인가. 선택은 언제나 국민의 몫이다.
올바른 투표는 백신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투표장에 가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내란을 종식시키는 진짜 백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