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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 사람들의 인생 2막... '내동마을 이야기' 전시회 열려

그림 창작동아리 Half Moon, 13명 작가 28점 전시
전남 교육청 학생교육문화회관서 오는 6월 5일까지

  • 입력 2025.06.02 07:43
  • 기자명 정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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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동아리 Half Moon 회원전 '내동마을 이야기'내동마을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림에 담았다. ⓒ정영우
▲ 창작동아리 Half Moon 회원전 '내동마을 이야기'내동마을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림에 담았다. ⓒ정영우

창작 동아리 'Half Moon' 회원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전라남도교육청 학생교육문화회관 안에 있는 갤러리 린을 찾았다.

13명의 작가들이 출품한 28점 전시물이 갤러리 벽을 장식하고 있다.

그림 창작 동아리 'Half Moon'은 2023년 7월 여수시 여천동 주민센터에서 시작됐다. 여순사건 그림으로 유명한 박금만 작가의 지도로 현재 18명의 회원들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퇴직 후 취미로 그림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 창작동아리 Half Moon을 지도하고 있는 박금만 작가. 여순사건 그림으로 유명하다. ⓒ정영우
▲ 창작동아리 Half Moon을 지도하고 있는 박금만 작가. 여순사건 그림으로 유명하다. ⓒ정영우

이 동아리에서 다루는 작품 소재의 주 배경은 여수 외곽지역의 농어촌 마을이다. 2023년에는 반월마을의 그림을 그렸다. 마을 뒷산은 물론, 마을 앞에 펼쳐진 논과 밭, 옹기종기 모여있는 시골집들, 집안의 장독대, 대문을 타고 올라간 장미 넝쿨, 골목길, 마당 한 편을 지키고 있는 감나무, 농사에 사용되는 농기구들.... 이런 것들이 주요 소재가 돼서 아마추어 화백들 감성을 자극했다고.

2024년에는 군장마을을 그렸고, 금년 2025년에는 내동마을을 그렸다. 그리고 내년 2026년에는 화양면에 있는 감도를 그리기로 했다. 갈수록 인구가 감소되고 있는 농어촌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시작된 마을 프로젝트가 매년 지속되고 있다. 언젠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마을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 생명을 불어넣는 그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 돌담길의 꿈. 양은주의 작품으로 내동마을의 돌담길(2025 아크릴 50*40 cm)을 그렸다. ⓒ양은주
▲ 돌담길의 꿈. 양은주의 작품으로 내동마을의 돌담길(2025 아크릴 50*40 cm)을 그렸다. ⓒ양은주

필자가 갤러리 린에 들어갔을 때, 환한 미소와 함께 가장 먼저 맞아준 사람이 양은주(80세) 님이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3년이 됐다지만 그림 솜씨가 여느 프로 못지않아 보인다.

"저는 그림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모든 생각을 잊고 그림에만 집중하기 때문이죠. 제가 즐겨 그리는 것은 '길'입니다. 왜 길을 그리냐고요? 80 평생을 살고, 저 세상 갈 때가 가깝게 되니 길 너머의 것이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림을 그리면서 한평생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게 되고, 남은 길을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주로 집을 그린다는 강용자(64) 님 역시 3년 전에 처음 그림을 시작했다고 한다. 건축 쪽 일을 하다 보니 늘 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그래서 주로 주택과 그 주변 풍경을 그리는 편이라고 한다.

"저는 요즘 그림에 완전히 빠져 살아요. 그림 그리는 시간이 일종의 힐링 타임이죠. 삶의 활력소이고요. 또한 그림을 그리다 보니 관찰력이 아주 좋아집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것을 이제는 자세히 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이 얼마나 신비스러운지를 새삼 느끼기도 하지요."

▲ 배영숙의 엄마의 마음. 옛것에 마음이 간다는 배영숙님은 '엄마의 마음'과 '우리집 가는 길', '시골집의 풍경' 등을 출품했다. ⓒ정영우
▲ 배영숙의 엄마의 마음. 옛것에 마음이 간다는 배영숙님은 '엄마의 마음'과 '우리집 가는 길', '시골집의 풍경' 등을 출품했다. ⓒ정영우

장독대를 기가 막히게 그린 배영숙(61) 님을 만났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4~5년 됐다 한다. 가정주부인 그녀는 옛날 것에 마음이 간다고 한다. 그래서 오래된 것이 그림의 주 소재가 된다고 했다.

수채화를 주로 그린다는 이명신(66) 님의 그림에서는 따뜻함이 배어 나온다. 시골의 정취가 흠뻑 풍겨 나는 그의 그림 앞에 오랫동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수원에 살다가 남편의 고향인 여수로 이주해 와서 산다는 그의 그림에 대한 철학을 들어봤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쉽지는 않아요. 저는 그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오래 참습니다. 나와의 싸움이지요. 인생살이도 이 그림 그리는 것과 같은 것 같아요. 인내와 꾸준함 없이 되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느 날 해안 공원에서 망초를 그리고 있을 때, 한 젊은이가 다가와 말했어요. '우리 부모님도 선생님처럼 그림을 그리며 여생을 보낸다면 정말 좋겠어요'라고, 그 말을 듣고 내가 그림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 창작동아리 Half Moon 회원전. 여수지역의 그림 동아리' Half Moon' 13명의 회원들이 '내동마을 이야기'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기간은 2025년 5월 26일부터 6월 5일까지로 전라남도교육청 학생교육문화회관 '갤러리 린'에서 열린다. ⓒ정영우
▲ 창작동아리 Half Moon 회원전. 여수지역의 그림 동아리' Half Moon' 13명의 회원들이 '내동마을 이야기'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기간은 2025년 5월 26일부터 6월 5일까지로 전라남도교육청 학생교육문화회관 '갤러리 린'에서 열린다. ⓒ정영우

요즘은 퇴직 후에도 오랜 시간을 살아가야 한다. 그 기간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소망일 것이다. 그 소망을 실현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자연과 가까이하고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 활동 중 하나가 바로 그림을 그리며, 내면 깊숙한 곳의 기쁨을 맛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가까운 주민센터를 찾아 그림 동아리에 등록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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