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최대 석유화학 집적지인 여수산단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여수 경제의 핵심 기업인 여천NCC가 재무 위기에 몰리면서 지역사회 불안이 커지고 있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화그룹과 DL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여천NCC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적자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업계에서는 추가 출자와 유상증자 등 긴급 자금 수혈이 없다면 부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여수 지역 산업 생태계에서 여천NCC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수많은 협력업체와 근로자의 생계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정부가 이달 발표할 ‘석유화학산업 구조 재편 방안’은 기업들의 자발적 사업 조정과 설비 축소, M&A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앞서 LG화학이 여수공장의 스티렌모노머(SM) 생산라인을 중단했고, 롯데케미칼도 여수 2공장 일부 가동을 멈추는 등 여수산단은 구조조정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이는 곧 지역 고용 불안과 내수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수 경제는 관광업과 석유화학산업에 양분돼 있는데, 석화산업의 급격한 위축은 지역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합작법인 설립 및 신사업 M&A 지원 △공정거래법 심사 간소화 △정책금융 3조원 이상 투입 △납사·에탄 등 원료 조달 지원책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현장의 시선은 냉담하다. 여수 지역 한 업계 관계자는 “지원 대책이 대기업 중심으로 짜여 있어 지역 협력업체나 고용 문제까지 보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역 경제를 위한 별도의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여수산단이 장기적으로 친환경·고부가가치 화학 소재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다만 급격한 구조조정이 지역 경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완충 장치와 속도 조절이 요구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최근 현장을 방문해 “석유화학산업의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며 “업계가 합심해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여수 시민 사회에서는 “지역 고용·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정부가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