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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여수산단 위기대응'

여수산단 산업위기에 따른 지원확대와 고용위기지역 지정 필요

  • 입력 2025.12.31 08:21
  • 수정 2025.12.31 08:22
  • 기자명 주종섭 전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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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종섭 의원 ⓒ전라남도의회
▲ 주종섭 의원 ⓒ전라남도의회

성탄절 저녁, 건설노동자인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이제는 실업급여도 마감되었네. 가족들 볼 체면도 없네. 이번 달에만 울산을 두 차례 다녀왔지만 일자리는 없었네.”

기시감(데자뷔)이 던져준 비참함이었다.

1997년 IMF 직후 실업극복여수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해 실직 노동자와 가난한 이웃들의 힘이 되고, 함께 이겨나가는 운동을 했을 때 매일같이 접했던 것이 바로 실업률이었다.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린 실직 노동자와 가난한 이웃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 모두는 아픈 일들이 연속되는 시간을 보냈다.

당시 여수산단 구조조정으로 정규직 노동자만 해도 8%(1천 명)가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떠났고, 하청업체와 건설노동자 등 더 많은 노동자들이 깊은 실업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2025년 12월, 여수 지역사회의 불황과 침체는 여수국가산단 구조조정 계획 발표에 따라 ‘올 것이 왔다. 마침내 닥쳤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위기에 대한 대응이 무엇인지 해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구조조정기의 경제 한파와 지역사회 경제·고용시장의 침체에 대한 불안 속에서 긴 장탄식이 앞선다.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에 따른 막대한 경영실적 악화와 실직의 고통은 산업 경제와 노동자의 고용불안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에 복합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 12월 22일, 여수산단 내 사내하청 노동자 조직인 노동조합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보장 없는 석유화학 구조 개편은 대량 해고 선언”이라며, “완전한 고용보장으로 성공적인 구조개편을 해야 한다”고 외쳤다.

앞서 12월 19일에는 국내 주요 NCC 생산기업들이 정부에 석유화학산업 NCC 분야 구조조정안을 제출했다. 여수산단 내 NCC 업체들의 에틸렌 생산을 감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로써 여수산단 내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었다.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 여천NCC 등이 일부 공장 폐쇄를 포함한 생산 감축과 중복 설비 조정을 골자로 한 안을 제출했다.

여수산단 기업들이 자구안을 제출하기 이전부터, 여수산단의 경제와 고용지표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먼저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생산지수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지수는 2024년 3분기 대비 2025년 3분기 2.1% 감소했으며, 기업경기실사지수는 37.4% 감소하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악화 흐름 속에서 2026년 1분기 기업들의 경기 전망 역시 불황 속 ‘부진’의 고착화로 나타나고 있다.

다음으로 고용지표를 보면, 20개월 이상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고용인원은 2023년 대비 2025년 3분기 기준 10.4% 감소했으며, 정규직 감소(-9.1%)보다 계약직을 포함한 비정규직 고용 감소(-41.2%)가 두드러져 심각한 고용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여수산단의 구조조정은 지역사회에 침체와 우울한 고통을 강제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그 힘겨운 시간의 과정에 진입했다. 지금의 여수산단 석유화학 위기를 진입기, 위기 대응 과정기, 위기 극복 완성기로 구분해 단계별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여수 지역사회 공동체는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지금이 위기 진입기를 지나 위기 대응 과정기라면, 기업들의 폐업이나 생산 중단을 최소화하고 노동자들의 대규모 실업 충격을 줄이기 위한 연착륙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 5월 1일 여수산단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8월 28일에는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조치였으나,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여수산단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에 따라 긴급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정책의 신속한 실행이 시급히 요구된다. 여수산단 기업들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 등과 함께, 석유화학산업을 국가 핵심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이에 따른 산업 성장 전략 수립과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은 2026년 2월 말 종료된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실업의 충격은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다. 이미 고용지표가 20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6개월짜리 단기 처방인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즉각적인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통해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이는 노동자들이 완전한 고용보장 속에서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촉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29년 세계 대공황을 극복하고 오늘의 미국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뉴딜 정책이 디딤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여수의 위기는 여수형 뉴딜 정신과 정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온 지혜와 강한 도전력을 지니고 있다. 정부와 경제계, 노동자, 지역사회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고 힘을 합친다면, 지금의 위기 또한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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