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내음 가득한 해초와 갓 뜯어온 방풍나물, 그리고 귀한 전복과 갑오징어까지. 여수 섬마을의 풍요로운 식재료가 현대적인 조리법을 만나 건강한 ‘보약 한 상’으로 재탄생했다.
여수 섬학교(교장 김명진)는 27일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섬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여수의 봄 한 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상차림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음식과 약의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내 교육생들의 찬사를 받았다.
면 없는 국수의 반전, '전복 국수’
이날 식탁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단연 ‘전복 국수’였다. 이름은 국수지만 밀가루 면은 한 가닥도 들어가지 않는다. 전복과 오징어를 얇게 저며 채 썬 뒤, 전분을 묻혀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낸 것이 특징이다.
김명진 교장은 “전복을 생으로 먹거나 죽으로만 먹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식재료를 국수처럼 활용하면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는 혁신적인 음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콤달콤한 육수에 간 무를 곁들인 이 요리는 식전 입맛을 돋우는 에피타이저로 격을 높였다.
섬의 생명력을 담은 해초와 나물
여수 바다의 생명력을 담은 해초 요리도 돋보였다. 특히 기후 변화로 귀해진 ‘가사리(참가살이)’ 무침이 눈길을 끌었다. 비린내를 잡기 위해 정종이나 맛술로 헹궈낸 뒤 두부와 함께 버무려 고소함을 더했다.
또한, 금오도 특산물인 방풍나물과 머위는 현대인의 혈액순환 질환에 도움을 주는 약성 식재료로 소개됐다.
김 교장은 “나물에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두부를 으깨 넣거나, 간장을 베이스로 한 엿장에 두부를 조려내 단단한 식감을 살리는 등 조리의 다양성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머물러 있는 음식은 도태... 조리법 개발 절실“
이번 섬밥상의 모든 간은 '액젓'을 베이스로 해 깊은 감칠맛을 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교육생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며, 반찬 하나하나가 입에 착착 감긴다”며 소감을 전했다.
김명진 교장은 섬밥상에 대해 지역 음식문화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우리 지역에 좋은 식재료가 많지만, 기존의 방식에만 머물러 있으면 대도시의 세련된 미식 문화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을 담아 식재료를 널리 활용할 수 있는 조리법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섬 음식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수 섬학교의 이번 '봄 한 상'은 지역 식재료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섬 음식의 관광 자원화 가능성을 확인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